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 함께 홀로서기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 지음 / 뉴스타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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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으로 뭉쳐 함께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그들의 작은 날갯짓이 모여 결국 큰 바람을 만들어낼 것이다.


'왜 독립언론은 필요한가.'
뉴스타파함께재단이 뉴스타파와 같은 독립언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작한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 긴 겨울밤 내린 흰 눈 위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일처럼, 이들의 시도는 아직은 두렵고 어렵다. 그러나 작은 출발을 통해 뉴스쿨은 여섯 개의 비영리 독립언론사를 배출해냈다. 특정 지역 내의 사건을 취재하는 '뉴스하다', 기후와 생태를 다루는 '살아지구', 법원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코트워치' 등 각 매체는 저마다의 '신념'을 품고 미지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길 너머에 도사린 위험은 때로 두렵고 무섭지만, 결국 그 길을 가야 한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독립언론을 하려면 외로운 늑대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길을 걷는 게 아니라, 길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외롭게. 외롭다고 뛰어갈 수도 없다. 그저 걷다 뒤를 돌아보면 길이 나있다."(121p)

전 세계 언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 밖에 나온 이들의 도전은 외롭다. 공기관의 정부 광고를 받지 않기에 재정 문제에 부딪히고, 법정 내 노트북 사용을 위한 비표와 방청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즉각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대중의 반응 앞에서 조급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연대와 협업을 통해 성장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그려나간다.

이 책은 단순히 독립언론의 필요성을 주장하거나 성과를 나열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왜 독립언론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독립언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독립언론을 결심한 이유부터 취재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까지,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그들의 경험은 같은 꿈을 가진 이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돈이 없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언론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조금 더 힘들더라도, 우리는 후원회원들과 함께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 싶다."(168p)


이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돈'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더디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작고 미약한 날갯짓들이 모여, 언젠가는 세상을 움직이는 바람이 될 날이 오리라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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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세계의 농담 - 삶의 모퉁이를 돌 때 내게 다가와주는 고전들
이다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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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지금도 '고전'을 들여다보는가.
빛바랜 세계 속에 잠든,
반짝이는 순간을 다시 꺼내 보는 이야기.


『오래된 세계의 농담』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을 조금 더 가볍고 친근하게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빛바랜 세계와도 같은 고전 속 장면들을 엮어낸 이야기는 의외로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작가가 선택한 작품들 가운데에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온 고전도 있고, 앞으로 오랫동안 고전으로 남게 될 작품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더 이상 1916년의 세계에 살지 않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기에는 여전한 고통과 슬픔, 외로움과 원치 않는 이별, 상심을 안고 살아간다."(148p)

이 책은 단순히 오래된 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옛 세계와 지금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사랑과 행복, 상실과 이별의 감정을 고전 속 장면과 겹쳐 보게 만든다. 그런 감정들은 시대가 달라져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시대의 사람들도, 지금 고전을 읽는 우리 역시 비슷한 감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이야기 속 순간들이 지금의 나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시차를 두고 읽고 또 읽는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몇 번이고 돌아가고 싶었던 기차역의 풍경을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나는 지치지 않고 언제고 다음 역으로 떠난다. 언젠가 그렇게 들른 역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다."(15p)

미지근한 바람이 스친 자리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작가와 함께 오래된 세계의 농담을 나누는 기분으로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게 된다. 이야기 속에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월든』의 소로, 『17세의 나레이션』의 세영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이끄는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 만나는 이들도 있고, 어딘가에서 이미 만났던 적 있는 이들도 있다.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작가가 보여주는 모습이 다를 때도 있지만, 그 차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당혹감이 오히려 그 인물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결국 '고전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위해 읽는 일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인생 책이 된 이유를 찾기보다는, '이 작품이 나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나는 이 문장을 어떻게 느끼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 그런 마음으로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은 더 이상 멀고 낯선 존재가 아니다.

작가가 함께 소개하는 음악과 영화, 유튜브 영상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엉뚱하고 귀여운 취향은 자연스레 미소 짓게 한다.
살인 사건이 중심이 되는 추리 소설 이야기 끝에 등장하는 존박의 '네 생각'이 등장하다니!!!
'네 죽이는 생각'을 위한 완벽한 노래 추천까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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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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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호러'.
그 어느 단어로도 이 작품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 그곳에 숨겨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에 대하여.


🏷️ 이 이야기는 일본의 소설 투고 사이트에서 시작된 호러 소설이다. 그러나 작품이 주는 숨 막히는 분위기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꾸며낸 것인지 쉽게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느닷없이 작가의 인사말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은 오컬트 잡지와 괴담 잡지에 글을 쓰는 사람인데, 얼마 전 직장 동료인 오자와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오자와는 긴키 지방의 OOOOO라는 지역과 관련된 기사와 소문을 취재하다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이 책은 그가 남긴 자료를 모아 엮은 기록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OOOOO 지역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호러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가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표지 디자인이 주는 묘한 기시감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경험 덕분인지, 넓은 호수와 댐, 그리고 토리이는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 그곳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호러 소설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작품은 단순한 괴담 모음집이 아니라, 허구와 현실을 교모하게 뒤섞으며 독자로 하여금 점점 이 이야기를 '진짜'처럼 믿게 만든다.


