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고르세요
켄트 그린필드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마음대로 골라라?  누군가 이렇게 선택의 자유를 떠벌린다면 동의할 수 없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패션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도대체 유행이라고 하면 수많은 브랜드들이 똑같은 디자인의 옷들을 신상품이라고

소개한다. 한국인의 체형(키 작고 다리 짧고 곧지 않은 )에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스키니진이 몇년째 아직도 강세다. 한국인의 전형적인 체형을 가지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스키니진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내 몸매의 최상의 선택은 부츠컷 스타일인데

이런 스타일을 찾기도 쉽지 않고 설사 입었다 해도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기 쉽상이다.

패션이 고객의 요구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만 집착하여 오히려 고객이 옷에

맞추어 몸매를 가꾸어야 할 판이다.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고려한 패션대신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패션을 제공하는 환경에서 울며겨자먹기로 선택을 할 뿐인 것이다.

 

선택의 자유성이 보장되는 '마음대로 고르세요'라는 문구는 그렇게 한낱 우리의 믿음일

뿐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고 주위에는 수백 가지 난점이 산재해 있는데도 선택을

하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미사여구로 선택을 할 개인에게 책임을 모두 떠안게 만드는

것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도 그렇다.

그동안 우리가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가지고 있던 믿음, 즉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믿음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선택이란 없다."라는 것이다.

선택을 강요된 것이며 조작되었고 강제로 진행된다는 그의 주장대로라면 개인의 자유

의지로 선택은 불가능하며 사회, 문화, 종교등과 같은 환경에 지배받는 다는 것이다.

선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빛나는 이 책은 일상 생활 속에서의 개개인의 의사 결정과

선택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맹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책에서는 제한된 선택임에도 모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최종 선택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노숙자에 대한 인식이였다.

 

2007년 노숙자들에게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거처를 마련해 들어가라고 설득한 이후,

보스턴 시장이 남긴 말인 "일부 노숙자, 아무리 설득해도 안으로 들어가는 걸 원치

않아"가 <보스턴 글로브>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일이 있었다.

 

이 말은 사실이겠지만 보스턴 시장의 말에는 비난조가 섞여있었다. 개인의 선택을

강조하다 보니 노숙자 문제가 개인 책임으로 전가된 것이다. 얼어 죽은 건 노숙자들의

선택이니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제약은 무시되고 만다.

시장이 저렇게 말한 정도면 굳이 내가 노숙자를 도와줄 필요도 없고 도와주지 않아도

양심의 거리낌이 없이 커피를 마시고 블루베리 팬케이크나 먹으면서 아주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학자 조지프 싱어의 말처럼

"함께 할 가족이나 갈 만한 안전한 곳이 있는데도 겨울에 자발적으로 문 밖에서 잘

사람은 없다." 라는 말은 선택에 대한 개인 책임의 논리가 너무나 자주 우리에게 책임

공유를 회피하기 위한 가림막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밝혀준다.

 

개인 책임이라는 미사여구는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지 말라고 부추기기도 해서 걱정을

함께 나누고 다른 사람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여러 요인과 알게 모르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해 모두가

책임을 지고 함께 대처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택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현명한 선택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외에도 선택에 대해 쉽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사례로 인해 구절구절 재미나는

책이라 꼭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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