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 내 삶에 돌이키고 싶은 순간마다 필요했던 철학 솔루션
이관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279. 이관호 『이제라도 삶을 고쳐 있다면』 : 웨일북


인문학이 주요한 화두가 되는 요즘, 인문학의 대중화라는 측면은 대중을 가지 부류로 나눈다. 하나는 깊이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싶어 하는, 지적 희열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일반인이다. 이들은 본인들의 관심이 그러하므로 힘들더라도 고전을 읽어간다. 하나의 대중은 철학을 통해 삶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다. 아마도 후자에 해당하는 대중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철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더불어 최대한 대중의 일상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쉽게 전달하는 면에서는 철학 대중서와 강연들이 충분히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측면은 부족했다. 철학적 사유와 그것을 현실의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정말로 다른 영역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쓰고 싶은 우리를 위해 저자가 있는 일은 무엇인가. 책에는 동서양 철학자들이 제시한 30개의 도구가 있다. 그런데 철학자는 기본적으로 그저 벤치에 앉아서 사색을 하는 이들이고 특수한 실용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자의 역할은 2500년간 그들이 수행한 사색의 결과들 가운데 삶의 문제해결을 위해 만한 것들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런 보석을 통해 도구를 찾는 우리 독자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바로 저자의 몫인 것이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 이관호는 여러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철학을 통해 얻어야 하는 무엇인지 깨닫는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수천 목소리를 통해 진짜 얻어야 하는 바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것에서 작가의 성찰이 시작됐다.


우리는 매달 자기계발서를 권씩 읽어도 삶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명품으로 치장해도 삶이 그와 같아지는 아니듯 남의 생각으로 잠시 힘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중요한 생각을 도구로 삼아 자신의 삶을 새롭게 쓰는 것이다. ‘철학적 사유와 그것을 현실의 문제에 연결하는 책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쓰였다. 힐링, 인간관계, 자기계발, 처세, 리더십. 우리는 그동안 이런 주제에 대해 자기계발서 혹은 경제경영서에서 답을 구하려고 애썼다. 이제 인문서가 보다 적극적으로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때다. 그럴 때에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인문학 혹은 철학의 대중화에 다가설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니콜로 마키아벨리, 한비자, 유발 하라리, 윌리엄 오컴, 카를로 긴츠부르그, 프랜시스 베이컨, 프리드리히 니체, 들뢰즈, 미셸 푸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마누엘 칸트, 롤스, 포퍼, 로버트 노직, 바뤼흐 스피노자, 윌리엄 제임스, 스튜어트 , 왕수인, 공자, 사르트르, 쇠렌 키르케고르, 르네 데카르트, 앙리 베르그송, 에드워드 헬릿 , 플라톤, 카를 구스타프 , 헤르만 헤세, 장자에 이르기까지 책에 소개된 30인의 철학가들과 저자 이관호가 손에 도구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이제라도 삶을 고쳐 있는 방법에 가닿는다. 한편으로 가장 무용해 보일 있는 철학을 저자는 가장 실용적인 도구로 바꾸어준다. 그가 써낸 언어는 일상화되어 있고 또한 쉬운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라도 삶을 고쳐 있다면』은 철학서 가운데 가장 방대하지만, 가장 실용적이고, 모두를 아우르면서도 모두에게 쉬운 철학서로 앞서 말한 종류의 대중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


고민과 후회로 지금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스피노자는 말한다. “어쩌면 후회의 순간마저 착각일 있습니다. 문제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지금 당장 느낄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가다듬다 보면 후회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 삶이 바뀌는 신박한 정리
이지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281. 이지영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 쌤앤파커스


나에게 집이란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집은 나에게 도서관이며 암실이고 때로 영화관이며 레스토랑이다. 워낙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유난히 집에서 집중을 하는 나는 학창 시절에도 시험을 앞두고 독서실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사무실보다 집에서 집중을 잘하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적지 않다. 물론 코로나19 앓고 있는 지금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또는 직장에 가는 대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집에서 영화를 보고, 외식 대신 배달 음식을 먹는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현상이 다만 코로나19 함께 변화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이번 바이러스가 종식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언택트 문화는 남게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공간, 특히 주거 공간의 의미는 이전과 다르게 삶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것이다.


tvN <신박한 정리>에서 공간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저자 이지영은공간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편안한 공간이란, 좋은 공간이란 어떤 곳일까.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넓고 쾌적한 집을 상상하겠다. 지은 얼마 되지 않은 신형 아파트에 최신형 설비가 들어가면 더없이 좋겠다. 방에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세련되고 트렌디한 가구를 원할 것이다. 물론 고급스러운 재질의 벽지나 바닥재로 인테리어를 한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주거 공간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저자는과연 그런 공간에 머물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할까요?”라며 되묻는다.


