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 - 판다 할부지 강철원의 다정한 식물 수업
강철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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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할아버지로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님의 텃밭 이야기를 담은 이 에세이는, 텃밭을 가꾸는 과정 속에서 한 사람의 삶과 기억을 함께 들려준다.

다정하고 따뜻한 말들 속에는 작물을 심는 법과 요리법, 그리고 식물에 얽힌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감자, 옥수수, 당근, 대파처럼 익숙한 식물과 아주까리, 까마중처럼 낯선 식물이 함께 자란다. 우연히 발견한 새끼 올빼미와 인간과의 경계를 지키는 고라니, 멧돼지의 이야기는 자연이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 또한 그 일부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사육사님에게 텃밭은 단순히 재배의 공간이 아니라, 추억과 경험을 함께 심는 곳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란 감자, 푸바오와의 기억을 품은 당근, 그리고 아내와의 시간이 스며든 채소들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가 텃밭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은 나 역시 겪어본 감정이기에 더욱 깊이 와닿는다.


긴 일본 생활 동안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나는 한인타운을 자주 찾았다. 그러나 외식은 유학생으로서 부담이 컸고, 결국 한국에서 가져온 깻잎 씨앗과 마트에서 구입한 상추 모종을 키우기 시작했다. 사육사님처럼 제대로 된 텃밭은 아니었고, 베란다에 놓인 직사각형 화분 두 개가 전부였지만, 그곳은 나에게 드넓은 하나의 밭이었다.

초보 농부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깻잎과 상추를 삼겹살과 함께 먹었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린 새싹이 무거운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단단해졌다. '연약한 너도 흙을 밀어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구나. 나도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화분을 들여다보곤 했다.


이 작품은 텃밭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드러낸다. 욕심내지 않고, 때로는 인내하며 기다리고, 다음을 위해 모종을 솎아내는 과정은 인간관계와도 닮아 있다. 식물과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서로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실패'를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텃밭을 통해 완전한 실패조차 받아들인다. 자연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가 작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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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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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약속, 그 이후의 이야기.

내가 백온유 작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인간의 어둡고 악한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그들을 단순한 '악인'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얼굴을 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쉽게 미워하거나 단정 지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타인 혹은 자신과 맺은 어그러진 약속으로 인해 일상이 뒤틀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불안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된다. 결혼을 위해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고, 병든 가족의 끝을 바라며, 원하는 것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선택들. 그리고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인물들.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맺어진 약속들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예기치 않게 흔들어 놓는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모두 외줄 타기 위에 선 듯한 평온함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그리고 그 균형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인물들의 감정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혼을 위해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고, 병든 가족을 돌보며 동시에 그 끝을 바라기도 하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을 속이는 선택들. 인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야기는 단순한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이해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독자를 불편함과 공감 사이에 세워 둔다.

작가가 그려낸 세계는 어둡고 축축하다. 마치 젖은 채로 방치된 빨래처럼, 쉽게 마르지 않는 꿉꿉함이 감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분명히 느껴지는 미약한 온기가 있다. 어긋난 약속 이후의 삶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작은 온기를 붙잡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더욱 서늘하고, 그럼에도 끝내 다정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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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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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기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의 이야기>, 일명 꼬꼬무의 이동원PD가 작가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이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제본으로 제공받은 단편은, 3일 전 실종된 아내를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실종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그의 모습에서는 슬픔도, 걱정도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

아내의 실종에 무심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의 독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독자는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없다. 사건의 실마리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마주한 그의 모습은, 어긋나 있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서서히 하나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독자는 자신이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작가는 '왜?'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는다. 어쩌면 애초에 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닌 인물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듯, 독자 역시 그들의 이유와 목적에 완전히 닿을 수 없다. 이야기는 바로 그 간극 위에서 멈춘다. 이해가 아닌, 선명한 거리감을 남긴 채.

