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와 블루
마테오 부솔라 지음, 이현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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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녀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여덟 살 비올라와 아빠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짧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비올라는
왜 색깔로 성별을 나누는지 궁금해한다.

“그렇게 정해도 좋은지 왜 우리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았어요?”

비올라의 이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왜 우리는 분홍색을 여자의 색,
파란색을 남자의 색이라고 멋대로 구분하고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걸까.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초록색을 좋아했다.
그래서 주변 어른들에게 ’특이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생일 선물로 분홍색 문구 세트나 분홍색 옷을 받을 때면
‘나는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는데.’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어른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마음 한구석에는
분홍색은 여자아이의 색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그것을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질문을 통해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이가 “왜?”라고 다시 물어보는 순간,
그제야 나 역시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올라의 질문에 답하는 아빠의 모습도 좋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비올라를 ‘여자아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았다.
그저 비올라라는 한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마음이 포근해졌다.


“엄마, 왜 남자는 분홍색을 좋아하면 안 돼?”

그럴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부모인 우리조차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해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하며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을 읽고 나니
색깔은 그저 색깔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이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고정관념에
작은 질문 하나를 던지는 책.

어린 자녀가 있다면,
앞으로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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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들어라 - 피카소의 화실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침묵까지 ㅣ 철학하는 철학사 4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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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을 읽다 보면
각각의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지금까지 읽었던 철학책 대부분이 그랬다.
챕터마다 한 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설명하는 방식.

그런데 이 책은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하나의 흐름 안에서 시대적 배경과 사회의 변화가 이어지고,
그 안에서 철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부분에서 철학의 역사를 따라가며
그 시대를 살았던 철학자들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번 4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이었다.

자신만의 생각과 이념을 오랫동안 이어오던 철학자들도
전쟁을 마주하면서 생각이 흔들리고,
때로는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념을 고쳐나갔다.

책을 읽으며 철학이라는 것이 결국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와
현실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하구나…

특히 하이데거의 이야기는
‘인간은 정말 현재만을 살아가는 존재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우리는 이미 지나온 경험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사람이 될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결국 지금의 나 역시 과거의 여러 경험들과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미래가 함께 얽혀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인간의 존재를 시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는데,
읽다 보니 내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결국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가능성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사실 나는 지금도 철학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에게 이런 부분은 오히려 재미를 느끼게 했다.
‘존재란 무엇인가’처럼 막연하고 무겁게 느껴졌던 질문이
결국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무조건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까지 함께 들려준다.
(고집스러운 면이 있고 다른 철학자의 사상을 마치 자신이 독자적으로 생각해낸 것처럼 말하는 프로이트의 모습같은…?!)

철학이라는 것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작가가 철학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솔직히 두꺼운 책을 들고 읽는 것 자체가 조금 버겁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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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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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모를 만큼 울창한 숲으로 유명한 가미모리.

그곳에서 다섯 살 자폐 아동 마히토가 실종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숲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그곳에서 일주일 만에 살아 돌아온 마히토.

“곰 아저씨가 도와줬다”

마히토가 건넨 짧은 한마디에
삼촌 도야는 아이가 숲에서 보낸 일주일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어린 마히토가 숲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그곳에 들어갔던 걸까.

숲에서 마히토와 마주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비밀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는 삶을 포기하기 위해,
누군가는 숨기고 싶은 것을 버리기 위해 숲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마히토에게만큼은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짓말을 하고, 돈을 훔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모습 이면에서 뜻밖의 따뜻함이 드러날 때면
웃음이 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좋기만 한 사람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마히토는 뛰어난 암기력으로
숲에서 만난 사람들이 했던 말과 습관을 기억하고 따라한다.
미사키와 도야는 그런 마히토의 말과 행동을 단서 삼아
아이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을 찾아간다.
그 추적 과정은
때로는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아이에게 도움을 주던 어른들은
정작 아이를 직접 구조해주지는 않았다.