그렇다면 공간 크리에이터가 바라본 편안한 공간, 좋은 공간이란 어떤 공간일까. 그는사람이 우선인 공간, 라이프스타일에 맞고,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공간 가장 좋은 공간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집이 천편일률적으로 잡지 화보와 같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바닥에 앉아 낮은 찻상을 앞에 두고 마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하얀색 대리석 보다 엉덩이 크기에 맞는 포근한 방석이 최고다. 이처럼 저자는 공간을 실제 활용하는 구성원에 맞게 공간을 컨설팅하는 것이야말로 공간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지금 순간 행복을 위해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을 최적화 시킬 필요가 있다. 공간의 최적화에서 오는 작은 변화는 우리 전체의 질을 바꾸는 요소가 있다. 그러기 위해 물건을 새로 사든, 있던 물건을 버리든,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바닥이나 벽지를 바꾸든 공간을 사용하는사람 쓰임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사소한 변화가 우리 인생 전체를 변화시킬 있다고 하니 작은 것부터 실천해 만한 이유는 충분한 같다.


정리는 작은 공간을 크게 만들고, 불편한 공간을 편리한 공간으로 바꾼다. ‘사람과 쓰임에 맞춘 공간이라는 저자의 공간에 대한 철학과 신념은 보기 좋은 공간보다 우선하여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따라서 책은누구를 위한 집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 과연 계속 머물고 싶은 공간인지에 대한 점검과 나아가 공간을 정리하고, 쓸모없는 것들을 버리거나 위치의 변경 등을 통해 오직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책을 읽어보면 아주 작고 쓸모없는 공간도 정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맞는 동선과 배치를 통해 쓸모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을 둘러보자, 쓰지 않는 제품이나 소품들 그리고 버려지거나 방치된 공간, 저자의 손길은 18 주거 공간을 단숨에 30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마법을 보여준다. 이게 가능할까 싶었던 일들이 정리를 통해 당연히 가능한 일로 변화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에는 단순히 정리에 대한 내용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공간을 정립하고 역할을 분배하여 실용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는 방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깨알 같은 팁을 사진과 함께 실어 보다 쉽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갈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로 간 스파이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275. 이은소 『학교로 스파이』 : 새움


소학교에서 그가 배운 남한의 움막촌에 사는 사람들, 다리 밑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 껌을 파는 아이들, 학비가 없어 학교를 가는 아이들, 구걸하는 아이들, 배를 곯는 아이들. 해주는 점심으로 옥수수 개를 먹으면서도 통일이 되면 남한 아이들에게 옥수수를 나누어 주리라 다짐했다. 감정 거세 훈련을 받기 전이었던 림해주는 아직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낄 있었다. 열네 살에 5과에 선발되어 조선소년단에 입단하여 깃발 앞에서 선서를 하고 붉은 넥타이를 둘렀던 림해주가 모든 훈련을 마치고 남한 땅에 발을 디뎠을 그곳은 적어도 그가 알고 있던 남한이 아니었다. “인도에는 사람도 많고, 인도 가장자리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고층 건물이 빡빡이 있다. 밝고 환하다. 눈이 부신다. 밤이, 밤이 아니다.” 이것이 그가 처음 서울을 마주하고서 느낀 감정이다.


그토록 바라던 임무에 실패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림해주에게 다른 임무가 떨어진다. ‘임해주라는 새로운 이름,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신분. 임무에 실패한 남파공작원 림해주는 그렇게 임해주라는 인물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이끄는 선생님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언젠가 훈련을 받으며 자신이 먹던 옥수수 개를 나누어 주고픈 연민은 아련한 감정으로 자리 잡았을 , 해주에게 2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은 지난 어떤 훈련보다 혹독한 일이 되어버린 오래다. 훈련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언어들이 난무했고 배고플 알았던 그들은 남아도는 음식을 어쩔 몰랐다. 북한에서는 없어서 먹을 음식들이 남한에서는 동물에게도 먹이지 않고 버려져 갔다. 꺼지지 않는 불빛은 하루를 쓰고도 도시는 어두울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없을 만큼 이기적이다. 땅에 도덕, 윤리, 예의, 질서, 규칙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인 것만 같다. 특히 스승을 존경할 모르는 학생들을 마주하는 해주는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다.


해주의 임무는 남한의 아이들이 북화 되는 것이다. 해주의 가르침으로 인해 남한의 아이들이 스스로 북을 향해 가는 . 그것이 해주의 새로운 임무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시기 2 지나는 남한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어쩐지 북에서의 혹독한 훈련보다 힘들다. 과연 해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있을까.


