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아이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6
브록 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적지 않은 즐거움을 느낀다."

영국 정치가인 에드먼드 버크의 말이다.

이 소설을 읽고나니 저 말이 떠오른다.

 

이 소설은 왕따를 당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캠프에 참가한 로라와 하위는 각각 친구들에게서 벌거벗겨진채 섬에 버려진다.

아이들은 왜 자기 옷들을 벗기고 섬에 남겨 뒀는지 알지 못했다.

캠프의 오랜 전통이라는 명분과 장난일 뿐이라는 다수의 아이들의 묵인 아래 왕따가

되었다는 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년과 소녀는 그곳을 탈출하여 길 위의 아이들이 된다. 소녀는 엄마에게 집에

가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하지만 엄마는 한 번쯤은 스스로 해결해

보라고, 참고 견디라는 이야기뿐이다.

 

소년과 소녀는 어른들의 무관심속에 길 위에서 새로운 세상과 마주했고 그것이

들려주는 고통과 어려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둘은 모두 일상을 벗어나 일탈을

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새롭게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익히기도 하고 꿋꿋하게 버티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그들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을때는 집단 괴롭힘의 희생자가 되질 않을만큼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성장한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한해 학교 폭력과 왕따 피해 학생이 3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왕따나 학교폭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아이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솔직히말해 그동안을 왕따 문제에 대해서 특별히 신경써본 적은 없다. 아마도

나도 그렇고 내 아이도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다른 사람의 시련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태도가 나도 모르게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아픔을 모른척하고

있었구나 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왕따였던 소년과 소녀의 성장소설이지만 어쩌면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무관심하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지 않은 우리 어른의

시선을 지적하는 건지도 모른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야할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유물발굴하러 다닌다는 이유로 떨어져 살고 있고 아이에게 무관심한 고고학자인

하위의 부모나 혼자서 집안을 이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항상 바빠 로라의

이야기에 귀 기울리지 않았던 로라의 어머니, 아이들이 없어졌는데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캠프관계자 .

관계를 맺는데 서툰 아이들이 고통의 날개를 계속 달고 살게 만든 그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회와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려야

겠다는 생각, 청소년들에게는 소수의 가해자들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때리지

않아도 상처줄 수 있는 침묵하는 방관자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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