마히토를 걱정하면서도 ‘최초 발견자’라는 타이틀을 탐내기도 한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목받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어른들의 모난 모습과 어둠 속에서도 척척 나아가는 마히토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였다.

작품 속 인물들 중 사토미라는 인물은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인물로 느껴졌다.

그녀는 중학교 교사로 일하지만,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에게 심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분해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인터넷에 떠도는 미사키의 소문만으로 그녀를 욕하는 모습은
너무도 이중적이어서 오히려 웃음이 났다.
피해자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가해자가 되어버리다니…

그러나 결국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사키와 도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누구보다 솔직하면서도 순수한 사토미를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세 스푼 넣은
힐링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종된 아이를 찾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 사람의 양면성과 그 안에 있는 따뜻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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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환승역
브런치 글빵연구소 작가 모임 지음 / 잇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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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브런치 작가 26인.

이 책은 만남과 이별, 나아감과 멈춤을 오가며
각자의 환승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현재의 자리에서 지나온 삶을 담담하게 돌아보지만,
살아온 곳도,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르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각자의 작은 빛을 발견해 나가다 보니,
결국 26인의 작가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불확실한 곳으로 떠나는 여정은
때로 두려움에 망설이다 그 자리에 머물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낡은 기차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싣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 역시 지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깨닫게 한다.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회상한 보리아빠의 기록을 읽으며
펑펑 눈물을 쏟아버렸다.
짧은 에세이 안에는
아버지에게 더 자상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후회와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는 불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의도,
그리고 감정이 온전히 읽는 사람에게 전해질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리아빠의 글은 나에게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담백한 문장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글.
꾸밈없는 문장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글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그 진심이 담긴 글을 읽으며 나는 묘한 서글픔을 느꼈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느꼈던 후회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
그리고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공감에서 오는 서글픔.

그 서글픔이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들의 담담한 회상을 그저 포근히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26인의 브런치 작가들처럼 언젠가는 나도
멋지게 만들어진 문장이 아닌,
진솔한 나만의 문장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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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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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
그가 스물여섯에 쓴 단편소설 『백야』는
짧은 만남 속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자신을 ‘몽상가’라 말하는 청년은
공허로 가득 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을 서성이다
우연히 나스텐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덧없이 끝을 맺는다.

러시아에서는 여름 동안 백야 현상이 찾아온다고 한다.
늦은 시간임에도 환한 낮처럼 밝은 밤.
그 위에 내려앉은 듯한 두 사람의 만남은 묘하게 신비로웠다.

작품을 읽는 내내 고독이라는 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봄이 오면 우리 페테르부르크의 자연은 갑자기 자신의 모든 권능과 하늘이 내려준 모든 생명력을 드러낸다. “(17p)

차갑고 쓸쓸한 밤을 걷던 청년에게도
나스텐카와의 만남은 봄처럼 찾아온 것이 아니었을까.

나스텐카는 처음 만난 청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청년은 어느새 사랑에 빠지고 만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생명력조차 잠들어버린 환한 밤을 배경으로
꿈과 현실을 넘나들 듯 흘러간다.

사실 짧은 만남만으로 이렇게까지 깊어지는 감정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몇 번의 만남으로 이렇게까지 마음이 깊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야’라는 특별한 시간 속에서는
그 사랑이 조금은 가능할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을 읽으며
짧은 사랑 이야기보다 더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이었다.

다소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의 흐름을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문장들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었다.

청년의 말을 듣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내가 나스텐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윌마 출판사에서는 작품의 제목인 『백야』 대신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가장 밝은 밤’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두 남녀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조금은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짧은 만남,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하지만 짧았기에 오히려
더 오래 기억되는 순간도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사랑 역시 그렇게 끝났지만
그 밤의 기억만큼은 서로의 삶에 오래 남지 않았을까.

밤인데도 어둡지 않은 아이러니한 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

그 묘한 분위기 속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을 한 줄씩 천천히 건너가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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