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20대엔 누구나 한번쯤은 독립을 꿈꿀것이다. 그 꿈을 실현한 행복한 사람도 있겠지만

여전히 꿈으로만 간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나만의 공간과 생활을 꿈꾸었지만

결국은 혼자살기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은 화려한(?) 독립에 대한 갈망을 풀어줄 거라는 희망에 차서 읽기 시작했다.

 

일단 이 책은 유쾌하다. 도쿄에서 혼자 살아가는 30대 여성의 사소하고 아기자기한

생활이 재기발랄한 그림과 맛깔스런 글로 혼자살기의 즐거움을 보여준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목욕을 할 수있고, 마음대로 사람을 초대할 수도 있고, 낮잠을

방해 받을 일도 없고, 큰소리로 콧노래를 맘껏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실컷 울기도 하는 등 어쩌면 별거 아닌것 같은 작은 일에 기뻐하며

화려하지도 않고 거창하지만 않지만 자유로운 혼자살기의 즐거움을 전한다.

 

또한 혼자살기 5년차의 경험으로 터득한 삶의 지혜와 실질적인 노하우도 가득들어있다.

밥을 지을 때 한 번에 많이 해서 냉동실에 저금해 놓고 먹는 방법이나, 혼자 먹는 끼니를

행복하게 챙기는 요령들과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50엔짜리 동전을 모으는

돼지저금통을 키워나가는 것 등 혼자살기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팁들도 매력적이다.

 

혼자살든 결혼생활을 해서 가족과 살든 생활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인지

공감가는 부분도 많다.

가령 식사 메뉴를 고를 때는 그날 싸게 살 수 있는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기본이라는 것과 각 슈퍼들이 반값세일하는 시간을 모조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과

반값스티커가 붙어있는 물건은 봉투 안쪽에 담는 다는 소심하고도 생생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바게트 빵을 사고 나왔을 때 멋쟁이 파리지앵이 된 것 같다는 부분에선 완전

공감되면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바게트빵을 사면 일부러 자르지 않고 시장바구니에

삐죽히 나오게 하고 이런 날은 터벅터벅 거리며 다닐게 아니라 플레어스커트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하며 구시렁거리는 내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살기를 철저히 즐기는 모습에 부러움을 품다가도 가끔은 쓸쓸한, 그런

'혼자살기 5년차' 이야기엔 괜시리 울적해지기도 했다.

열심히 요리를 만들어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고 누구에게 칭찬받을 일도 없이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한다거나, 집에 가도 깜깜하고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 가족에게

의지할 수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등 그 중에서도 아플때에도 바로 누울 것이

아니라 미리 슈퍼에 가서 장을 봐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 둔 뒤 누워야 하는

`드러눕기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엔 혼자 산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핑크빛 로망을 꿈꾸던 나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일깨워주었다. 

스스로 먹을 죽을 끓여야 하는 서글픔,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것들은 혼자살아보지

않으면 겪어보지 못할 일들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져 가는

작가의 변화된 모습은 무척 사랑스럽다. 일본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여자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만만한 사회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꼭 호화롭고 근사하게 꾸며야만 혼자 살기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닐것이다. 설령 특별한

것이 없더라도 오롯이 자기만의 공간을 영위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은

혼자살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좌충우돌할 어려움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작가의 책들을 검색해보니 혼자살기 5년차의 후속작으로 혼자살기 9년차의 책도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나와있었다. 혼자살기 1년차와 5년차의 변화된 모습 비교도 

즐거웠는데 달인의 경지에 오른 9년차의 모습은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물론 여전히 소소한 하루하루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독립을 꿈꾸는 여성들을 위해 알토란

같은 즐거움을 전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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