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 떠남에 서툰 당신을 위한 청춘 여행법
노동효 지음, 안시내 그림 / 나무발전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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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머뭇거리는 청춘들에게 말한다. 푸른 영혼일 때

길을 떠나라고. 마흔이 넘으면 그처럼 가난한 세계여행은 쉽지 않다고. 하룻밤

재워주거나 자신의 차에 태워주기는커녕 "그 나이 되도록 돈 안 벌고 뭐했냐?"

고 눈을 흘길 테니 말이다.

 

어쩐지 저자의 말에 길을 떠나지 못한 소외감과 서글픈 마음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가난한 세계여행을 떠날 수 없는 마흔넘은 아줌마이고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에 이미 익숙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내 영혼은 과연 무슨 색일까? 적어도 푸른색은 아닐 거라고 고개를 재빠르게

저어본다.

푸른색보다 채도가 낮은 카키색? 반짝반짝 빛나고 생기어리기보다는 안정감

있고 편안한 카키가 나에겐 어울리는 색깔인 듯 하다.

 

푸른 스물...저자가 떠났던 푸른 스물이라고 표현하는 나이는 <살아남은자의

슬픔>책에서 처럼 무언가에 심취해야만 하는 나이고, 또한 무언가에 심취할 수

있는 유일한 나이다. 하지만 내가 푸른 스물이였던 때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가?

저자가 떠남에 서툰 청춘들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길 위에서 인류의 사랑을

맘껏 받을 수 있는것이야말로 청춘의 특권'이라는 말에 무작정 그의 여행에

무임승차하였다.

여행을 시작했던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을 지나, 프라하, 바르샤바,베니스, 로마,

바티칸,이스탄불, 코니아, 이슬라마바드, 히말라야 훈자, 중국 산동반도를 거쳐

인천항까지 마치 저자와 함께 여행동무가 된 듯 지구의 반, 1만 6천 km

유라시아 대륙길을 공유하며,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탔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정해지면 중간 경로야 가다보면 이어진다는 우주를 질주하고

싶은 푸른 영혼과 모험을 떠나며 내내 기분 좋은 설레임에 가슴이 뛰었다.

될 대로 되라는 '케 세라 세라'를 '다 된다. 다 돼!'라고 고쳐서 외쳤던, 푸른

스물을 버티게 한 그의 주문을 같이 외우면서.

 

여행은 새로운 일상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의 여행기를 접하다보니 나의

해마 어느 부위를 건드렸는지 가보지도 못한 장소가 눈에 아련히 그려졌다.

그건 아마도 그의 여행 이야기가 영화와 시와 소설, 그리고 음악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프라하에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빙글빙글 나선형 계단을 오를땐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가 생각났고, 황금빛으로 물든 지중해에서 수영을 하다가는

영화 '언더그라운드'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으며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지날땐 '자살의 송가'라는 '글루미 선데이'를 기억했다.

 

 '사과 맛을 보기 위해서는 사과를 베어물어야 한다'는 판타스틱 캠프에서

만난 히피 할아버지,  수피교의 성지인 '코니아'라는 낯선 마을까지 이끈 사기꾼

노인, 낯선 이방인을 선뜩 자신의 집에서 재우며 '우리 모두가 친구'라는 관용의

종교임을 보여주었던 무슬림 무샤프,돈이 없어 티켓을 사지도 않은 채 무작정

오른 기차에서 친절을 베푼 노인까지.

여행의 신이 만나게 해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가슴에 남는다.

 

비록 푸른영혼이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여행기를 (여행기보다는 방랑기가 더

어울릴 듯하다) 읽다보니 나의 색깔을 바꿔놓은 것 같다.

경쾌한 푸른색에 편안한 카키색을 섞어 넣은 느낌?

 

단돈 200만원을 들고 그나마 100만원은 도둑맞아 잃어버린 그렇게 힘든

여행이었지만 저자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정해 왔던 많은 것들을 긍정하게

하고, 무의식적으로 쫓던 많은 것들을 버리게 했다”고 말한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나에게 전달된 걸까?

어쩐지 내 인생이 멋스러운 색깔로 채워진 것같다.

 

'여행자가 길을 떠나면 여행의 신이 어깨에 내려앉아. 그러니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라는 그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듯하다. 이내 저 멀리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여행의

신 발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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