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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사람 - 소믈리에 이준혁이 만난 15명의 명사들
이준혁 지음, 김문정.전재호 사진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바야흐로 와인의 시대다. 고급 기회식품에서 생활속으로 깊이 침투한 와인의 대중화는
와인 애호가들을 늘게 하고 와인 서적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와인열풍에는
와인 만이 가진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와인은 다른 것들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레드와인의 쌉쌀하면서도 텁텁한
맛은 기름진 스테이크와 만나면서 입안의 기름기를 닦아주며 더욱 입맛을 돋구고,
알리오올리오같은 파스타에는 깔끔한 화이트와인이 향취를 더한다.
거기에다 와인은 같이 마시는 상대방과의 추억을 돋보이게 만든다.
이 책은 바로 책 제목과 같이 와인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배우 배용준은 추천의 글을 통해 "수많은 와인을 접하고
나서야 와인을 즐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됬다. 와인을 한 병
오픈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와인은 함께 마신
사람들과는 추억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된다." 고 말한다.
<와인과 사람>은 소믈리에 이준혁이 배우 배용준을 비롯해 임수정, 김현중, 최강희,
백윤식 등 연기자, 첼리스트 정명화, 영화감독 이준익, 발레리나 김주원, 사진작가 배병우,
만화 '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 등 저명한 15인의 와인애호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와인에 비유하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속에 담긴 삶의 향기를 감칠맛나게
담았다.
일단 이 책을 읽기 위해 감미로운 커피향이 모락모락라는 커피잔( 와인을 마셔야 하는데
마실 와인이 없어서)을 앞에 두고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베란다 창가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반쯤 기대앉았다. 책을 읽다보니 와인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향에 취하고 색에
반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보인다.
저자는 인터뷰이의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는 와인을 선택해 함께 마시며 그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예를 들어 가장 사랑스러운 배우인 최강희에게는 가장 달폼한 디저트 와인인 '에곤 뮐러
샤르초프레르거 리슬링 트로켄베렌아수스레제'를 매치하고, 한 마리 백조와 같이 청초한
발레리나 김주원에겐 순수하고 깨끗한 화이트 와인의 전설인 1996 '도멘 J.F. 코슈 뒤리
코르통 샤를마뉴'를 , '지상 최고의 와인'으로 불리는 '2005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로마네 콩티'는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대표 배우 배용준에게 가장 적합한 와인이라는
판단에서 선택한다.
또한 와인과 음식의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위해 프랑스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흥선대원군 별장이었던 한정식 레스토랑 '석파랑', 세계적인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
(Wine Spectator)가 수여하는 '베스트 오브 어워드 오브 엑셀런스(Best of Award of
Excellence)'에 포함된 유일한 한국 레스토랑인 '뱅가(Vinga)'와인바 등 최고급 와인에
걸맞은 최고급 레스토랑을 선보인다.
책을 읽다보니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와인은 흥미가 생겨서 가격을
찾아봤더니 한 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며 애호가사이에서는‘수천만원을 주고도 못 사는
와인’이라 불리는 로마네 콩티부터 시작하여 모두 고가 와인이었다. 자주 즐기기
부담스러운 고가 와인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와인들이라고 저자가 소개한
와인들조차도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을테니 고가 와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자위하면서 아쉬움을 사진에 나오는 레이블을 보면서
대리만족으로 달래야겠다.

< 2005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로마네 콩티>
혀 끝을 감도는 향에 그 많은 것이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와인을 마시고 나서 느낌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다채롭다. 특히
'신의 물방울'의 저자인 아기 다다시 대답은 역시 작가라서 그런지 감미롭다든지
부드럽게 착 감긴다든지같은 다른 이들의 말과는 다르게 문학적은 표현이 남다르다.
『마치 리듬을 만끽하는 것처럼 길게 뽑히는 여운이 대단합니다. 정점에 이르렀다가
살짝 뒤집어지는 탐스러운 꽃봉오리 같습니다. 오페라 아리아가 절정에 이르면서
한층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모든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지만 영화감독 이준익 감독님 말씀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저는 수평주의자입니다. 수직수의자를 싫어합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고 할지라고
제자의 천성에서 우월한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니 24시간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은 눈으로 컬러를 보고 코로 향을 맡고 입술을 적시는 술입니다. 이렇게
감성적이니 여성들이 더욱 와인에 매료될 수밖에 없지요. 소주는 권투와 같고
와인은 골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은 상대방과 함께 마셔도 자신의 컨디션을
느끼는 술이지요. 소주가 사람을 충혈된 상태로 만든다면, 와인은 사람을 침착하게
만듭니다.』
수평주의자인 이준익 감독의 인간적인 매력과 함께 주옥같은 어록이 깨알처럼
쏟아진 인터뷰였다.
이 책은 인터뷰 에세이지만 와인 소개에 대해서도 등한시 하지는 않는다. 책 중간
중간에 팁 형식으로 와인을 보다 즐겁게 즐기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와인과 음식을
매칭시키는 기본적인 방법, 와인 마시는 순서, 디캔딩과 브리딩, 와인을 보관하는
방법 등 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유용한 정보들이다.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은,
고기에는 레드 와인을 곁들여 마시라는 것은 선입관이며 와인을 선택할 때는 요리의
재료가 아닌 소스에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이 책의 인세 전액은 유니세프 코리아와 환경운동연학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의미까지 특별하다.
와인은 사랑과 같다고 할까? 누구에게나 운명의 와인이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그 사람만을 단 한 병의 와인이 있다고 하니 나에게 어울리는, 내 취향에 맞는 와인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일날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곁들이면서
운치있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해야겠다.
흔히 술은 입으로 마시지만 와인은 분위기로 마신다고 하지 않는가?
가장 소중한 순간을 와인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감정의 호사를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