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ㅣ 현북스 청소년소설 25
이희준 지음 / 현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로 시작해서 시로 끝나는 작품을 쓰자.”

이런 생각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이희준 작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이야기를 적고 싶었는지가
한 권의 책을 통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큰 상처로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
그 아픔을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이 작품은
시윤이 떠나보낸 친구들을 위해 ‘추모시’를 쓰는 과정을 그려낸다.

수학여행을 떠난 친구들과 달리
감기 몸살로 집에 남아 있던 시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중했던 친구들과 선생님은 세상을 떠났고,
몇몇 친구들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들을 잃은 슬픔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어른들과 사회는 유가족들을 가해자로 몰아세운다.
어린 시윤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유가족들이 비난받는 상황을 마주한다.

슬픔은 충분한 애도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소화될 수 있다는 말처럼,
유가족들과 시윤에게도 상실의 슬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한 장 한 장 넘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음이 먹먹해졌고, 시윤이 느끼는 감정들이 생생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시윤은 떠난 친구들을 위해 추모시를 쓰기로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시를 잘 쓸 만한 재능이 있는지도,
친구들의 죽음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자신이
그들을 위한 시를 써도 되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시윤은 끝내 추모시를 완성해 낸다.
시윤에게 필요했던 것은
멋진 문장을 써내는 재능도, 타인의 경험도 아니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시에 녹여내는 것.
결국 시윤은 시를 통해 슬픔을 마주한다.

시윤은 좋은 추모시를 쓰기 위해
친구들의 부모님을 만나고, 친구들의 묘를 찾아간다.
시윤은 그 모든 것이 시를 쓰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추모시를 쓰기 위해서 한 노력이었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시윤 역시
자신의 슬픔을 조금씩 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윤의 추모시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인생의 길목에서 펼쳐보는 43가지 마음 사전
장성숙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내 곁의 사람도, 하고자 하는 일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마음 사전은
마치 인자한 어른의 가르침이 적힌 노트를 펼쳐보듯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한가득 적혀 있었다.

“때때로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모른다.”(70p)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세상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걱정 하나 없이 편히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은 우리가 알 길이 없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만나 온 내담자와의 상담과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담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평범한 일상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은 깨달음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태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라고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야 마는 내 모습이 떠올라
저자의 문장 하나하나에 표시를 해두었다.

사실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어차피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면
조금은 즐겁고 행복하게, 걷기 편한 길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주어진 삶을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말이 참 좋았다.
나 역시 내가 걸어갈 길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삶을 ‘소풍’이라고 말한다.
삶이 힘들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도 끝까지 애써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풍’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소풍을 떠난 사람에게는 정해진 길이 없다.
어디로 갈지, 얼마나 걸을지,
중간에 어디에서 쉬어갈지도 자신의 선택이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정답은 없지만
결국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조금 더 걷기 편한 길을 걷고 싶다.
가끔 예상하지 못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길가에 핀 들꽃에 마음을 빼앗겨 여유를 부리기도 하면서.

완벽하게 잘 살아내는 것보다
내가 걷는 길에서 조금 더 많이 웃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향인 - 세상 밖에서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향인?!
우리가 잘 알지 못 했던 특별한 존재들

일반적으로 사람의 성향을 나눌 때
우리는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로 쉽게 나누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바로 그들은 ‘이향인’이다.

이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친화력도 있어
늘 관계의 중심이 되지만,
정작 본인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수의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소수의 사람과
더 깊이 있는 관계를 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이향인의 특징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는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았고,
나 역시 이향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향인의 존재는
낯설고 솔직히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곁에 스스로조차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향인들이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데 나는 정말 이향인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나는 사람을 꽤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조용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면 내향적인 사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관계의 중심에 서면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당연하게 구분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모습과
그 사람이 실제로 관계를 느끼는 방식은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타인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이해하고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
나와는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오해받거나 소외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책을 읽으며 특히 놀라웠던 것은
저자가 말하는 이향인들의 특징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프란츠 카프카를 비롯해
자신만의 세계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인물들이 보여준 모습 역시 이향인의 특징과 맞닿아 있는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비록 나와는 조금 다를지라도
언젠가 살아가면서 이향인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땐 조금 더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되는 사람들.
새롭게 알게 된 이향인의 존재는
내가 사람을 얼마나 쉽게 구분해 왔는지 한 번쯤 돌아보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라시안의 사람을 읽는 눈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김철 편역 / 히읏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이런 상황에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사람은 또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까?’

