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패션기업 독일의 후고보스가 2차세계 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한 사실을
실토하고 나치 시절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노동자들에게 공식사과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나치 독일의 군복을 납품했던 후고보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장 옆에 수용소를
만들어 140명의 폴란드인과 40명의 프랑스 전쟁 포로들을 강제로 옷을 만드는
일에 동원하였다고 한다.  

미쓰이나 미쓰비시 같은 일본기업들은 이런 뉴스가 나오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생각이나 들까? 지금까지 보여주는 일본의
전범기업들의 행태를 보아서는 추악한 과거를 외면하는 자세를 고수할 것이다.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저지른 유대인 학살과 전쟁범죄 등 만행에
대해 후고 보스사의 예처럼 많은 기업과 단체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철저한 반성과
보상을 해왔다. 이에 비해 일본은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조치를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해본적이
없다. 강제노역뿐만 아니라 군위안부 동원, 대량학살등 전쟁범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다. 
 

일본이 철저히 외면하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집됐던 조선인 강제징용의 흔적을
찾아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재갑씨가 15년 동안 후쿠오카, 나가사키, 히로시마,
오사카, 오키나와 등 일본 곳곳을 답사하여 사진으로 담아 만든 책이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이다.

조선인 강제 징용 노동자들의 한이 서린 군부대 진지, 탄광, 비행장, 통신 시설,댐,
광업소 등 일본 방방곡곡을 답사했다. 일본 땅 어느 곳이든 그러하겠지만 재일
조선인 강제징용의 사연이 숨어 있는 지역을 답사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치되고 사라져 버린 것들이 많고, 설령 남아
있더라도 형태나 모양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고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어느 두꺼운 책보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다. 사진 한장, 책장 한장 넘길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아파서 어느날은
한장도 채 읽지 못하고 덮은 날이 많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 책을 읽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워지고 잊혀진 기억을 하나하나 들춰낼 때마다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끊임없이 남겼다.
 

일본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 가문의 아소 탄광에 강제징용된 1만명 가운데 절반은
굶주림과 중노동을 이기지 못해 숨지거나 탈출을 감행했다는 이야기 ,
해저 탄광 침수사고로 목숨을 잃은 조선인 134명의 유해를 품은 야마구치현
우베 탄광, 조선인이 산채로 시멘트에 생매장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히로시마
고보 댐, 오키나와 전쟁 당시에 흙 속에 판 참호중 대장이 사용했던 토굴에는
조선인 '위안부'가 같이 있었다는 사실등을 생생히 전한다. 
저자가 찾아간 일본 땅 어디에도 조선인의 피와 한이 서리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

저자의 일본 답사길을 안내했고,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 일에
평생을 바친 재일 한국인 배동록씨가 “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의 삶은 한마디로
표현된다. 현재 일본 내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철도 침목 하나가 조선인
한 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 말은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의 가혹한 삶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일제의 강제 병합 이후, 살아서는 나라를 빼앗기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고 
죽어서는 이름도 없이 묻혀 있지만 그들의 희생과 죽음에 대해서 제대로된
진상조사도 하지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요하다. 일본의 강제 징용이라는 아픈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작은 외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이 성공하는것은 선한자의  침묵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이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도 많은 것들에 대해 침묵하는 우리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사속에 그대로 묻어버리기엔 조선인 강제 징용의 진실은 서럽고 가슴아픈
상처이다. 이제 이에 대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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