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레네 - 홀로코스트에 맞선 용기와 희생의 기록
이레네 구트 옵다이크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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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로도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가 여기 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태인은 무려 6백만명에 달한다.
인류 역사상 이처럼 잔혹하게 인간이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간 적은 없었다.
이 책은 그런 아픔으로 얼룩졌던 시절을 배경으로 독일과 러시아에 짓밟혀
나라을 잃어버렸던 폴란드 소녀 이레네 구토브나의 이야기이다. 

폴란드 동부 코지에니체에서 태어난 이레네 구토브나는 간호학교에 다니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을 맞았다.  독일과 러시아가 폴란드를 유린한 것처럼 꿈 많던
17살의 이레네는 의지와 무관하게 전쟁의 소용돌이속에 내동이치게 되었다.

독일군 장교식당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어느날 창문을 통해 게토에 강제 이주된
유대인들에게 나치 친위대원들이 총을 쏘아대는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레네는 음식물을 담은 상자를 게토
담장 밑에 몰래 갖다놓기 시작했다. "유대인을 도와주는 사람은 누구든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라는 경고도 그녀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독일군 부대를 따라 테르노폴 온 그녀는 그녀가 일하는 장교숙소의 세탁실에서
인근 유대인 수용소에서 동원한 열두 명의 남녀 유대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에게 몰래 음식을 갖다주기도 하고 나치 장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정보를 전해주는 등 본격적으로 유대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녀 나이 스물 한살.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4년이라는 시간은 학교를 다니거나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는 데 보내졌거나 직업을 갖고 일에 몰두하거나
다른 수백 가지의 가능성을 위해 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는 죽기 전에 가능한 한 독일인들의 계획을 많이 좌절시켜야 한다는 소원과
희망을 품게 되었다.

“독자들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유대인들의 탈출을 돕거나 독일군에 맞서 싸우는
레지스탕스 대원이 된 것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누구나 시작은 미약하다. 나의
싸움은 게토의 담장 밑에 음식을 가져다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게토의 담장 밑에 음식을 갖다 놓는 그 사소한 행위보다 더 위험한 일을
시작했다. 여섯명의 유대인들을 나치 몰래 숲으로 탈출시키기도 하고, 나치 장교의
가정부로 일하게 되면서는 유대인을 그의 집 지하실에 숨기고 독일이 항복할
때까지 그들을 보살펴 살아남게 만들었다.

자신도 전쟁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에 맞서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옳은 일을 선택했던 이레네는 특별한 사람, 위대한 영웅이다. 

사람을 짐승처럼 대했던 나치의 유태인 말살 정책이 극에 달하던 시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많은 유대인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이레네의 행동 하나 하나는 아무리 얼어붙은 시대라도 역시 사람만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신념을 따랐던 그녀의 강한 의지가 
묵직하게 가슴을 울렸다.

처참한 진실이 그대로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애써 외면하고픈 그 이야기지만 기억해야 할 아픈 진실을 재현하고 있다.
때로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특히 어린 아기를 총으로 쏘아죽이는 장면에선
여러번 마음을 진정시키며 읽어야 할만큼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진실을 담고 있다.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존위기에 처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었을까?"
"가치있는 일이라면 내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렇게 했을까?"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모범답안이 있지만 이레네처럼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든것은 왜일까?

그래서 이레네처럼 역사 속에 가려진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어떤 것도 흉내
낼 수 감동을 주는가보다. 역시 실화는 힘이 세다. 그녀의 묵직한 진심이,희생이 책을
읽는 내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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