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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락 - 공부의 신을 이기는
김찬기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EBS 프로그램 중에 <공부의 왕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올리는 학생들의 공부비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가 고등학생이니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본다. 내 아이에게 적용할 만한 공부비법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보지만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 특별한 비법이 없다는 거다.
그들이 거두는 특별한 성적은 항상 평범한 방법이었다. 나만의 자기주도 학습법으로
공부습관을 들여 꾸준하게 성실히 공부했다는 거다. 이 방법이 최선인 줄 알면서도
평범한 엄마인 나는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웃거리게 된다.
<공부의 락>을 쓴 김찬기군도 그랬다. '척수성근위축증'이라는 아주 생소한 병명을 가진,
지금 의학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학생이지만 자기만의 공부법으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특별한 학생이다.
이미 <공부의 왕도>에서도 장애를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극복해나가는 비범한
그의 능력을 보았기 때문에 책을 냈다는 소문에 꼭 읽어보려고 생각해왔다.
방송에선 나오지 않았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자세한 공부방법 같은 것들은 유용한
정보였지만 역시 내 마음을 끈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뒤로 숨지않고 정면으로 부딪혀
도전하는 당당함이였다.
장애를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찬기군은 장애를 핑계로 적당히 살아가거나
다른 장애을 가진 많은 사람들처럼 남의 눈에 띄지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것을 거부한다.
오히려 장애의 불편함을 자신을 위한 시간이 더 많아져 언제든 맘껏 책을 읽을 수 있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는 긍정적 장점으로 바꾸어버렸다.
장애를 극복한 것도 대견스럽지만 찬기군이 무엇보다 남다르다 라고 생각한 것은 '나눔'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에게 도움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장애인은 무조건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는 걸 깨닫고 자신도
남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지식으로 남을 도우며 살기로 결심한 후 고등학교 떄부터
결손 가정 아이들과 소녀소녀 가장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치며 동기부여와 공부의
락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 책을 내게 된 까닭도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슴에 홀씨처럼 날아가 열정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우길 바랬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또 나의 눈을 끈 것은 책 중간중간에 찬기 어머님이 쓰신 '찬기 Mom Talk Talk' 코너였다.
자기주도적 공부를 하는 공부달인들의 공통점은 그 뒤에 훌륭한 부모님이 계셨다는 거다.
묵묵하게 아이들을 믿으면서 꾸준히 관심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조력자로서,
버팀목으로서 부모들이 늘 같이 했다.
찬기 어머님도 마찬가지였다. 책 속에는 쉽지 않은 장애아를 키우면서도 세상의 편견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자주적이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훌륭한 청년으로 키운 정성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특히 자녀에 대한 편견은 대부분 부모가 만들기 때문에 장애가 없는 경우에도 자녀는
부모가 만든 편견으로 얼마든지 힘들어할 수 있다는 말은 가슴에 쿵하고 돌 하나를
얹은 기분이었다.
'내 아이는 더 잘할 수 있어.', '내 아이는 남들보다 더 뛰어나야 해.' 라는 마음이
부지불식간에 내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자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보다는 늘 더 낫기를 원했던 마음을 누르고 묵묵히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주어진 조건을 극복해
나가며 최선을 다하는 찬기군의 도전이 계속되길 바라며,
찬기군이 남긴 키워드- '공부의 락,도전,희망 그리고 꿈'-를 내 아이에게도 전해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