살아가면서 다들 이런 생각은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마주하는 상황과 환경, 그리고 사람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태도는 늘 달라진다.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그라시안의 사람을 읽는 눈》은
일상 속 복잡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뼈 때리는 목소리를 건넨다.

“모든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마라.”
“물러설 줄 알아라.”
“영리함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머리로는 다 알면서도 막상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기 쉬운,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귀안 말들.

그라시안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짧고 단호한 문장들을 통해 보여준다.
문장을 어렵게 꼬아놓거나 멋들어진 말로 폼을 잡지 않아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이 책이 유독 쉽게 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짧은 대목들로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다는 데 있다.
내가 처한 고민과 어려움에 맞는 문장을 골라
언제든 책을 펼쳐 쉽게 꺼내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물론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단호한 말투에
처음에는 다소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세상의 이치가 원래 그렇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은 공평함보다는 이치로 돌아간다는 것.
그렇기에 무작정 ‘선의’만 품고서는 버텨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진실을 일깨워준다.


400년 전 사상가의 문장이
400년을 뛰어넘어 지금의 내 삶에도 정확히 들어맞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격하게 공감되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붙일 인덱스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여기저기 붙이고 또 붙이다가 결국엔 인덱스 붙이기를 포기했다.

사람을 대할 때 나는 왜 이렇게 힘든지,
마음이 복잡할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즘 내가 가지고 있던 여러 고민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필요한 조언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 보면 인덱스를 붙인 문장들은
‘좋은 말’이라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덱스를 하나하나 붙이지 않아도
언젠가의 나에게 다 필요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지혜가 필요할 때,
언제든 펼쳐 들고 단단한 위로를 얻고 싶어지는 책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내 기분까지 내 책임이라니 - 아무래도 난 너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은데
오원 지음 / 스테이션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지금까지 ‘감정’이라는 것은
어떻게든 꾹꾹 눌러 조절하고 다스려야 하는 것이 줄로만 알았다.
남들보다 잘 웃고 행복을 크게 느끼는 대신,
어두운 감정 역시 극단적으로 느끼는 편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 책은 나에게
“감정은 억지로 다스려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요가 수련자이자 강사, 유튜버로 활동 중인 오원 작가.
사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됐다.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책을 펼쳤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처음 만난 작가의 이야기가
이상할 만큼 내 마음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워 F’ 답게 매일같이 극단적인 감정 곡선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이기에,
작가가 담아낸 문장들마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다가 ‘아,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요가 수련을 하는구나’
하고 납득해 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모르게 동네 요가원을 검색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한 아이돌이
요가 덕분에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하는 걸 보고는
마음속으로 살짝 코웃음을 쳤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왜 그토록 요가에 빠져드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려운 동작을 해내기 위해 내 몸 구석구석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던 지독한 생각과 잡념들이
거짓말처럼 싹 잊힌다는 것.
최대한 몸을 빼고 내 신체의 감각에만 귀를 기울이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거대한 하나의 ‘쉼’이었다.

특히 가장 나를 놀라게 했던 건,
타인에게 느끼는 분노나 억울함의 감정조차
결국은 내가 온전히 품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크고 작은 일에 화를 내던 어제의 내가 떠올랐다.
오늘부터는 그런 나를 향해
“너무 그러지 말자” 고 조용히 말해주고 싶어졌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끊임없이 요가를 통해 자신을 수련하고 있는 작가.
그의 글을 만나보니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끝없는 수련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내 뜻대로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돌아보고,
원래 내가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도
조금씩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