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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총잡이 첩보원과 물의 비밀 ㅣ 해를 담은 책그릇 4
섀넌 헤일 지음, 노은정 옮김 / 책그릇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판타지 소설이라 함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거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게 된다. 또한 기이한 모험이야기로 가득하고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기본 구조로 삼는다.
<새총잡이 첩보원과 물의 비밀>도 그런 판탄지 소설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주인공 라조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성장소설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은 판탄지 소설의 대표격인 해리포터 처럼 엄청난 재능을
가진 비범한 소년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인공 라조는 다른 친구들의 가진 재능에 비해 자신이 너무나 평범하고,
키가 여동생보다 작다는 것이 들통날까봐 머리카락에 송진을 발라서 머리카락을 세우고,
힘이 없어서 토끼나 간신히 겁줄 정도로 비리비리하다고 형들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자기 재주라곤 한쪽 콧구명에 체리를 두 알씩이나 쑤셔넣은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없는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남들보다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이 있다고 인정해 주며 첩보원의 역할을 맡긴
베이언 왕국의 근위대 대장인 탈론의 등장은 라조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칼로 싸우거나 몸싸움에는 능하지 않지만 새총 솜씨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고수임을 알게해준 친구 핀의 칭찬에 라조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감각이 빛을 발하게 되어
첩보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게 된다.
결국 라조의 활약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앙숙같았던 베이언 왕국와 티라 왕국이 평화를 되찾고
티라 왕국 대사의 딸인 다샤와의 은근한 로맨스도 이루어져서 누구나 원하는 해피앤딩으로
끝나게 된다.
처음 책을 볼 때는 전작인 <프린세스 아카데미>와 <거위치는 프린세스>를 읽지 않았기에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베이언 왕국과 티라 왕국과의 전쟁에 대한 설명이나 라조의 친구들인 불의 마녀인 에나나
바람을 일으키는 이지의 존재에 대한 묘사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점점 읽을 수록 전작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들이 도처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매력은 감성적이고 풍부한 표현력이다.
역시 뉴베리 작가답게 고품격의 표현력이 시선을 사로 잡아 읽는 재미를
부추긴다.
"도시의 흰 건물들은 발가락이 젖을까 두려운 듯,바다가 움푹파고 들어온 만 바로 앞에서
딱 멈춰 있었다."
"라조의 가슴속에서 낯설음이 죽죽 기지개를 켰다"
"숲은 나무가 있는 바다랄까"
"생각이 밧줄이라도 되는 듯, 그 끝을 잡아당기고 있는듯 줄줄줄 라조에게로 끌려왔다"
한번쯤은 따라해보고 싶은 표현들이다.
청소년은 미완의 존재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 늘 두렵지만 아직도 여백을 채우지 않았기에
미래에 대한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이 없어 실패를 두려워 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미완의 여백으로만 남을 수 밖에 없다.
많은 청소년들이 주인공 라조처럼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재능과 가치를 발견해서
최선을 다하는 용기를 가진다면 비록 실패를 하더라고 더욱 멋지고 강인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
사춘기에 들어선 내 아이에게도 꼭 전하고 싶은 메세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