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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불완전한 약속, 그 이후의 이야기.
내가 백온유 작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인간의 어둡고 악한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그들을 단순한 '악인'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얼굴을 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쉽게 미워하거나 단정 지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타인 혹은 자신과 맺은 어그러진 약속으로 인해 일상이 뒤틀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불안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된다. 결혼을 위해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고, 병든 가족의 끝을 바라며, 원하는 것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선택들. 그리고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인물들.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맺어진 약속들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예기치 않게 흔들어 놓는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모두 외줄 타기 위에 선 듯한 평온함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그리고 그 균형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인물들의 감정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혼을 위해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고, 병든 가족을 돌보며 동시에 그 끝을 바라기도 하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을 속이는 선택들. 인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야기는 단순한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이해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독자를 불편함과 공감 사이에 세워 둔다.
작가가 그려낸 세계는 어둡고 축축하다. 마치 젖은 채로 방치된 빨래처럼, 쉽게 마르지 않는 꿉꿉함이 감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분명히 느껴지는 미약한 온기가 있다. 어긋난 약속 이후의 삶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작은 온기를 붙잡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더욱 서늘하고, 그럼에도 끝내 다정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