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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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호러'.
그 어느 단어로도 이 작품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 그곳에 숨겨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에 대하여.


🏷️ 이 이야기는 일본의 소설 투고 사이트에서 시작된 호러 소설이다. 그러나 작품이 주는 숨 막히는 분위기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꾸며낸 것인지 쉽게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느닷없이 작가의 인사말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은 오컬트 잡지와 괴담 잡지에 글을 쓰는 사람인데, 얼마 전 직장 동료인 오자와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오자와는 긴키 지방의 OOOOO라는 지역과 관련된 기사와 소문을 취재하다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이 책은 그가 남긴 자료를 모아 엮은 기록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OOOOO 지역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호러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가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표지 디자인이 주는 묘한 기시감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경험 덕분인지, 넓은 호수와 댐, 그리고 토리이는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 그곳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호러 소설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작품은 단순한 괴담 모음집이 아니라, 허구와 현실을 교모하게 뒤섞으며 독자로 하여금 점점 이 이야기를 '진짜'처럼 믿게 만든다.


▫️여러 실종 사건과 괴현상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니, 실제 사건이 예시로 등장하는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먹다 만 밥상이 그대로 놓인 채 일가족이 사라진 '히로시마 일가족 실종 사건'. 이미 알고 있던 사건이 기묘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자, 그동안 애써 무시하던 두려움이 점점 현실감을 띠기 시작했다.

'혹시 이 자료들, 다 진짜 아냐?'

이야기는 분명한 끝을 향해 나아간다. 괴담의 시작은 마을 노인의 입을 통해 밝혀지고, 흩어져 있던 퍼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맞물린다.

❝다들 숭상하고, 두려워하고, 그러다 보면 신이 돼버리는 거야. 그러다 점점 잊히고. 신이건 부처님이건 귀신이건 잊히면 희미해지는 법이지. 그래서 잊힐 것 같으면 나쁜 짓을 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거야. ❞(295p)

▫️결국 모든 사건은 잊히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존재를 중명하려는 몸부림이었던 것일까. 사람들을 댐으로 불러들이고, 신부를 찾고, 수많은 죽음을 낳았다.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는 존재의 '외로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독자에게 선명한 공포로 남는다.


❝여러분, 산에 가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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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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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 과거와 미래.
우리는 언제나 두 갈래의 경계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 경계 위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기뻐하고, 때로는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요아힘의 이야기는 바로 그 불안정한 경계에서 시작된다.


어린 요아힘은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의 원장인 아버지와 어머니, 두 형과 함께 병원 한가운데에 있는 집에서 자란다. 밤마다 들려오는 환자들의 비명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들 사이에서의 일상은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아이인 요아힘에게 그것은 두렵기보다는 익숙하다. 그는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틈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은 채 그 경계 안에서 성장한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병원의 풍경은 기이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하다. 비명을 질러 목이 쉰 환자들과 합창 연습으로 목이 쉰 엄마가 나란히 존재하고, 주지사를 맞이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노래하는 환자들 곁에서 아버지는 넘어진 주지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어른의 시선이라면 불편했을 장면들이 아이의 시선에서는 그저 하루의 한 장면처럼 흘러간다.

"내가 기억의 꾸러미를 다시 하나하나 풀어 꺼내놓을 때 ... 비로소 나는 현재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479p)

이 문장은 작품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작가는 과거를 단단한 사실로 붙잡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는 뒤섞이고 흐려지며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기억을 그대로 붙잡아 두기보다 다른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죽은 사람들은 기억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 살아난다. 그리고 그때서야 우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기억'이라는 틀 안에서 사람은 때로는 날아오르고, 때로는 머무르며, 어떤 순간에는 다시 살아나는 존재처럼 보인다. 한 환자는 요아힘을 죽은 작은 형으로 착각하지만 곧 죽은 것이 형임을 알아차린다. 그 장면을 보며 요아힘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날 나는 페르디난트에 의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했다."(393p)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기억을 만들어 간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을 완벽한 진실로 믿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현재를 나아갈 수 있는 길을 과거가 만들어줄 수 있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종지기의 종을 발견했던 어린 요아힘은 작은 형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점점 죽음을 알게 된다. 이해할 수 없던 감정은 떠나간 이들을 기억 속에 붙잡아두는 과정을 거쳐, 결국 그들을 놓아주고 자유로운 존재로 바라보는 단계에 이른다. 그는 죽은 이들은 기억에 묶인 존재가 아니라,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죽은 이들을 기억의 틀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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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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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를 새롭게 하고,
잊고 있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문장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다 보면,
나를 스쳐 지나간 기억과 순간, 그리고 감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떠나보내고, 또 나를 떠나갔던 그 많은 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기도 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며시 눈을 감아보게 된다.

나태주 시인은 여러 빛깔이 잔잔히 스며든 특별한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같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삶과 사랑, 시간과 그리움처럼 평범하고도 당연했던 순간들이었다.
사람이란 비로소 떠나보낸 뒤에야 '소중함'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고맙고, 감사하다, 안녕히"(180p)
이 세 가지 말을 마음속에 오래 새겨본다. 그 말들은 때로는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 된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난 뒤, 나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안녕을 빌어주며 살아가고 싶다고.