언젠가부터 2병이란 말이 일상적 단어가 되어있다. 병맛에 더해 허세 찌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기를 지나온 나로서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매일매일 새롭게 생겨나는 단어는 정말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맞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어디 그뿐인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그들을 이해하고 동화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은소 작가는 2병과 남파공작원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적절히 버무려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이 느껴지는 소설 『학교로 스파이』를 선보였다. 독특한 조합은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아낸다. 주인공 임해주(정천) 학교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 남한에 대한 오해는 점차 이해로 변모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상과 신념이 흔들리고 이윽고 그는 민주주의의 특성에 눈을 뜬다. 어제까지만 해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간다.


이은소 작가의 『학교로 스파이』를 읽고서 나는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라는 작품을 떠올렸다. 조금은 불규칙해 보이는 선들은 한걸음 떨어져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패턴이 된다. 다시 가까이 다가가면 제각각인 선들은 하나의 객체로서 자유롭다. 겉으로는 도덕도 윤리도, 예의, 질서, 규칙 같은 것들도 없어 보이던 남한의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색을 내고, 다른 소리를 내지만, 막상 한걸음 가까워지거나 조금 멀어지며 함께한 그들에게선 나름의 질서가 있다. 그리고 남한의 질서를 느끼며 오해가 이해로 변모하는 순간 이미 해주는 정천이 아닌 온전한 해주로서 작용한다. 해주와 석주가 아이들을 지도하며 그들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생긴다. 그것은 비단 해주와 석주 사이의 일만은 아니다. 학생들과의 끈끈함은 감정을 잃은 해주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소설은 3자의 입장이 되어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임해주를 통해 이미 잊고 지낸 분단의 현실과 민족애에 대해 깊은 질문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273. 더글라스 케네디 『오후의 이자벨』 : 밝은세상


때로 소설은 우리 삶의 귀감이 된다아마도 그것은 어떤 인생이든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끝이 있는 이야기그래서 나의 역사인간의 역사가 만들어진다아무리 덧없거나 보잘것없어 보이는 인생이라도모든 인생은 소설이다샘이 사하라사막의 모래폭풍처럼 걷잡을  없었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오후의 이자벨』은 시작된다.


스물한 살의 샘은 자유와 낭만의 도시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하버드 로스쿨 입학까지 남은 얼마간의 시간을 샘은 파리에 남기고 싶다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다파리에서의 샘은 매일이 주말의 오후 같다그에겐 정해진 일정도처리할 과제도다가올 시험도 없다암스테르담에서  밤기차에서 내렸다프린세그란츠에 있는 커피숍에서 합법적인 대마초를 피운  곧장 기차에 오른 샘은 머리가 멍하다지하철 입구에 있는 작은 빵집에서 크루아상과 커피로 허기를 채우고 3프랑에 카멜을  갑을 산다하루치 담배다파리의 골목을 헤집고 예약도 없이 영화를 보고 남은 여행비에 맞춰 식사를 한다그러나 공기마저 따사로운 그곳의 풍경도 그의 허전한 마음을 달랠  없다그가 마주한 파리의 1월은 온통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호텔의 옆방에 머물던 폴은 시내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샘을 초대한다다행히 샘에겐 정해진 일정도처리할 과제도다가올 시험도 없다샘이 출판기념회에 가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출판기념회를 즐기던 샘은 검정 원피스에 검정 스타킹검정 부츠를 신은 연상의 여인 이자벨에게 이끌린다훗날 샘은 ‘이자벨 전에 나는 섹스를 전혀 몰랐다이자벨 전에 나는 자유를 전혀 몰랐다이자벨 전에 나는 파리를섹스와 자유가 영원한  가지 주제인  도시를전혀 몰랐다이자벨 전에 나는 인생을 전혀 몰랐다.’라며 그녀를 회상한다파리에서의 샘은 언제나 이방인이었고그것은 출판기념회에서도 특별히 다를  없었다회장을 서성이던 샘에게 다가온 이자벨은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친절하게 샘을 대한다출판기념회가 끝나고 샘은 이자벨에게 받은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한다오후 5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숫자 5 9 사이엔 사랑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했다기혼녀인 이자벨은 샘과의 사랑에 규칙을 정했다오후 5그리고 정해진 장소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사랑엔 국경도 없지만결혼엔 반드시 제약이 따른다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듯샘은 파리에서의 아련한 기억들을 마음에 묻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성공한 변호사로레베카의 남편으로이던의 아빠로 살아가던 샘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지난 이력과는 다르게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다병을 앓던 이던이 청력을 상실하며 아내 레베카는 알코올에 빠진다파국으로 이어진 짧은 결혼 생활과 양육권 다툼으로 샘은 다시금 미국에 안녕을 고하고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지울  없지만 잊을  있다파리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앞에 이자벨이 나타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오후의 이자벨』은 이전  『빅 픽처』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 소설이다불륜이라는 소재는 매우 자극적이지만 정작 완독을  시점에 과연 작가가 던진 물음이 불륜의 당위성이나사랑의 본성에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나는 보수적인 성향은 아니지만 불륜은 인간이 저지를  있는 3 죄악으로 보는 사람이라 당연히 불륜의 당위성 따위에 대해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조금 다른 의미로  소설을 해석하자면미국인인 샘과 프랑스인인 연상의 여인 이자벨은 문화적 상징이며 동시에 대비되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다사고방식은 그대로 삶의 방식이 되어 인생의 결을 결정한다샘은 미래를 살아가고이자벨은 현재를 살아간다내일을 사는 사람과 오늘을 사는 사람의 차이는 해야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레베카와의 결혼 생활에 막을 내린 샘이 결국 내일에서 오늘로미래에서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여정은 온통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파리로 무대를 옮긴다소설에서 샘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고통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 사이 어디쯤엔가 있는 마음상태일 거야.”

