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 탐 청소년 문학 6
노경실 지음 / 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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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살. 중학교 2학년. 대부분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급격한 성장과 호르몬의 변화로

정서적 혼란이 일어나는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는다.

지금은 거드름을 피우며 마치 그런 유치한 시절은 없었다는 듯이 구는 고등학생 아들도

험난하고 힘든 쓰나미 같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을 보냈는지라 그 나이의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질풍노도시기를 넘어 왕따, 자살, 우울증등 갈수록 심해지는 청소년들의

정서적 불안과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인 현호, 지혁, 태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네에 살아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같이 다니는 삼총사다. 세 친구는 자기들끼리만 있을 때에는 서로의 이름을 

세례명 붙여 부르듯 한다. 만능 운동가인 지혁은 스포츠맨을 줄여서 스맨지혁, 컴퓨터

게임왕인 태수는 잘 웃지 않는 우울한 성격이라고 멜랑콜리에서 따온 멜코태수, 조용한

성격에 외국어를 좋아하며 뭐든 어느 정도 잘하는 현호는 지니어스를 줄여 지니현호라

부르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 처럼 하루하루를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다시 학교로 학원으로

쳇바퀴돌듯 생활하던 삼총사에게 변화가 생겼다. 멜코태수가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공부해! 숙제했어? 성적은 시험 아니야? 학원 가! 과외 할 시간이야! 이 오종 세트로만

자신의 존재가 확인될 뿐이라며 새벽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울었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며, 자신의 부모가 안아주지도 않고

손도 잡아주지도 않는다며 사람 품에 안기고 싶다며 태수는 울부짖는다.

 

친구들조차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태수의 행동때문에 지혁과 현호는 상처를 받지만

마음속 구멍을 숨기기 않고 도와달라고 외치는 태수가 오히려 용감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가족들의 도움과 친구들의 우정으로 태수는 멜코태수에서 환의와 기쁨을

뜻하는 조이태수로 이름을 바꾸며 웃음을 되찾는다.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처럼 누구나 걸리기 쉽고 치료만 제대로

하면 쉽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사회로 인해 우울증은 성별과 연령의

구별 없이 발생하지만 과도한 입시준비로 청소년 우울증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가슴이 아프다.

 

나의 열다섯살을 돌이켜보면 치열하게 나의 존재에 대해 자문했던 시기로 기억하고

있다.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내가 왜 태어났는지, 진정한 정의가 있는 것인지

철학적인 질문으로 가득찬 시기였다. 자아정체성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했던

나의 청소년기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공부에 찌들려 다른 것들은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저 지식축적에만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큰다'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아픔도 필요하다.

청소년기의 정서적 혼란를 딛고 나면 성숙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긍정적 사고와 자아정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힘들다.  관심과 애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고민에 귀기울리며 마음을

읽어가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우리 어른의 몫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정하고

따뜻하게 손을 꼬옥 잡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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