'시'라고 하면 우리는 종종 어깨를 움츠린다. 문장 속에 숨은 의미를 찾지 못한 삼류 탐정이 된 것처럼, 손에 잡힌 문장들을 마구 털어내려 애쓴다. 그러나, 나태주 시인의 문장들은 소박하고 쉽다. 마치 고개 숙인 꽃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여주는 듯하다. "시는 어렵지 않아. 단지 너를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일 뿐이야."라고 말해 주는 것처럼.

짧은 시 한 편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가 걸어온 길과 지금 걷고 있는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까지 떠올리게 한다. 평범하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에게 깊고 넓은 사랑을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다음에 나에게서 생명마저 빼내면 무엇이 남는다 할까? 나는 그런 모든 것을 빼내고서도 무엇인가 남는 내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나를 시인이게 했다."(172p)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내면 무엇이 남을까. 가족을 빼고, 사랑을 빼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빼내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은 쉽게 답할 수 없다.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야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삶의 정답은 모르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 이 순간이 어쩌면 이미 나에게는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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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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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불안정한 삼각관계.
함께할 때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작은 반딧불이는 눈부시도록 강한 빛을 내뿜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러 마리의 반딧불이가 모이면, 그 빛은 더 이상 작지 않다.
그 빛은 반짝반짝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빛이 된다.


열흘 전 결혼한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 쇼코와 게이 남편 무츠키, 그리고 남편의 대학생 애인 곤. 이 세 사람은 불안정하고도 위태로운 삼각관계라는 외줄 위에서 '그들만의 삶'을 꾸려나간다. 타인의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일 수 없는 이들은 각자의 부모라는 태풍 앞에서 줄이 끊어질 듯 흔들린다. 때로는 서로에게 기대어 안정감을 느끼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세 사람. 과연 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실 독자를 놀라게 할 만한 특별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곤, 세 사람의 내면에 흐르는 감정의 선을 깨끗하고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 섬세한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성향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한 채, 다수 속에서 평범한 모습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무츠키는 결혼을 서두르는 부모에게 자신의 성향을 고백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상처를 안고 있는 무츠키는 아내인 쇼코에게조차 투명한 벽을 세운 듯 거리를 두며 그녀를 대한다. 그러나 쇼코는 이렇게 말한다.

"무츠키들 은사자 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147p)

은사자.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들은 원래의 무리를 떠나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초식성이고 생명력이 약해 오래 살지 못하지만, 은빛 갈기는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쇼코는 무츠키와 곤, 그리고 또 다른 게이 커플들을 이 은사자에 비유한다. 쇼코의 눈에 비치는 그들은 결코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빛을 내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자들이다. 쇼코를 통해 바라보는 '소수의 사람들'은 유난히 특별하고, 반짝이는 존재로 보인다.

작가는 쇼코라는 인물을 통해 말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의 범주에 들지 못해도 괜찮다고. 알코올 중독, 정체성의 혼란, 극심한 외로움. 조금은 부족하고 불안정한 이들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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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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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스라는 이름처럼, 날지 못하는 새 펭귄.
그러나 그들은 훨훨 날고 싶다.
날지 못하는 팀은 과연 '우승'이라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수년간 하위권에 머무는 프로야구팀 펭귄스.
14년째 백업 선수로 팀에 몸담고 있는 정영우의 꿈은 홈런 타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홈런을 쳐
보지 못한 그저 평범한 선수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실패로 펭귄스 단장으로 좌천된 하현승.
메이저리그에서의 커리어를 뒤로하고 팀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운영팀장 서나리.
베테랑 선수들과 훈련만을 신뢰하는 노장 감독 유진성.
그리고 펭귄스와 야구를 사랑한 나머지 직업으로까지 선택한 인턴 하유미.

'펭귄스 부활'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과연 팀에 우승이라는 점수를 낼 수 있을까.


"곽동근도, 서나리도, 하유미도 모두 야구를 사랑하는 것 같은데. 그 사랑의 표현이 너무나 달라서, 하유미는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 이제 모르겠다."(195p)


1등만이 살아남는 스포츠, 야구.
인물들은 처음엔 개인의 성적과 팀의 우승만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팀을 향한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야구를 사랑한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우승이, 또 누군가에게는 묵묵히 응원하는 시간 자체가 사랑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좌절한 팀이 기적처럼 우승하는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 '탱킹'을 고민하고, 동료를 고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차곡차곡 쌓이며 '무언가를 잘하지 못해도 내일은 온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최하위 팀을 응원하는 나로서는 이 이야기가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는 왜 야구를 좋아하고, 왜 그들을 응원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적이 아니라, 매 순간 보여주는 노력과 열정 그 자체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승리하면 작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라는 말처럼, 펭귄스는 수많은 패배를 통해 성장한다. 독자들 또한 이 이야기를 통해 실패 속에서도 내일은 온다는 '가능성의 희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날지 못하는 펭귄이라도 괜찮다.
누군가의 사랑과 애정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든든한 마음을 품고 오늘을 견뎌낸 끝에 언젠가는 파란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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