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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평점 :
우석훈은 생태경제학자이다. 처음엔 생태경제학자라는 생소한 직함보다도 생태학과
경제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관심이갔다. 경제 발전으로 환경이 오염된 반면에
생태학은 자연보호에 앞장서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쓴 글을 보다보니 생태경제학이 생명의 재생산 즉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이
어떻게 국민경제라는 틀 내에서 재생산되며 경제로부터 영향을 받고, 다시 경제계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학문이라는 것, 당대 투자자의 가시적 이익보다
다음 세대의 건강한 생명을 염두에 두고 협동진화를 하자는 거라고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이해하고있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경제,사회,문화,생태의 영역을 넘나드는데 이번에 들고나온
것을 문화다. 이 책은 문화를 경제학 논리로 접근한다. 방송,출판,영화, 공연,음악,
스포츠 등 각 문화분야의 현실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수백명의 문화계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현장감을 주는 그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다양한 데이타와 통계로 이루어진
조사내용을 들려준다.
우석훈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적어도 대안도 없이 문제만 던져주고 침묵하지 않는다는
거다. 흔히 이런 사회적 병리를 건드리는 책중에는 문제점만 나열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문화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문화산업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롭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문화예술분야는 요즘 열풍처럼 불고있는 서바이벌 및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듯이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하는 영역이지만 그만큼 승자독식의 양상이 강한 세계다.
그런 그들에게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스스로 판단하게끔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젊은이들이 최소한 밥은 굶지 않도록 하는게 기성세대가 할 일이라며
우울하고 참담하기까지한 현실을 그대로 내보인다.
이런 현실의 근본적 원인은 “문화를 팽창의 논리로만 보았지, 재생산의 눈으로는
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진단한다.
화려할 거라는 선입견과 즐기면서 돈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인 영화나 TV 분야의
현실도 빛좋은 개살구처럼 속은 곯아있어 가난과 아픔들이 곳곳에 배여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내놓은 다양하고 독특한 대안들도 흥미롭다. 가령 TV 드라마와 관련해
현장 제작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대안으로 보조금을 제안한다거나 지역드라마를
양성할 것을 제안한다. 부산 청년의 가슴 떨리는 사랑, 울산 노동자의 일상적 삶등
작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어 이를 지역 팬심으로 이어가면서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거다.
열악한 영화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뒤에서 5등’인 고등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쥐어준다는 이색적인 방안을 내놓는다. 공부와 담쌓은 아이들에게 교육과 지역
예산으로 장비를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단편영화 한두 편을 만들게 한다면 교육적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고 영화계에 좋은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또한 그는 문화 생산자 혹은 문화 기획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다.
'협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 보라고.고독한 천재형보다는 협업에
익숙한 사람들이 자기 재능을 발휘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협업에 익숙해지기. 다른 어떤 대안보다 문화로 먹고살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