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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1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평점 :
"어쩌면 자신과 그는 전생에서도 이곳의 생에서도 영원히 이처럼 어긋날 운명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돌고 돌아 다시 원점이라니. 그러나 이대로 엇갈린 채로 계속할 수 있다면......."(208p)
지방 귀족 로엔필드 남작 가문이 유일한 딸 매들린 로엔필드는 가문의 몰락과 원치 않는 이안 노팅엄과의 결혼 끝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죽음 뒤 기적처럼 17세 과거로 돌아가 전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두 번째 삶을 시작한다. 전쟁의 후유증을 겪는 이안의 미래를 알고 있는 매들린은 그를 외면하려 애쓰지만, 결국 알 수 없는 끌림과 책임감으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닿지 못한 채 또 다른 비극과 현실 앞에 서게 된다.
"정신 차려 매들린 로엔필드. 너에게 타인을 구원할 의무는 없어."
그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이안의 운명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지만, 만약 자신의 말 한마디로 그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결국 매들린은 그를 외면하지 못하고, 전쟁으로부터 그를 구하려 한다. 그렇게 막게 된 이안의 남동생과 여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삶 또한 자신도 몰랐던 방향으로 내던져진다. 1권은 이렇게 '전쟁'이라는 시대적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이 겪는 상처, 변화, 선택을 통해 '구원'이라는 주제가 서서히 떠오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1910년대 영국의 전쟁, 신분 격차, 귀족 사회가 가진 냉혹함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점이다. 특히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 안에서 변화하는 인물들의 관계와 변화는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특히 인물들의 처한 현실을 세밀하게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긴장감 속에서 지켜보게 한다. "이 난관을 어떻게 이겨낼까?"라는 불안으로 책장을 놓기 어려웠다.
계속해서 주인공들의 앞에 나타나는 새로운 시련과 끊임없이 어긋나는 상황은 이야기의 흐름이 단순한 해피엔딩으로 나아가지 않음을 암시한다.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는 매번 나를 놀라게 했고, 때로는 책을 덮어야 할 만큼 마음을 흔들어놓았지만, 동시에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들어 결국 다시 책에 집중하게 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매들린의 행동은 결국 '귀족'이라는 신분의 한계 안에서 가능한 능동성이었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드러난다.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다시 전쟁의 후유증을 겪게 되었고, 몰락한 자신의 가문 또한 구할 수 없었다. 매들린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무지함을 자책하지만,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그녀가 내린 선택들은 어쩔 수 없는 '최선'이었기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특히 위험한 순간에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전쟁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귀족 사회와 이안의 집안 사람들이 보여주는 가치관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때문에 이안은 매들린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그런 올곧음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매들린의 선택과 전생과는 다르게 변화하는 이안의 태도, 그리고 영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드러내는 주변 인물들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만 어쩌면 또한 서로를 구원하게 될 수도 있는 이들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2권이 더욱 기다려지게 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물들의 깊이 있는 심리와 관계 변화, 관계의 변화와 회복을 중점으로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이 어떻게 인물들을 보다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지 보고 싶은 분이라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