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와인 가이드북
조병인 지음 / 북오션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유럽의 여름 햇살이 빚은 예술품인 와인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에 적합한

책이 나왔다.

 

예술작품이 그렇듯이 와인도 아는 만큼만 보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와인의 가치를 발견하려면 와인에 대한 내공이 필요하다.

'나의 첫번째 와인 가이드'는 그런면에서 초보자들도 쉽게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와인들을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서부터

살펴보며 와인의 종류와 쓰임새, 포도 품종과 경작요령, 와인 양조 과정,

와인을 마실 때 지켜야 할 에티켓, 와인의 등급 분류법,와인 레이블 읽는 법

등 각 분야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꼭 필요한 것을 일목요연하게

독자들 눈높이에 맞게 구성되어있다.

주요 와인 생산국과 산지에 따라 지도를 수록하여 지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사진과 도표 같은 시각적인 이해를 돕는 자료들도 적절하게

정리되어 있다.

 

와인에 대한 정보도 유용했지만 인상적인 것은 포도나무의 끈질긴 생존 본능

에 대한 이야기였다.

비옥하고 기름진 토양에서는 게으르고 나태한 습성을 드러내는 포도나무는

오히려 척박한 환경에서 질좋고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척박한

토양를  파고 내려가 자양분을 모아 줄기와 열매로 보내주는 강인한 근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바람이나 우박이 몰아쳐 치명적 타격을 입기도 하고 병충해가

찾아와 곤욕을 겪어도 굳건히 극복하고 충실한  결실을 맺는 것이  힘들고 고된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 강해지는 인간의 삶과 닮았다. 그래서 더욱 와인이

매력적인 가 보다.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는데 무수한 걸림돌

중에 하나는 용어다.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지 않은 술이기 때문이다.

디켄딩, 떼루아, 바디 그리고 와인의 레이블에 적힌 뜻 모를 외국어 이름들은

절망스럽게 만든다. 영어로 쓰여져 있는 것은 그럭저럭 읽는다쳐도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스파냐어,독일어 등으로 표기된 레이블은 암호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다.

 

이 외에도 와인을 접하다 보면 수많은 생소한 용어들이나 표현법들을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를 단지 지식적으로 다가가려 무작정 외우려하면 아마 머리가

터져버릴 것이다. 이 책을 읽어도 애석하게도 외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이름을 붙이는 몇가지 예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습득이 가능하다.

레드와인 이름에 제일 많이 나오는 샤토(Chateau)라는 용어. 포도원을

가르키는 말이다. 그래서 샤토 라피트-로트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마르고

등은 모두 포도원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지역이름을 와인의 상표로

사용하는 것도 많다. 샹파뉴, 코트-도르,보졸레 등은 프랑스내의 지역이름이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씩 와인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며 알고 나면

겉으로는 까다로워 보이지만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와인을 즐기기가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다. 와인의 또다른 맛은 드넓은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있으니까. 


 

가을, 깊고 그윽한 레드와인의 계절이 다가왔다. "산도와 바디의 조화가

훌륭하군","상큼한 꽃향기와 포도의 부케가 깨끗한 느낌을 주는걸"같은 근사한 

와인의 맛 표현법을 말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면 와인을 즐길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며 와인의 향과 맛에 취해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와인을 마시는 목적이다.

그냥 내 취향에 맞는 와인을 즐겁게 마시면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추억을

되새기며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와인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와인과 함께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





(이 서평은 북오션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