오후 5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사랑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공간『오후의 이자벨』을 읽으며 생각한다미래를  것인지현재를  것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ANGE 9 체인지 나인 - 포노 사피엔스 코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261. 최재붕 『체인지 나인』 : 쌤앤파커스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더 높은 ‘생존 확률’의 방향으로 인류가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2020년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예견되지 않은 바이러스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스, 메르스에 비해 생존율이 높지만 반대로 감염률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한 이 바이러스는 오히려 확진자가 쉽게 죽지 않는다는(때문에 확진자로부터 더 많은 확산이 우려되는) 사실에 인류가 앓고 있는 현 상황을 우리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 인류를 강타한 최악의 바이러스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페스트는 인류에게 엄청난 비극이었다. 중세 유럽을 휩쓸며 창궐한 페스트는 인구의 25%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반면 페스트는 인류 최악의 바이러스임과 동시에 중세 암흑기를 끝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교황과 면죄부는 페스트 앞에 무너졌고 이에 깨달음을 얻는 인류는 신에 의존하던 지난 문명을 과감히 버렸다. 페스트 이후로 열린 새로운 문명은 인본주의에 근간을 둔 ‘르네상스 시대’다. 이는 페스트가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적 질병이며 동시에 문명의 교체를 불러온 살아있는 역사이자 거대한 현상임을 증명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의 생활 방식은 콘택트에서 언택트로 변화하고 있다. 대면하고 소통하는 방식에서 비대면, 비접촉 상태로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의 변화를 인류는 몸소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인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문명 교체로 혁명적 변화의 시기를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문화는 단지 디지털 플랫폼 생활에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세대와 기성세대의 벽을 조금 더 빨리, 강제적으로 무너뜨릴 뿐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생각해보라 지난 20년간 세계 부의 순위는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온라인이 점령한 부의 순위는 인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미리 보여준 지표에 불과하다. 즉 사회 시스템 전반으로 지나친 변화를 경계하며, 규제를 통한 속도 조절로 연착륙을 시도했으나 코로나19의 창궐이 기성세대의 방식을 더 빠르게 무너뜨렸을 뿐 변화된 것은 없다.

코로나19 창궐 이전 나는 회사의 중심 키워드를 climate에 맞췄다. 그리고 코로나19 창궐 이후 나는 그것을 environment로 변경하였다. 물론 두 단어는 거의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climate(기후)는 environment(환경)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만성적 악성 기후가 인류 역사에 영향을 미칠만한 바이러스를 만나니 그것은 큰 의미에서 환경 문제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환경 문제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문명의 방향을 바꿀 것이다. 물론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자리 잡는 경우에도 정확히 말하자면 대면 업종으로 불리는 오프라인 업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프라인 소비의 형태는 분명히 변화할 것이다. 제조, 생산 방식의 변화는 없더라도 유통, 판매, 서비스의 방식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세대에 속하지 못한 기성세대는 코로나19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포노 사피엔스 세대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장을 보던 부모님이 코로나19 이후로 스마트폰을 곁에 둔다는 사실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명백하게 포노 사피엔스가 새로운 인류 문명의 표준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이 시대 산업 혁명의 본질은 바로 포노 사피엔스가 새로운 인류의 표준이 되는 현상이다. 인류의 표준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표준에 맞추어 생각을 바꾸고 애프터 코로나라는 혁명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일이다. 베스트셀러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문명 공학자 최재붕 교수는 두 번째 책 『체인지 나인 : 포노 사피엔스 코드』를 통해 코로나19로 변화된 문화와 현상을 분석하고 새롭게 시작될 문명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아홉 가지 코드로 풀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