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먼 여행 아시아 문학선 2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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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면 떠오르는 것들?

요가와 명상의 나라, 흰두교, 카스트제도,간디나 네루같은 지도자들, 타지마할, ‘슬럼독

밀리어네어’, '세 얼간이' 같은 인도영화들, 그리고 카레..

이렇듯 내가 생각하는 인도에 대한 이미지는 일반적인 관심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행 좀 했다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동경의 나라이고,

가본 사람들은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한다.

 

낯설음과 이질감. 이 두가지가 나에게는 인도로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데 인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그 낯설음과 이질감때문이라고 하니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고 하니 인도를 여행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책을 통해서라도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단편적인 인도에 대한 생각을 매력적으로 조합하여 인도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하고 집어든 책이 바로 인도작가인 로힌턴

미스트리의 <그토록 먼 여행>이다.

 

이 책은 페르시아에서 건너와 인도에 뿌리를 내린 조로아스터교도의 후예인 파르시

출신의 구스타드 노블 가족 이야기를 기둥줄거리로 삼고있다. 시대적 배경은 파키스탄

공군이 인도 공군 기지를 선제 공습하면서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일어난 1971년

전후다.

 

처음부터 이 책은 막막했다.

조로아스터교 ( 예전에 세계사시간에 배화교라고 배웠던 기억,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자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를 독일어로 부르는 이름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다. ), 쉬브 세나, 마라타 등 낯선 용어들이 나오는 통에 노트에 하나씩 적어가며

인터넷으로 검색하느라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역사를 좀 알아야 할 듯하여 일단 책을 접고 인도역사를 훑어보았다. 미흡하지만

어느정도 인도에 대해서 알고나니 훨씬 책 읽기가 수월해지고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은행에 다니는 구스타드 노블에게는 주술적인 힘을 믿는 부인 딜나바즈, 뛰어난

성적으로 인도 최고의 명문대학인 IIT 에 (예전에 본 '세 얼간이'영화도 이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 합격했으나 예술을 하고 싶은 첫째 아들 소랍, 아버지가

싫어하는 집안의 딸을 좋아하는 둘째아들 다리우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몸이 약한

막내 딸 로샨이 가족이다.

어느날, 같은 아파트에서 가족처럼 지내다 갑자기 사라진 친구 지미에게서 편지가 온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100만루피 돈을 몰래 은행에 숨겨야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되고, 결국 친구 지미는 권력층의 음모로 끝내 죽게 된다.

100만루피가 얼마나 큰 돈이길래 구스타드가 놀랬나싶어 찾아봤더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해 2천만원정도였다. 1971년때 화폐가치를 따지면 2억정도 되는걸까?

책 내용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인도에 대한 이모저모(인도화폐가 루피라는 것도 새롭게

안 사실)를 알아가는 재미로  책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인디아 간디시절에 암울했던 1970년대를 결코 몰랐을

것이다. 기껏해야 굽타왕조정도나 알고있었던 인도역사에 대해 전쟁과 독재로 얼룩져

파란만장했던 인도 현대사를 알게 되었다. 의외로 우리나라 현대사와 비슷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동질감도 느꼈다. 독재자가 휘두르는 절대권력에 희생된 국민들이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였다. 

 

절대권력을 누리는 정부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들에 의해 장악된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밝히고 있는데 특히 이 대목이 인상적이였다.

 

'신문에서 읽는 건 뭐든지 먼저 둘로 나눠야 해. 왜냐하면 절반은 소금하고 후추니까.

남은 반에서 10퍼센트를 빼.그건 생강하고 마늘이야. 그리고 글을 쓴 기자가 누군지에

따라서 5퍼센트를 더 뺴.그건 고춧가루야.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불필요한 양념과

선전에서 자유로운 진실에 도달하게 되는 거야'

 

그러나 이 책은 구스타드 생활 속에 위트와 유머를 심어놓아, 국가에 의해 희생되는

개인의 삶이나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정부의 비판이라는 소재를 무겁지 않게 해준다.

그래서 '어째서 기적과 불행은 항상 손을 잡고서 찾아오는 걸까?'라고 구스타드 말했듯

 절망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끝내 희망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꿋꿋함이 더

감동스럽게 와닿는다.

 

이 책 한 권 읽었다해서 인도에 대해서 갑자기 해박한 지식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왠지

인도가 내 마음속에 좀 더 가까운 나라로 인식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늘 신문을 보다가 '인도 이틀째 블랙아웃이라 인구 절반 6억명이 고통'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예전같으면 헤드라인만 보고 대충 넘어갔을 기사였지만

오늘은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이 소설의 배경인 뭄바이도 정전이라는 걸 보니 구스타드

집에서 로샨의 생일파티 날 정전으로 어둠속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인도는 더 이상 나에게 낯설고 이질적인 나라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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