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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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내가없는나의세계
지은이 #마이클톰프슨
옮긴이 #심연희
펴낸곳 #문학수첩


📌 시간과 맞서 싸우는 또 하나의 걸작.


🏷️ 생일이 되면 세상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소년, 토미 루엘린. 그는 1월 5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부모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지고, 그렇게 '낙농장'이라 불리는 밀크우드 하우스 보육원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매년 반복되는 망각 속에서 토미는 자신이 잊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육원에 들어온 캐리라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반복되는 상실은 그의 고통을 더욱 짙게 만든다.


누군가 지우개로 흔적 없이 지워버린 것처럼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토미.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만큼은 잊히지 않기 위해 운명의 빈틈을 노린다. 그렇게 하나 둘, 아주 미세하게 운명을 바꿔 나가며 재회한 캐리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과연 그는 캐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을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토미 루엘린은 캐리 프라이스를 전적으로, 돌이킬 수 없게,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 4주 후에는 그녀도 다른 이들처럼 토미를 잊겠지만, 그래도 캐리를 계속 사랑할 것이었다."(99p)


▫️기구한 운명 앞에서 토미는 점점 담담해진다. 수년간 찾아 헤맨 끝에 캐리와 재회한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만약 나였다면 이런 거짓말 같은 사랑을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운명과 맞설 용기를 주었을까.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두 사람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수많은 질문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동시에 그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이 작품은 토미의 삶을 통해 "잊히는 존재의 삶에도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지 않더라도, 온전히 '나'로서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토미를 토미로 존재하게 만든 것은 사람들의 기억이 아니라, 반복되는 상실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으로 살아가려 했던 그의 태도였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평범하게 반복되는 하루야말로 가장 확실한 행복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의 내가 누군가에게 남긴 흔적을 떠올리게 되고, 동시에 나 역시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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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즈드라비
조수필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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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골목 한편에 위치한 한식당 '마민카'의 중심으로,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이들이 만나 '인연'이라는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이야기.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해국은 프라하행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작은 식당 '마민카'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이혼의 아픔을 뒤로하고 여행길에 오른 수빈, 미래를 위한 투자로 프라하로 유학 온 단비, 어린 시절 프라하로 해외 입양된 나준, 그리고 행방불명된 누나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지호까지. 마민카 를 매개로 우연히 얽힌 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보듬으며 회복해 나간다.

낯선 도시 프라하와 파리를 배경으로 흘러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따뜻하다.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의 문장들은 하나하나 프라하의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고, 마치 한 편의 로맨틱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특히 수빈과 해국이 손을 잡고 걷던 골목 장면에서는, 독자인 나 역시 그 공간 어딘가에 함께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낯설게만 한 프라하라는 공간을 통해 인물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이국적인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가깝게 다가온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겪어내는 것. 무리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밀알 같은 기쁨들을 발견하는 것. 그렇게 또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 그러다 또다시 길을 떠나더라도 그것 또한 기꺼이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인 우리가 부여받은 소명이자, 생의 유일한 나침반은 아닐까."(258p)

작가의 이 마지막 문장은 작품의 모든 것을 담아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각자에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고, 그 안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삶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람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곁을 떠나 저 멀리 흘러가 버리곤 한다. 곁에 남아 있는 인연도, 손아귀를 빠져나가 버린 인연도 모두 소중한 존재들임을 이 소설은 조용히 일깨워 준다.

'나 즈드라비'는 체코어로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제목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조금씩 건강해지며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작품을 읽는 모든 독자들 또한 아낌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행복해하며, 각자의 삶에서 자신만의 '나 즈드라비'를 건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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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즈드라비
조수필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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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골목 한편에 위치한 한식당 '마민카'의 중심으로,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이들이 만나 '인연'이라는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이야기.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해국은 프라하행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작은 식당 '마민카'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이혼의 아픔을 뒤로하고 여행길에 오른 수빈, 미래를 위한 투자로 프라하로 유학 온 단비, 어린 시절 프라하로 해외 입양된 나준, 그리고 행방불명된 누나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지호까지. 마민카 를 매개로 우연히 얽힌 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보듬으며 회복해 나간다.

