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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착한 빵 - 브레드홀릭's 다이어리 Breadholic's Diary
스즈키 모모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원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빵이 좋아 '빵이 좋아' 모임을 10년째 하고
빵은 애인입니다 라고 언제나 대답하며
빵이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으면 또한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빵의 매력에 흠뻑 빠진 빵순이인 일러스트레이터 스즈키 모모가 쓴 빵 다이어리이다.
일반적인 요리레시피와는 달리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과
글씨가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책 표지를 봐도 과하지 않는 색 조합이 어울려
부드러움이 묻어나온다. 빵 레시피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빵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난 빵에 얽힌 이야기 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나에게 대체 빵을 무엇일까?
저자는 빵을 애인이라고 말한 부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 보았다.
나에게 빵은 엄마와의 추억이다. 지금은 아파서 병실에서 꼼짝도 못하는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딸부자집 막내인 나는 워낙 늦은 나이에 태어나 사실 다른 언니처럼 엄마와 살갗게
지내지 못했다. 게다가 엄마와 떨어져 친척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엄마는 힘껏
달려가 엄마하고 어리광부리지 못하는 벽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 집 근처에 빵집이 생겼는데 엄마가 외출하다 돌아오면 늘 그 빵집
빵을 사가지고 오셨다. 아이템은 늘 슈크림빵. 단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는 빵이였다.
엄마의 외출과 슈크림빵은 어느덧 엄마와 나의 비밀아닌 비밀이 되어 언니들 몰래 둘이서
속닥거리며 맛있게 먹곤 했다.
그 후로 그 빵집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빵집방문은 사라졌고 세월이 흘러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그 근처에 새로운 빵집이 생겼다. 물론 예전의 촌스러운 이름의
빵집이 아니라 무슨무슨 베이커리 라는 근사한 이름과 멋진 인테리어를 갖추었지만.
문득 그 앞을 지나가다 슈크림빵의 기억이 떠올리면서 빵을 사가지고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슈크림빵도 있었지만 왠지 같은 것을 고르기 싫어 일부러 다른 빵을
살펴보았다. 그때 내 눈에 띈 빵이 하트무늬로 만든 페스츄리였다. 설탕을 듬뿍 뿌린 것이
내 취향에도 엄마취향에 맞는 빵이였다. 불쑥 엄마앞에 빵봉지를 주며 쑥쓰럽게 또다시
시작한 엄마와의 행복한 빵추억이였다.
맛있는 빵을 즐기며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저자가 매일매일 반복되며 흘러가는 나날들은
평탄하고 보잘것없지만 요즘에는 이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글귀를 보곤 갑자기
울음이 나왔다.
'빵이 맛있게 구워졌을 때, 가족들이 스프를 맛있게 먹을 때, 다림질이 깔끔하게 되었을 때,
일이 생각대로 될 때, 평소보다 약간 일찍 침대에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을 때, 파란 하늘을 보며 마음마저 상쾌해질 때, 햇살이 따뜻하게 비칠 때, 이렇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 속에 행복이 잔뜩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누릴 것 같은 일상의 행복이 , 엄마와 맛있은 빵 먹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파서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그 평범함이
무척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행복이 거저 주어졌는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 뒤늣은 후회감이 몰려왔다.
(이 밝은 책을 보며 왠 청승이냐 ㅠㅠㅠㅠ)
엄마와의 추억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했던 <모모의 착한 빵>
나에겐 착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