백 년의 지혜 - 한 세기를 살아온 인생 철학자, 알리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희망의 선율
캐롤라인 스토신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알리스 헤르츠좀머 (Alice Herz-Sommer)할머니는 현존하는 유태인 피아니스트이자 세계

최고령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몇년전에 알리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쇼팽 연주를 유튜브에서 들은적이 있었다. 주름이 지고

얼굴 가득 검버섯이 있었지만 초롱초롱한 눈과 미소가 인상적인 할머니였다.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피아노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쇼팽의 왈츠 7번을 연주하시는데 비록 가끔

건반을 잘못 누르시기고 했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우신지 (내가 그 나이되면 피아노는

커녕 밥숟가락이라도 들수 있다면 좋겠다..) 몇번이나 리플레이해서 들었다. 평상시에도

쇼팽,베토벤, 슈베르트를 외워서 매일 세 시간씩 연주한다고 하신다.

내가 좋아하는 호로비츠나 루빈스타인 같은 명 연주자만큼이나 할머니의 쇼팽 연주는 무척

인상적이였다. 예전에 봤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 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독일장교 옆에서 연주했던 쇼팽의 발라드 1번 연주도 기억속에서 되살아나며 유태인의

힘겨웠던 삶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했다.

쇼팽이 평상시에 '피아니스트라면 손가락으로 노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한다고

말했다던데 할머니의 손가락은 고난을 지혜롭게 넘긴 연륜을 노래하는 듯했다.

 

알리스 할머니는 1903년생이니 우리 나라 나이로 111세다. 이 책은 그녀의 인생을 담은

역사이자 살아있는 20세기의 역사다.  20세기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한 슬프고

가슴아픈 이야기일거라고 생각되지만 , 오히려 '나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알리스 할머니의 강한 울림으로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 가에 대한

고민과 그녀가 체득한 인생의 지혜와 열정에 탐복하게된다.

 

프라하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 알리스 헤르츠좀머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남편, 아들

라파엘과 함께 테레진 유태인 수용소로 보내진다. 테레진은 대규모의 수용소로, 히틀러는

이곳을 저명한 유대인 음악가, 저술가, 화가 들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하는 곳으로

선전했으나 실상은 아우슈비츠 등 동유럽 전역에 있는 나치 학살장으로 보내지는

환승역이었다.

테레진에 있는 동안 알리스는 동료 재소자들을 위해 100회 이상 연주했으며 어린이들에게

비밀리에 피아노 교습까지 했다.  전쟁이 끝났지만 테레진에서 어머니와 남편, 친구를 

잃는다. 그러나 그녀는 절망하지 않고 아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해서 마흔다섯에

히브리어를 배우고,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사람들을 사귀며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개척한다. 알리스는 나치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자들에게 원한을 품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이 돌연사를 하면서 또다시 불행이 다가왔지만 늘 생에 감사하고 매일이 기적

이라며 주어진 하루에 충실한 삶을 산다. 놀라운 것은 최근까지도 대학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는 등 배움에 열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이 다가온다.

 

책 맨 뒤에 있는 알리스의 말은 한결같이 지혜로운 말뿐이다.

그리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바이러스가 넘쳐흐른다.

 

'우리는 늙어야만 생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답니다.'

'감사는 행복의 필수요소지요.'

'매일이 기적입니다. 처지가 아무리 나빠도 내게는 삶에 대한 태도를 심지어 기쁨을

발견하고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악은 새롭지 않아요.'

'더 많이 읽고, 생각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할수록,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더 많이

깨닫습니다.'

 

인생 철학자인 알리스 할머니의 소중한 이야기에 살아있는 삶의 지혜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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