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노트
세실 필리에트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여행을 가서 가끔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그 모습을

보고 항상 부럽다고 느꼈다. 어깨 너머로 보는 풍경스케치는 여행의 낭만과 시정이

물씬 풍기곤 했기 때문이다.

 

여행 스케치를 꿈꾼 것은 그런 모습뿐만 아니라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보고 난 이후부터다. 미술 평론가였던 존 러스킨은 여행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은

간직하기 위해서는 스케치를 하고 그것을 말그림,글로 그리라고 권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하여

쓰거나 그것을 그려라 라고 했던 말이 귓전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처음 보곤 아 ~나도 여행 스케치를 그릴 수 있도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건가싶어 가슴이 뛰었다. 책 표지만 봐도 벌써 빈티지한 느낌과 감성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 책 표지에 찻잔 그림은 오래된 소설책을 스케치 노트로 활용해 글자가

있는 페이지 위에 냅킨을 붙여 그 위에 연필과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책 차례를 보니 재료를 선택하는 방법, 사람과 동물 그리는 스케치 연습, 구도 잡기,

여행에서 얻은 소소한 일상적인 물건으로 만드느 콜라주기법, 그리고 글 쓰는 요령 등

여행 스케치 노트를 만드는 방법이 세세히 적혀있어 내 꿈이 실현되나 보다 흥분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처음의 뛰던 가슴은 점차 가라앉게 되었다.

여기서 설명하는 방법은 그림을 못 그리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마법같은 방법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림 수준이 내가 생각하는 끄적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뛰어난 재능으로 그린 완벽한 작품이다 보니 엄두가 안났다.

 

하지만 찬찬히 다시 보다 보니 나같이 그림에 소질없는 사람도 나 만의 여행 스케치

노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곳곳에 소개되어 있다.

 

이를 테면 해가 쨍쨍 났을 때 식물이나 사물이 노트에 드리우는 그림자의 윤곽을

따라 그려보는 방법이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처럼 민트 잎사귀들이 노트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 그림자의 윤곽을 따라 연필로 그린 후에 색칠을 하면 왼쪽 그림과 같은

멋진 그림이 완성하게 된다.(물론 색칠이 관건이다.)

 

 

 

또한 아직 연필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간단히 스크랩해서 스케치

노트에 붙이는 방법도 있다. 아래 사진의 윗 그림은 직접 그림을 그린 것이고 아래그림은

스크랩해서 붙인건데 손으로 멋지게 글씨를 써서 곁들였더니 똑같이 멋진 효과를 내며

잘 어울린다. (그래도 이왕이면 위의 그림처럼 그려보고 싶은게 사실이다.)

 

 

 

 

노트 같은 것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볼수도 있다. 그건 그림실력과 별개니까. 여권을 활용해도

되고 상자를 이용해 여행을 하면서 모은 것들과 종이를 같이 넣어도 되고 , 노트의 잠금장치를

조개껍질이나 단추로 만드는 등 창의적인 성격인 경우에 참고할 자료가 많다.

또한 아래처럼 노트 아래에 페이지 한 장을 더해서 새로운 노트를 만드는 방법같은 것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자신의 의견을 적은 종이를 테라스에 널려있는 빨랫감 모양처럼 그려

넣어 표현한 것이 풍경화와 잘 어울린다.

 

 

 

저자가 그린 작품들을 보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그림 하나. 한국여성을 그린 그림이 있어서

반가웠다. 구아슈라는 물감을 이용한 그림인데 구아슈 물감은 컬러를 덮어 주는 성질이

있어서 원래 공연 프로그램 전단지에 쓰여있는 텍스트 부분을 덮어버리고 검정색으로

배경을 칠한 것이다. 한복을 입은 여성들의 실루엣이 검정색덕택에 더욱 뚜렷하게 살아났다.

 

 

이처럼 이 책은 그림을 잘 그리든 소질이 없든 여러가지 참고할만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법을 상세하게 알려줘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 몇 가지만 이용하더라고 멋지고 근사한

나 만의 여행스케치 노트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또한 그림이

주는 즐거운 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저자는 여행 스케치 노트를 시작하려면, 평소에 연습을 해 보라고 한다. 주방의 한 귀퉁이,

옷걸이같은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시작으로 점점 동네, 살고 있는 도시, 버스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 등 일상을 포착하고 남기는 여행 스케치 노트을 만드는 거다. 이렇게 일상의

상황을 감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니 이미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거다.

 

어느새 2월 중반이다. 아직도 매서운 바람은 불지만 느리게 봄은 오고 있다. 3월쯤되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나들이나가기에 좋을 것이다.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고 가볍게 근교라도

떠나서 그저 한없이 느리게 움직이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물론

이 책을 가방에 챙기고서.

 

거창하지 않아 매일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면서도 무심코 지나쳤을 그 풍경을 노트에

채우다 보면 내 기억 속에 그 풍경이 새로운 의미가 다가올 것 같다. 돌아볼 시간마저 없이

잊혀져서 잠자고 있던 것들을 그림을 통해 다시 보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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