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방정식 2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에서의 상처를 뒤로한 매들린은 미국으로 건너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1920년대 미국은 그녀에게 낯설고 거친 세계였지만, 그녀는 일하고 배우며 스스로의 삶을 단단히 구축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이탈리아인 엔조를 만나고,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난 이안까지 세 사람의 관계는 숨막힐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절정으로 향한다. 그렇게 얽히고설킨 감정 속에서 매들린은 또 한 번의 큰 역경을 맞이하게 된다.
2권은 같은 생을 반복하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던 매들린과 이안이 서로의 회피하다 결국 직면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이안의 동생 이사벨이다. 그녀는 귀족으로서의 특권과 노동자 계층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로, 서사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이사벨은 매들린과 이안의 갈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1920년대 영국 사회가 겪은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전쟁 직후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이사벨은 중심에 있으며, 그 시대의 새로운 여성상을 대표한다.

이사벨이 보여주는 변화는 매들린의 삶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귀족 여성으로서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하는 매들린은 미국에서 일하고, 배우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녀는 자기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끌고 나간다는 여성으로서 변모한다. 1권에서 상처와 두려움으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모습과 달리, 2권의 매들린은 훨씬 주체적이고 단단해져 간다.


또한, 인물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매들린은 스스로를 달랬다. 남자를 껴안거나 입 맞추고 싶다니. 아무튼 구속하는 욕망을 사랑이어서는 안 된다. 지난 생애,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감정이었으니까."(51p)

지난 생에서 불행한 결혼의 상처에 대한 책임을 이안에게만 떠넘겼던 매들린은, 자신이 믿어왔던 '사랑'의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이번 생에서는 자신이 먼저 솔직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말이에요, 이안. 한마디만 하면 많은 게 달라져요. 그러니 그런 말 해서 뭐가 달라지냐는 말은 취소하세요.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떠나지 말라고 해요."(181p)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함으로써 두 사람은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구원 방정식』은 단순한 회귀를 통해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인물들의 삶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그런 과정 속에서 '사랑'이란 감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감정은 "상처는 치유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선택과 이별,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만남 속에서 결국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우리는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