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갯벌
오준규 지음 / 계간문예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몇년 전에 가족들과 함께 강화도로 갯벌체험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갯벌에 살고있는

게와 조개를 맘껏 볼 수 있다는 말에 신이 난 아이와 함께 강화도에 도착하니 행사를

주체한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조개등을 채취하는 체험이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라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잠시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갯벌 생물을 장난감으로 여기고 생명이 사는 갯벌을 놀이터로 여기는 기존의 체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조개를 채취하는 대신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한줄로 이동하면서 맨발로 갯벌의 감촉을 느껴보는 갯벌 느끼기 체험을

시작했다.

갯벌 생물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딛으며 맨발에 느껴지는 말랑말랑한 갯벌의

감촉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듯했다. 갯벌이 살아있음을, 그 속에

깊이 숨어있던 무수한 생물들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그처럼 적나라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갯벌이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생명의 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뜻깊은 경험이였다.

 

그런데 그런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평택항, 여수 율촌산업단지

등의 건설로 이미 대규모 갯벌이 사라졌다.

오준규 작가는 새만금 개발사업으로 사라져 버릴 또 하나의 거대한 갯벌에 주목했다.

그래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서서히 죽어가는 서해 갯벌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오만한 인간의 행동이 빚어내는 불행의 기록을 한컷 한 컷 담아 사진집을 낸 것이다.

총 6장으로 나뉘여 있는 이 사진집은 제목만 봐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고스란히 유추할 수 있다.

1.사람들이 떠난 적막한 바다는

2.아름다웠던 갯벌의 빛깔은 서서히 제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3.자연의 황폐함은 인간의 황폐함과 직결된다.

4.남겨진 것들

5.몸을 낮추고 보니

6.버릴 수 없었던 삶의 터전

 

갯벌은 어민들의 생계터전이다.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고 갯벌을 벗삼아

살았던 어촌의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어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고 있다.

 

 

 

한창 개발중인 새만금. 이제 이 곳은 갯벌이 아닌 거대한 인간의 문화가 세워질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한번 사라진 갯벌은 다시 만들어지는데 수백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조망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아름다웠던 갯벌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갯벌은 싱싱한 조개를 토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두 입을 벌이고 생명을 잃어버린 모습들 뿐이다.  갯벌과 함께 수많은 생물이 사라져

버렸다. 한번 사라진 생물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사람도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갯벌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을까? 아니 또 어떤 풍경들이 사라져 갈 것인가?

언제까지 개발을 앞세워 환경을 희생시킬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갯벌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원인데 이제 아이와 손잡고 갯벌을 걸어가는

모습은 영영 다시할 수 없는 추억의 산물이 될지도 모른다.

 

 

좋은 사진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구구절절 설명이 없어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에 귀 기울이라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사진마다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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