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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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매력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였구나 하는 동질의식,

그리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표현못하는 것을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외수의 에세이는 읽을수록 탐이 난다.

에세이 작가들이 그렇듯 이외수도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작가이다.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무장한 그의 에세이는

저자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글들로 가득차 있다.

무림고수같은 글발에는 예순살이 넘은 나이가 주는 연륜도 느껴지고 삶의 통찰에서 얻은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예리한 시각이 돋보이는 그의 글은 이외수만의

색깔이 묻어있다.

 

이외수가 말하는 사랑법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그의 답이 사랑외전이다.

궁합이 안 좋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한다는 젊은 커플에겐

사랑은 점괘를 초월한다고 대답하고

사랑이 밥 먹여주느냐고 물으면 사랑은 밥도 초월한다고 말하며,

낭만이 밥 먹여주느냐고 묻는 분들에겐 낭만이 없는 인생을 산다는 것은 반찬 없는

맨밥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외수가 말하는 사랑은 젊은 남녀의 사랑만을 말하지 않는다.

사랑에는 지금은 한밤중이지만 새벽을 기다리는 정치도 있고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외로운 직책인 가장의 눈물도 있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라면 모두 인정하는

이외수식 믿음도 있다. 

 

그의 글을 보면 속담을 인용한 것이 많은데 속담이 담긴 뜻을 심하게 지적질하는

그의 위트에 항상 웃음이 나온다. 탁월한 상상력과 어휘선택에 놀라움과 함께.

속담도 가끔 지랄을 할때가 있다고 하는 그다.

인생는 창조라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랭이가 찌어진다"라는 속담의 모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가랭이가 찢어진다니 웃기지 마라. 뱁새도 명색이 새다. 날개가 있다. 왜 걸어서

황새를 따라가냐. 푸헐. 뱀새 너무 깔보기 어어없기.

 

이외수의 글은 어떤 맛있까?

갓 건져 올린 생선을 회 쳐놓은 듯한 맛일까요, 아니면 오랜 시간 정성으로 고아낸

사골 같은 맛일까요 그가 묻는다.

내심 둘다 라는 대답을 원하시겠지만 사실 그렇다. 인터넷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글속에 녹여내어 신선함도 있지만 그 의미를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새록새록 나온다.  '사랑외전'을 읽다 보면 삶의 깊은 통찰에서 우러나온 문장들이

도처에서 나를 불러 세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 한 줄만 음미해도 영혼이 환해지는 그의 글로 지금 고통받거나 과거에

슬퍼본 적이 있는 사람들 모두 위로받는 것이다.

특히 정태련 화백의 아름다운 세밀화 그림은 글 분위기와 어울려 글의 느낌이 더욱

와 닿게 해준다. 그 많은 꽃들과 나무속에 고고히 머리를 날리는 '이외수꽃'도 있다.

 

요즘 대세인 힐링 바람에 편승한 책이 아니라 제대로된 영혼의 연금술사인 그를 만나

사랑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사랑외전를 읽어보길 적극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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