낯선 도시 프라하와 파리를 배경으로 흘러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따뜻하다.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의 문장들은 하나하나 프라하의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고, 마치 한 편의 로맨틱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특히 수빈과 해국이 손을 잡고 걷던 골목 장면에서는, 독자인 나 역시 그 공간 어딘가에 함께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낯설게만 한 프라하라는 공간을 통해 인물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이국적인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가깝게 다가온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겪어내는 것. 무리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밀알 같은 기쁨들을 발견하는 것. 그렇게 또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 그러다 또다시 길을 떠나더라도 그것 또한 기꺼이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인 우리가 부여받은 소명이자, 생의 유일한 나침반은 아닐까."(258p)

작가의 이 마지막 문장은 작품의 모든 것을 담아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각자에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고, 그 안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삶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람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곁을 떠나 저 멀리 흘러가 버리곤 한다. 곁에 남아 있는 인연도, 손아귀를 빠져나가 버린 인연도 모두 소중한 존재들임을 이 소설은 조용히 일깨워 준다.

'나 즈드라비'는 체코어로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제목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조금씩 건강해지며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작품을 읽는 모든 독자들 또한 아낌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행복해하며, 각자의 삶에서 자신만의 '나 즈드라비'를 건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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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바다가 보이는 북스테이
데이지 지음 / 완벽한오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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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강사인 아윤은 그저 ‘돈’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쉼 없이 일하는 일상을 살아간다. 점점 지쳐가는 그녀는 우연히 보게 된 북스테이 광고 속 한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42)

아윤은 그 문장에 이끌려 직장과 일상을 정리하고, 엄마의 폭풍 같은 잔소리를 뒤로한 채 바다가 보이는 북스테이로 향한다.

북스테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 시작되자 그녀는 자신이 무모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새벽 2시, 잠에서 깬 아윤은 비밀스럽게 숨겨진 서재를 발견하고, 다른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볼 세 번의 기회를 얻게 된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짐을 안고 살아가는 장례지도사, 그리고 같은 학원에서 일하는 친구 하람까지. 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 아윤은 그 속에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진짜 의미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145)라고 느끼게 된다. 마법처럼 주어진 기회를 통해 얻은 삶에 대한 의미는 작고 소박했지만, 아윤은 그 소박한 의미를 찾기까지 꾸역꾸역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저마다의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삶은 때로 거친 파도와 폭풍우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나아가야 할 분명한 방향만 있다면 언젠가는 잔잔한 바다 위로 눈부신 햇살이 비칠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비 온 뒤 맑음’이라는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언젠가 반짝이는 자신만의 바다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삶일지라도 그 안에는 내가 살아가야만 하는 그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살다 보면 아윤이 마주했던 비밀 서재와 같은 순간과 존재가, 독자들에게도 한 번쯤은 찾아올 것이라 믿게 된다. 그 순간은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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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그녕 marmmo fiction
류현재 지음 / 마름모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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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이름 백은영'을 '빼그녕'으로 쓴 건, 천재성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지만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자의 고뇌와 비애, 혹은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34p)

『빼그녕』은 일곱 살 소녀 빼그녕을 중심으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이야기다.

1970년대 후반 한국의 시골 마을 송백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범상치 않은 소녀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빼그녕은 마을의 책을 혼자서 모두 읽고, 동네 초등학생 언니들의 숙제를 도와줄 만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천재 소녀다.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 기억력은 그녀의 천재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부모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재능을 드러내지 않은 채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는 송백리지만, 그 이면에는 어른들의 욕망과 권력 다툼, 그리고 노골적인 차별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세계를 빼그녕이라는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 드러낸다. 아이의 눈으로 포착된 어른들의 말과 행동은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섬뜩하다.


빼그녕 곁에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들이 있다. 친구 춘입과 법학생 똘배, 그리고 신선이 된 할마까지. 비범한 아이의 주변에는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 함께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잘 커야 돼. 넌 내 친구니까. 특별한 내 친구 빼그녕."(201p)

빼그녕의 친구 춘입은 마을 어른들에게 차별받는 인물이다. 마을의 법대생 청년을 따라 마을로 들어온 춘입 앞에서만큼은 빼그녕은 자신의 천재성을 숨기지 않는다. 두 사람은 나이를 넘어선 우정을 나누며, 멸시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간다. 이 소설은 '별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지 못했던 농촌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런 세계였기에 둘은 서로의 특별함을 가장 먼저 알아볼 수 있었다.

어린 빼그녕의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사건들은 종종 웃음을 자아내지만, 웃음 뒤에는 씁쓸함이 남는다. 아이의 눈으로 비춰진 어른들의 폭력과 이기심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웃음으로 포장된 진실은 언제나 불편함을 남긴다.

『빼그녕』은 아이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 아이보다 더 미성숙한 어른들. 그 대비를 인식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날카로운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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