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 토크하다 - 팩트 뉴스를 넘어 토크 뉴스의 시대 ㅣ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5
엄기영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1월
평점 :
뉴스News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소식을 전하여 주는 방송의 프로그램' 또는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아니한 새로운 소식'으로 정의된다.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 입장에서도 집에 텔레비전을 없애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뉴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뉴스란 무엇인가. 독서가의 입장에서 비문학이 지식을 남긴다면, 뉴스는 정보를 남긴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문학이 누군가의 삶을 부수어 남은 자재로 다시 지은 집이라면, 뉴스는 누군가의 삶 그 자체다. 그러니 뉴스는 단순히 빠른 정보의 집합이 아닌 인문학이다.
어느샌가 뉴스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것이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이제 뉴스가 다 재밌네,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라며 입버릇으로 하시던 말씀처럼 단순히 나이 듦의 대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편적인 나의 생각을 바꾼 뉴스가 있으니 바로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이었다. 작년에 출간한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뉴스의 지평을 인문으로 넓힌 앵커브리핑'이라는 홍보 문구처럼 문학, 철학, 역사, 예술을 넘나들며 뉴스의 지평을 넓혔다. 두 권으로 출간된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그야말로 문학보다 재미있는 비문학으로 읽혔는데, 이 책을 순식간에 다 읽고서 내 안에 생겨난 다음 질문은 현시대의 매스미디어에 대해서였다. 독서가 더없이 즐거운 이유는 끝없이 생성되는 수많은 질문과 그에 답하기 위한 새로운 여정의 연속이 아닐까. 그렇게 뉴스에 대한 책을 찾던 중 발견한 것이 엄기영의 「뉴스, 토크하다」였다.
이 책은 단순히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 OTT에 이르기까지 지난 세대와 현세대의 매스미디어를 통합한 내용을 다룬다. 시작부터 흥미를 이끈 점은 제목에서 언급된 '토크'라는 단어였다. 뉴스는 앞서 사전적 의미에서 말했듯 '새로운 소식을 전하여 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일컷는다. 단방향 매체에 양방향 소통에나 쓰이는 '토크'라는 단어를 붙이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띠지의 홍보 문구에서도 '팩트 뉴스를 넘어 토크 뉴스의 시대'라고 한다.
책의 전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우선 토크 뉴스가 무언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토크 뉴스Talk News란, 진행자와 출연자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대중이 관심 있어 하는 이슈를 전달하고, 의견과 관점을 담아 분석하는 뉴스 형식이다. 뉴스를 말로 전한다는 점은 기존과 같지만 토크는 딱딱한 대담이나 토론과는 분명 다르다. 출연자의 캐럭터와 화법, 맥락에 따라 더 풍성하게 연출된다는 점은 일종의 토크 쇼Talk Show와도 닮았다. (p 13)
엄기영의 「뉴스, 토크하다」는 토크 뉴스에 대한 정의를 담은 <프롤로그 ; 토크 뉴스의 시대>를 시작으로 <1_OTT 스트리밍과 토크 뉴스> <2_토크 뉴스의 조건> <3_토크 뉴스 성공의 비밀> <4_미국의 토크 뉴스> <5_토크 뉴스가 가져올 변화와 미래> 등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시작된 이 책은 대통령 선거와 토크 뉴스로 첫 장을 연다. 목차의 구성과 시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엄기영의 「뉴스, 토크하다」를 읽으며 다시금 떠올린 이유는 바로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 동시 지방 선거로 흥미를 잡았기 때문이다. MBC 선거방송기획단에서 데스크를 맡아 2022년 대선과 지선 개표 방송을 준비한 저자의 경험을 그대로 책에 옮겼으니 선거방송을 준비하는 매스미디어의 내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는 것은 독자로서 지식과 정보는 물론 재미와 흥미까지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일이다.
책의 분류가 언론학이나 미디어론에 속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교양으로 읽는 인문서에 속한 이유는 이 책이 레거시 미디어를 다루는 전문가들을 위한 책을 넘어 새롭게 변화 중인 현세대 토크 뉴스에 대해 실제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예제로 편하게 풀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JTBC <뉴스룸> 같은 간판 뉴스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힐링캠프>, <썰전>과 같은 정치와 예능이 결합한 프로그램 등으로 언론학에 관심이 없는 일반 독자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통해 저자는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토크 뉴스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최근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을 읽고 연이어 엄기영의 「뉴스, 토크하다」를 읽으며 뉴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문학이 다음 세대로 가는 이정표라면, 뉴스는 현세대의 균형을 맞추는 저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세대의 균형은 언제나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 물론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때로 법보다 한 줄의 짤막한 뉴스 보도가 더 큰 파장을 일으키며 사회의 균형을 맞춘다. 그러니 뉴스는 우리에게 꽤나 가치 있는 도구일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토크 뉴스야말로 뉴스의 미래임이 분명하고, 나아가 대중이 뉴스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우리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의 힘으로 탄핵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면면의 불균형과 불평등으로 앓고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엄기영의 「뉴스, 토크하다」와 같은 책들에도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개인으로서의 '나'가 토크 뉴스의 시청자로서 또는 참여자로서 귀 기울이며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촛불로서 가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뉴스의 본질과 가치를 알려준 저자 엄기영과 이 근사한 책을 출간한 출판사 스리체어스를 응원하며, 「뉴스, 토크하다」 중 가장 마음 가는 내용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OTT의 성장과 맞물려 토크 뉴스는 뉴스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 혹은 뉴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뉴스의 형식보다는 뉴스의 가치다. 트렌드가 바뀌어도 뉴스의 본질은 결국 신뢰다. 토크 뉴스는 재미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가치가 있고 계속 빛날 수 있을 것이다.' (p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