남자의 독백이 끝을 향해 갈수록 의문은 점차 확신으로 굳어지고, 마침내 그 확신은 하나의 진실로 닫힌다. 떠밀리듯 마주하게 된 그 진실은 낯설고도 두렵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또 어떤 죽음과 진실이 드러날지, 그 간극은 어디까지 벌어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 작가는 스스로를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불행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일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의 불행' 속에서 고통받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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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마음챙김 - 마음챙김 최고 권위자 옥스퍼드대학교 윌렘 카이큰 교수가 안내하는 잘 살아가는 삶의 여정
윌렘 카이큰 지음, 윤성민.최정심 옮김 / 학지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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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한 내일의 삶을 위한 안내서.
-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고 없이 켜지는 감정의 스위치에 휘둘리곤 한다. 불안과 우울은 어느 순간 깊은 스트레스로 번지고, 일상은 쉽게 흔들린다. 나 역시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이라는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채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때로는 감정이 터져버린 뒤, 그것을 수습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순간, 감정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저자인 카이큰 교수는 마음챙김을 단순한 명상 기법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로 설명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제거하려 하기보다, 그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마음챙김을 ‘이론’이 아닌 ‘훈련’의 과정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호흡에 집중하고, 몸의 감각을 느끼며,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독자가 직접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도록 이끈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실용성이 돋보인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점검하듯, 삶 또한 중간중간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지만, 반복될수록 삶의 균형을 되찾는 감각이 선명해진다.

또한 책은 개인의 내면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마음챙김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샘과 소피아, 링과 같은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받아들이고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조정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챙김의 또 다른 실천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따뜻한 위로로 독자를 감싸기보다,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감독’에 가깝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직접 실천하도록 유도한다. 눈을 감고 호흡을 느끼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챙김은 시작된다. 단순한 이해를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감정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잠시 멈춰 바라보는 연습. 그것이 반복될 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려 한다. 하루 동안 감사한 순간을 떠올리고, 때로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에는 호흡에 집중해 잠시 멈춰보는 것.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반복이 결국 삶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삶을 바꾸는 방법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돌아보며,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것. 그렇게 작은 노력을 꾸준히 쌓아간다면, 설령 구덩이에 빠지더라도 우리는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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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 4·3 레퀴엠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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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는 시.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을 담아낸 기록.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수많은 제주 주민들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 이 시집은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기억과 아픔을 시로 풀어낸 기록이다. 슬픔과 억울함, 그리고 떠나간 이들을 향한 그리움이 조용히 스며 있다.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고통의 기억을 시로 남겼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히 감상이 아니라 '기억의 보존'에 가깝다. 꾸며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덤덤하게 적어 내려간 문장들은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을 전한다. 그래서인지 시 속 감정은 과장되지 않지만,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이 시집의 시들은 울분을 터트리며 우리에게 알아달라고 외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곁에서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억울하게 떠나간 이들과, 남겨져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달라고. 그 낮은 목소리는 어느 순간 흐느낌이 되어 마음을 적신다.

어둠이 붉게 물들던 그 밤을 우리는 온전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남긴 시와 목소리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늦은 밤 펼쳐든 시집은, 처음 앉았던 자세 그대로 나를 붙잡아 두었다. 시 한 편, 한 편이 잊혀져 가는 기억을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듯 다가왔다.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먹먹함을 넘어 심장이 잠시 멎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텅 빈 가슴을 안고, 어떤 밤들을 견뎌냈을까.

"아이들은 곡을 모르니 곡곡
아이고 아이고 모르니 곡곡
곡소리 하라니 곡곡
70년 전, 그랬다
10살 미만 상주들"(북촌이야기,104p)

이 구절은 마음을 짓누르는 듯했다. 어린아이들은 곡조차 알지 못한 채 상주가 되어야 했고, 부모와 형제를 잃은 채 타인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했다. 산이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 역시, 결국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남겨진 아이들과 여자들.
그들이 견뎌야 했던 시간은, 우리가 쉽게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남아 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봄을 기다려왔을까.
나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려왔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그 계절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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