▫️여러 실종 사건과 괴현상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니, 실제 사건이 예시로 등장하는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먹다 만 밥상이 그대로 놓인 채 일가족이 사라진 '히로시마 일가족 실종 사건'. 이미 알고 있던 사건이 기묘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자, 그동안 애써 무시하던 두려움이 점점 현실감을 띠기 시작했다.

'혹시 이 자료들, 다 진짜 아냐?'

이야기는 분명한 끝을 향해 나아간다. 괴담의 시작은 마을 노인의 입을 통해 밝혀지고, 흩어져 있던 퍼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맞물린다.

❝다들 숭상하고, 두려워하고, 그러다 보면 신이 돼버리는 거야. 그러다 점점 잊히고. 신이건 부처님이건 귀신이건 잊히면 희미해지는 법이지. 그래서 잊힐 것 같으면 나쁜 짓을 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거야. ❞(295p)

▫️결국 모든 사건은 잊히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존재를 중명하려는 몸부림이었던 것일까. 사람들을 댐으로 불러들이고, 신부를 찾고, 수많은 죽음을 낳았다.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는 존재의 '외로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독자에게 선명한 공포로 남는다.


❝여러분, 산에 가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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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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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 과거와 미래.
우리는 언제나 두 갈래의 경계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 경계 위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기뻐하고, 때로는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요아힘의 이야기는 바로 그 불안정한 경계에서 시작된다.


어린 요아힘은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의 원장인 아버지와 어머니, 두 형과 함께 병원 한가운데에 있는 집에서 자란다. 밤마다 들려오는 환자들의 비명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들 사이에서의 일상은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아이인 요아힘에게 그것은 두렵기보다는 익숙하다. 그는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틈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은 채 그 경계 안에서 성장한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병원의 풍경은 기이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하다. 비명을 질러 목이 쉰 환자들과 합창 연습으로 목이 쉰 엄마가 나란히 존재하고, 주지사를 맞이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노래하는 환자들 곁에서 아버지는 넘어진 주지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어른의 시선이라면 불편했을 장면들이 아이의 시선에서는 그저 하루의 한 장면처럼 흘러간다.

"내가 기억의 꾸러미를 다시 하나하나 풀어 꺼내놓을 때 ... 비로소 나는 현재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479p)

이 문장은 작품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작가는 과거를 단단한 사실로 붙잡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는 뒤섞이고 흐려지며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기억을 그대로 붙잡아 두기보다 다른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죽은 사람들은 기억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 살아난다. 그리고 그때서야 우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기억'이라는 틀 안에서 사람은 때로는 날아오르고, 때로는 머무르며, 어떤 순간에는 다시 살아나는 존재처럼 보인다. 한 환자는 요아힘을 죽은 작은 형으로 착각하지만 곧 죽은 것이 형임을 알아차린다. 그 장면을 보며 요아힘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날 나는 페르디난트에 의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했다."(393p)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기억을 만들어 간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을 완벽한 진실로 믿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현재를 나아갈 수 있는 길을 과거가 만들어줄 수 있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종지기의 종을 발견했던 어린 요아힘은 작은 형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점점 죽음을 알게 된다. 이해할 수 없던 감정은 떠나간 이들을 기억 속에 붙잡아두는 과정을 거쳐, 결국 그들을 놓아주고 자유로운 존재로 바라보는 단계에 이른다. 그는 죽은 이들은 기억에 묶인 존재가 아니라,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죽은 이들을 기억의 틀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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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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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를 새롭게 하고,
잊고 있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문장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다 보면,
나를 스쳐 지나간 기억과 순간, 그리고 감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떠나보내고, 또 나를 떠나갔던 그 많은 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기도 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며시 눈을 감아보게 된다.

나태주 시인은 여러 빛깔이 잔잔히 스며든 특별한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같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삶과 사랑, 시간과 그리움처럼 평범하고도 당연했던 순간들이었다.
사람이란 비로소 떠나보낸 뒤에야 '소중함'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고맙고, 감사하다, 안녕히"(180p)
이 세 가지 말을 마음속에 오래 새겨본다. 그 말들은 때로는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 된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난 뒤, 나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안녕을 빌어주며 살아가고 싶다고.

'시'라고 하면 우리는 종종 어깨를 움츠린다. 문장 속에 숨은 의미를 찾지 못한 삼류 탐정이 된 것처럼, 손에 잡힌 문장들을 마구 털어내려 애쓴다. 그러나, 나태주 시인의 문장들은 소박하고 쉽다. 마치 고개 숙인 꽃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여주는 듯하다. "시는 어렵지 않아. 단지 너를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일 뿐이야."라고 말해 주는 것처럼.

짧은 시 한 편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가 걸어온 길과 지금 걷고 있는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까지 떠올리게 한다. 평범하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에게 깊고 넓은 사랑을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다음에 나에게서 생명마저 빼내면 무엇이 남는다 할까? 나는 그런 모든 것을 빼내고서도 무엇인가 남는 내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나를 시인이게 했다."(172p)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내면 무엇이 남을까. 가족을 빼고, 사랑을 빼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빼내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은 쉽게 답할 수 없다.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야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삶의 정답은 모르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 이 순간이 어쩌면 이미 나에게는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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