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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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야가 중요한 정치적 공방으로 논쟁이 되는 주제는 대부분 진보가 내세우는 
가치들이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이를 두고 보수 진영은 포퓰리즘으로 비난하다가
요즘은 그들이 한술더떠 5세미만 아이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하니 정치
어젠다가 진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듯 하다.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강남좌파'라는 또다른 진보적 색채 띤 집단에 대한 관심도 최근
이슈거리다.
 

'강남좌파'는 흔히 생활수준은 강남사람 못잖으면서 생각은 좌파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무현 정권 때 보수진영이 운동권 출신 정치 엘리트인 486세대 진보 인사들의
'몸과 마음의 괴리'를 비판하기 위해 꼬집던 부정적 의미로 시작했던 개념이 지금은 강남에
사는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변했다.
강남좌파라는 용어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것도 이러한 의미의 변화가 발생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 나 강남좌파다.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며 적극적으로 커밍아웃하는
강남좌파가 늘고 있으며  , 조국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지려면 강남좌파가 더
많아져야 한다" 며 강남좌파임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강준만 교수가 쓴 '강남좌파'도 그런 흐름에 맞추어 출간된 책이다.
 

하지만 나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강남좌파에 대해 새삼스레 관심을 쏟는 것인지
조금은 이상하다. 가진 것 많은 부자가 진보적이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면, 역대
선거에서 보여주었던 결과는 무엇이란 말인가?
저소득층이 이념적으로 더 보수적이라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 정당을 더 많이 지지해 왔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는가?
오히려 부자라고 모두 우파이고 가난하면 모두 좌파라는 등식이 나에게는 더 낯설고
강남좌파라는 것이 마치 모순인 듯 새로운 이슈처럼 나오는 것이 더 이상하다. 보수와
진보는 소득면에서 보다는 오히려 출신 지역에 따라 뚜렷한 지지층이 나뉘지 않았는가?
 

어째든 강준만 교수가 책 속에서 소개하는 강남좌파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는 달리 "모든 정치인은 강남좌파"라고 말한다.이건 어떤 논리인가?
좌우를 막론하고 리더쉽을 행사하는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선 학력이나 학벌, 생활수준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야 하므로,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좌파는
강남 좌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파라도 서민을 상대로 포퓰리즘을 펼치는 게 
정치이므로 우파 정치인에게도 강남 좌파 요소가 농후한 게 현실이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된다.
 

강 교수는 강남좌파 문제를 이념보다는 엘리트 본질과 맞닿은 문제라 엘리트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강남좌파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이 '엘리트의 위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만
강남 좌파에 관한 논의가 생산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존 엘리트 지배 체제를 당연시하면서 자꾸 '보수 대 진보'의 이념 대결로 몰고갈 것이 아니라
'엘리트 대 비(非)엘리트'구도에 초점을 맞춰 엘리트들의 승자 독식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조국,박근혜,손학규,유시민,문재인,오세훈등 차기
대권주자들을 포함한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있어하는 주요 정치인들을 조명하며  ‘강남 좌파’
개념을 적용해 인물비평을 하는데 이 부분이 꽤 흥미롭다.
 

강남 좌파의 표상임을 보여주는 조국 서울대 교수, 최근에  ‘강남 우파’ 정권에 대한 '분당 좌파'
의 반작용때문에 재기에 성공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부정적인 강남 좌파 이미지를 벗고
노무현대통령 정신을 이어받자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강남 좌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덕분에 중요한 사안에 침묵하고, 곤란한 질문에 똑같은 답을 되풀이하는 것조차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었다는 박근혜, 강남우파이면서도 강남 좌파적 언어를 집요하게 구사하는 오세훈
서울 시장 등

 
촌철살인같은 따끔한 비판에 수긍못할 부분도 있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싶은 오류도 있지만
모든 정치인들에게 부족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선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냉정한 비판을 받으며 뭇매를 맞는 것에 가슴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너무 노여워하지않고 새겨들으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보탬이 되는 조언을 줄 수
있는 역량과 시각을 갖게 되는 열린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을 마지막으로 쓰고 싶다.
신문을 읽다보면  유치해서 보는 내가 다 민망한 주장을 하는 글이 있다. 그 예 중 하나가
이 책에서도 나와있는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이 조국 교수를 비판을 하기 위해 쓴
글이다.
 
"하지만 자기 딸을 외국어고를 거쳐 이공계 대학에 진학시키고는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동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털어놓은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드는 현 교육 체제를 바꾸려면
일차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줄여야 한다"던 그의 글만 믿고 따라 한 학부모나
학교가 있었다면 완전 뒤통수 맞은 거다.  -김순덕 글중에서-
 
고작 저 정도 인터뷰 내용에 경악씩이나 하는 심약한 마음을 가진 김 필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강준만 교수가 위의 글에 대한 반박글을 꼭 읽으셨으면 한다.
 
『자기 딸을 외국어고를 거쳐 이공계 대학에 진학시킨 것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외국어고 비판하면 자기 자식은 외국어고에 보내면 안 되고, 서울대 비판하면 자기 자식은
서울대에 보내면 안 된다고 보는 시각 왜 그래야 하나?
외국어고 비판이나 서울대 비판은 제도 차원의 비판이 아닌가.그 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일단 개인으로선 그 과정에서 불익익을 보지 않기 위해 제도를 따르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드는 현 교육 체제를 바꾸려면
일차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줄여야 한다"던 그의 글만 믿고 따라 한
학부모난 학교가 있었다면 완전 뒤통수 맞은 거다? 제도적으로 줄이자고 한 건데,
제도가 바뀌기 전 조국의 말에 따라 스스로 알아서 공부 시간을 줄인 학부모나 학교가
있다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그 학부모나 학교가 문제지 왜 조국 탓을 해야 하나?
그것 참 희한한 논법이 아닐 수 없다. 』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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