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 전세계 엄마들의 사생활
피터 멘젤, 페이스 달뤼시오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어느새 내가 엄마가 되어있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거야'라고 자신있게 외치던

내가, 엄마보다 멋지고 즐겁고 풍요로운 삶을 꿈꾸던 내가 엄마와 꼭닮은 삶을 살고

있는걸 느낄때는 깜짝깜짝 놀란다. 오만했던 나를 꾸짖는 듯  '엄마만큼 살기도 힘들지?'

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상 사람들 중에서 절절한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엄마들은 모두 몇권의 책으로도

다 담을 수 없는 사연들이 넘친다. 엄마의 1절,2절 끝없이 이어지는 고장난 테이프처럼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신세타령에 절대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지만,

나도 툭하면 아이에게 '너 키우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드라마를 만든다면 24부작이야.'

하며 주절리주절리 읆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사연많은 세상 엄마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알바니아, 부탄,쿠바,  

이스라엘,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일본, 미국 등 세계 20개국 나라들 중에서 각 나라에서

평균이라 할 만한 가족을 골라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나이, 자녀수, 교육정도, 직업같은 일상적인 질문외에 바꾸고 싶은 것, 개인적인 꿈,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여성, 가장 귀하게 여기는 물건 같은

내밀한 이야기도 나눈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들의 삶을 더 밀착해서 보기 위해, 남성 중심적인

편견이 스며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자, 통역자를 모두 여성으로 구성하는 섬세함

덕택에 내면에 간직해온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세상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세상 그 누구의 삶이든, 경제적

으로 풍요롭든 부족하든,  많이 간과되고 무시되어 왔든, 모든 엄마들의 삶에는 위대한

드라마와 가치가 담겨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열여덟에 납치되어 어쩔수없이 강제결혼한 에티오피아 제네부,

엄마에게 버려졌기 때문에 절대 내 아이에게는 다리 밑에서 살지라도 아이들과 함께 할

거라는 브라질의 마리아나,

학교에 다녀 본 적이 없어 글도 모르며 자신의 생일도 모르고 아이들의 생일도 모르는

인도의 미시리,

남편에게 또 한명의 아내가 있지만 두 가정을 관리하고 공평하게 일을 분담해서

평온하게 가정을 이루고 있는 말리의 파마 등

그들이 처한 사회적 , 경제적 환경이 모두 다름에도 세상 엄마들은 공통점이 많았다.

일을 더 많이 오래 일하고도 더 적은 돈을 받고 있었으며,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여성들이 많았으며, 자녀를 키우는데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엄마들의

책임으로 부담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자식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자신의 일들을 하며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즉 세상 모든 엄마들은 자식들이 자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고 있었다.

 

우리엄마도 그랬을거라는 생각에 괜시리 눈시울이 불거졌다. 세계 여러 지역의 엄마들의

모습을 닮고 있지만 엄마들의 얼굴은 똑같다는 걸 느꼈다. 고단한 삶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가정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항상 행복한 쪽을 봐요.그러면 모든 것이 순조롭죠" 라고 말하던 태국의 부아펫의

말이 책을 덮고도 한동안 내 귓가에, 그리고 마음에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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