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10도 -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
엘리자 그리즈월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정답은 이들 나라가 모두 위도 10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위도 10도는 적도에서

북으로 약 1,126킬로미터 까지를 수평으로 이은 띠로,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충돌이

빈번한 전선이다. 세계 13억 이슬람교 신도 중 절반이, 20억 기독교인 중 60%가 위도 10도에

산다고 한다.

 

저널리스트인 엘리자 그리지월드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충돌하는 분쟁의  현장을 직접

걸으면서 취재한 '사실'들을 기록한 책이 바로 '위도 10도-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안락과 부만 추구하는 현실 속에서도 시대와 역사의 그늘 안으로

뛰어드는 저널리스트들이 존재하는데 저자도 그 중의 한명이다.

이런 책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나 나라에 따라 저자의 시각이 편협해지기도 해서 객관적일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성공회 사제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능한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한 채 진실과 실체를 고발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인들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죽이고 죽는 비참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끝도 없이 나온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08년에 선거를 두고 충돌이 빚어져

무슬림과 기독교인 수백 명이 죽었으며, 2009년에도 최소 300여 명이 더 목숨을 잃었으며

옐와 라는 도시에선 2004년 무슬림이 교회에 불을 지르고 78명의 사람들을 살해하자 

기독교인들이 보복 공격을 감행해 무슬림600명이 학살을 당했다는 이야기등 잔혹한

실상이 나낱이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교와 기독교라는 종교의 이름으로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러한 종교적

갈등이 단순한 문명 간의 충돌에 의해서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표면에 드러나

원인 밑바탕에는 영토와 수자원, 석유와 기타 자원을 둘러싼 패권과 갈등이 얽히고 설켜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지리적 요인도 종교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하라 사막이

남쪽으로 확대되면서 모래언덕이 농가와 방목 지대를 삼키자 북방에 살던 무슬림은 가축과

더불어 남방으로 터전을 옮겨야 했고, 결국 농업 사회를 이루고 살던 기독교인들과 충돌하게

된 나이지리아와 수단의 예를 들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미국의 그레이엄 목사를 비롯한 '복음주의'로 포장된 미국 기독교(개신교)

근본주의 세력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공격적인 선교를 폄으로써 지역 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위도 10도에서 40도에 이르는 지역에 사는 27억 인구를

모두 기독교도로 만든다는 이른바 '10/40 창' 복음화 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종교 분쟁의 원인에 대한  분석을 읽다보니 그동안 단순한 종교적 싸움이라고

생각했던 지구촌 분쟁에 대한 시각이 달라짐을 느낀다. 이 책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종교와 정치가 어떻게 서로를 이용하는지 알게된 사실이 불편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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