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해할 수 없기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의 이야기>, 일명 꼬꼬무의 이동원PD가 작가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이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제본으로 제공받은 단편은, 3일 전 실종된 아내를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실종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그의 모습에서는 슬픔도, 걱정도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

아내의 실종에 무심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의 독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독자는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없다. 사건의 실마리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마주한 그의 모습은, 어긋나 있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서서히 하나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독자는 자신이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작가는 '왜?'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는다. 어쩌면 애초에 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닌 인물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듯, 독자 역시 그들의 이유와 목적에 완전히 닿을 수 없다. 이야기는 바로 그 간극 위에서 멈춘다. 이해가 아닌, 선명한 거리감을 남긴 채.

남자의 독백이 끝을 향해 갈수록 의문은 점차 확신으로 굳어지고, 마침내 그 확신은 하나의 진실로 닫힌다. 떠밀리듯 마주하게 된 그 진실은 낯설고도 두렵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또 어떤 죽음과 진실이 드러날지, 그 간극은 어디까지 벌어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 작가는 스스로를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불행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일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의 불행' 속에서 고통받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