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늘 그렇듯 책 제목은 중요하다. 사람과 만날을 때도 첫인상이 그 사람을 판단하듯

책 제목 또한 얼굴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도발적인 책 제목탓에 이 책은 시선을 붙든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감각적인 제목과 달리 이 책의 내용은 전혀 도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책의 매력은 독특함에 있다. 제목만 보고서는 어떤 책인지 감이 안왔지만 일단

책장을 넘기자 기발한 책 구성에 매료되었다.

작가는 '수집'을 기록했다고 한다. 마치 찰스 다윈이 5년동안 비글 호로 항해를 하면서

자연공간의 단편들을 수집한 결과를 기록하여 '종의 기원'이라는 위대한 책을

출간했듯이 그도 5년동안 킨들(kindle) 호를 타고 다니면서 인문공간의 단편들을

수집한 것을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엔 킨들 호가 뭐지? 하다가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를 의미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가 말하는 인문공간의 단편들이란 셰익스피어와 칸트, 마크 트웨인를 비롯한

인류의 모든 위대한 저자들이 쓴 고전과 영화 등에서 발췌한 인상적인 글귀였다. 그것을 

그가 정한 6가지 주제인 Money, Life, God, Art, Statecraft, Anxiety로 나누어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인 것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이 뭐냐하면 가령 Life 부분에선

'누가 인생이 공평하대? 어디 써 있어?' 라는 시나리오 작가인 윌리엄 골드먼의 말에

이어 '인생이 아무 조건없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 줄 의무는 없다'는 소설가 마가렛

미첼의 말이 이어지고  SF작가인 레이 브레드버리의 '얻는 법을 배우기 전에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 말이 이어지는 식이다. 

 

“나는 좋은 책은 대게 하나의 독창적인 생각이 있고, 대부분은 한 문장으로 표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각각의 사람들이 한 말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한 사람이 말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사실 읽다보니 어떤

부분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들을 적절하게 전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도록

수만권을 들춰보고 들춰본 그의 인내와 끈기에 내용을 떠나서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여기에 인용된 사람들만 해도 272명(그 중엔 작가의 딸인 민희도 포함되어 있다.)이고

700여개의 글귀가 인용되었다고 하니 작가가 그동안 읽은 책들이 얼마나 방대한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그 밖에도 작가는 또 하나의 독특한 구성으로 책을 꾸몄는데 마치 위대한 인물들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듯한 특이한 방식이다.

 

세상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세상?

다섯 살짜리 우리 딸도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  - 엘리엇 부

 

 

지혜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모든 책들은 잠자는 폐품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에 지칠 때, 짜증, 교만, 꼼수 따윈 없는 죽은 이들을 벗 삼아라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죽은 자와의 대화가 더 가치 있는 순간이 있다. - 엘리엇 부

 

 

책에는 도덕적 구분이 없다.

잘 쓴 책과 못 쓴 책 만이 존재할 뿐.  - 오스카 와일드

 

자기는 항상 잘 써!   - 엘리엇 부

 

우리가 흔히 명언이라 일컫는 말을 듣다보면 한번쯤은 반박하고 싶을 때도 있고

공감할때도 있다. 그렇게 구시렁 거리던 것들을 작가는 과감하게 수면 위로 끌어내어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인다. 가벼운 말장난같은 것들도 있지만 다른 사고,

의외의 통찰력을 살펴볼 수 있는 뼈 있는 말들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라는 알베르 카뮈말엔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 커피숍이 어딘지 좀 알려주삼 - 엘리엇 부

 
이런 독특한 구성이 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유로 
가득찬 작품을 쓴다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다. G.K.체스터튼 말처럼
멋진 책은 다 읽은 후에 작가가 엄청 친한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벌써 다른 작품이 기대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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