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서재 -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희망차게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이 책을 보고 제일 첫 번째 느꼈던 감정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해 클릭하게

되는 인터넷 기사를 본 느낌처럼 제대로 '낚였다'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와 한비야씨와는 한번도 인터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거다.

그동안 한비야씨가 인터뷰한 내용이나 한비야  저서에 적었던 내용을 인용해 만든

짜집기 책이였다.

한비야씨에 대한 책은 거의 다 읽어보았고 언론에 나온 인터뷰기사나 TV에 나온

모습들을 꼼꼼하게 챙겨보았던 나로써는 황당한 일이었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한비야 자신의 이야기가 팔딱팔딱 뛰어서 살아있는

내용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이미 이 책은 신선함을 잃은 채였다.

 

서재라는 것이 뭔가?

마음을 울리는 영감의 원천이 되는 책들을 모아놓고 때로는 지치고 나른한 일상에 

휴식을 주는 곳이 아닌가?

나는 한비야를 만든 한비야의 가슴에 숨겨진 한 구석같은 곳을 그녀의 목소리로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었는데 그녀의 목소리에 더빙을 한듯이 이 책은 영 어색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런 점을 한번 접고 들어가면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한비야의 단상이 꽉 차

있어 찬찬히 들여다 보면 한비야가 어떤 생각을 해왔고 무엇을 느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은 모두 30권이다. <열하일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체 게바라 평전>,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같은 내가 이미 읽었던 책도 있었고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오래된 미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같이 읽으려고

찜해 놓은 책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녀 냄새가 물씬 나는 캐롤라인 알렉산더의 <인듀어런스>는 꼭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는 1914년 8월 영국 탐험가 새클턴이

남극탐험에 나섰다가 배가 침몰되어 무려 18개월 동안 영하 60℃의 추위 속에 고립됐지만

그를 포함해서 대원 28명 전원이 극적으로 살아서 돌아온 그 과정을 프랭크 헐리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에 대한 반발심으로 단숨에 읽었다는 그녀는

무엇보다도 승리하는 사람만 대접받는 ‘정글의 법칙’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다보니 몇 년전에 한 언론사와 인터뷰했던 그녀의 기사가 생각났다.

공항에 있는 서점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있데 가는 공항마다 이 책이 진열되어 있어서

읽게되었다는 에피소드도 생각났다.

흔히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위대한 실패'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전해주는 책이며 우리 사회에는 겉으로 보면 실패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인듀어런스호의 탐험가들과 같은 사람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그녀의 인터뷰가 인상적

이였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실제 그녀의 서재를 구경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녀만의 독특하고

열정적인 향내 나는 방을 훔쳐보는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늘 그렇지만 그녀의

이야기들은 삶은 계란을 먹고 나서 사이다를 한모금 마신 것과 같은 청량감을 준다.

다음 번의 서재구경은 김빠진 청량음료의 맛이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가 찐뜩하게

묻어나오는 톡 쏘는 상쾌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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