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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그래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대체 뭘 말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뭘까?
꼼꼼하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에 남는 것도 없고 머리만 복잡하다.
역자인 권남희씨 말대로 이 책은 분명 미스터리물인데 '생과 사'를 주제로 한
철학책을 옮긴 것 같다고하니 쉽지 않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나의 무식함을 조금은 덜어보려는 작은 꼼수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뭔지 힌트를 얻을까해서 책 뒤에 붙은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지만 작가의 성의없음에 더욱 실망스럽다.
'아사미'가 왜 죽었을까 라는 물음에 그건 독자 여러분들이 정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나 '죽으면 되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냐는 말에 없다고
짤막하게 대답한 것이나 질문한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죽지그래' 이 책은 제목에 단번에 끌렸듯이 처음 시작은 그럴듯 했다. 다양한
인간상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 것이 있겠다 싶었다. 사건이나 배경 설명을 하지않고
단박에 주변 인물들의 코멘트 중심으로 이야기가 짜여있어서 미스테리소설같은
긴장감에 기대도 컸다.
'아사미'라는 젊은 여자가 죽었다. 살해되었는지 자살을 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다.
아사미와 네번을 만났다는 와타라이 겐야하는 남자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녀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을 한 명씩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녀와 불륜관계를 맺은 회사의 상사
그녀 옆집에 사는 29살의 시노미야 가오리
그녀를 빚 때문에 야쿠자에게 팔아버린 엄마
그녀와 내연관계였던 야쿠자 애인
그녀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하지만 이들은 아사미가 죽어서 슬프다거나 애도보다는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에 대한 신세타령만 늘어놓는다.
결국 겐야는 그들의 변명에
"그래.이봐, 그렇게 모든 것이 슬프고 힘들어서 미치겠다.그렇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 말이야, 정말로 어떻게도 할 수 없다면 살아갈 의미 따위도 없는 거 아냐?"
"그럼 죽지그래."
라고 말한다.
만남이 계속되고 대화가 쌓여가면서 이야기가 완성되가며 결국 아사미를 죽인 사람은
바로 겐야 하는 것이 밝혀진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의 불행을 남탓만 하는 사람들에게 '죽지그래'라는
무시무시하고 극단적인 말을 함으로써 자기 반성을 하라는 이야기인것 같은데
그다지 공감가진 않는다.
그냥 슬프면 울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기분 나쁘면 기분나쁘다 하고, 속상하면
남탓도 하고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게 더 건강한 삶이 아닐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취업이 안되는 게 본인탓만 있는가? 사회적 책임도 있는 거다.
진급도 못하고 쥐꼬리만한 월급이 받으면서도 사표를 던지지 못하는 건 가장으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면 울고 있는 사람을 보고 동정하고, 삐뚤어진 놈을 보면 한대 쳐버리고 싶은
생각도 하지 말라는 건가?
그런것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살기 싫다는 건가? 죽으라는 말을 무책임하게
던져도 되는 건가?
오히려 빚때문에 야쿠자에게 팔려는 엄마에게 한번도 저항을 안하고(도대체 중세도
아닌데 이게 말이 되는가? 게다가 돈도 있으면서) 강간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도
안하고 직장상사와 불륜을 해도 전혀 죄책감도 없는 아사미가 나는 더 이상하다.
이런 현실에도 불행하지 않고 슬프지도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다는 아사미가
더 낫다는 말인가? 누가봐도 불행한 삶인데 악 소리 하나 지르지 않고 행복했다는
아사미가 이상한거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죽지그래'라는 비정한 말을 내뱉을 자격이 겐야에게
부여한 사람이 있는가? 다른사람을 단죄할 당위성이 있는가? 그 자신은 목표도 없고
사회적 책임감도 없이 살아가는 니트족이면서....더구나 사람을 죽였으면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