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야, 마흔!
송효지 지음 / 이너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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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나에게는 아직 아득히 먼 미래도, 이미 지나온 시기도 아닌,
머지않아 마주하게 될 나이다.

작가는 마흔의 자신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고백한다.

"가장 어려운 협상은 나 자신과의 것이었다."

20대의 나는 30~40대의 어른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이미 삶의 지혜를 깨닫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을 거야.'

하지만 어느덧 서른다섯이 된 지금의 나를 돌아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떤 나이도 완벽한 정답에 도달하는 순간은 없는 것이다.

작가는 마흔이라는 시간을 사회생활과 사랑, 그리고 인생이라는 세 가지 이야기로 풀어낸다.
사회생활 속에서 부딪힌 현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운 것들,
삶을 살아가며 마주한 고민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담담하게 들려준다.
정답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먼저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를 건네기에,
문장마다 진심이 느껴졌다.

책을 덮고 문득 삶은 등산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30대가 멀리 보이는 정상을 향해 쉼 없이 걸어가는 시기라면,
마흔은 중턱에 잠시 멈춰 서서 앞으로의 길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바라보던 정상을 계속 향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산을 선택할 것인지.
인생의 방향을 다시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 말이다.

솔직히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나이이기에,
작가의 모든 문장이 깊이 와닿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품고 있는 고민들 앞에서는 여러 번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이렇게 가볍게 넘겨도 되는 문제였구나.
문제라고 믿어 왔지만, 사실은 그만큼 커다란 일이 아니었구나.'

작가는 말한다.
결국 삶에서 가장 어려운 협상은 언제나 나 자신과의 협상이라고.
그리고 그 협상은 끝나는 법이 없다고.

끝없는 협상 속에서도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
아마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마흔의 의미이자,
나 역시 앞으로 살아가며 배워가야 할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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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쇼크 - 금리가 재편하는 새로운 부의 질서
제이미 러시 외 엮음, 임경은 옮김, 박정호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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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쉽지 않았다.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나에게 금리와 자연이자율 같은 개념들은 낯설었고,
몇 번이고 앞장을 다시 넘겨야 했다.

그럼에도 흥미로웠던 것은 돈의 가격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한 인구 증감이 아니라, 노동하는 사람과 부양 받는 사람의 비율이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 인구였던 시절과 은퇴를 시작한 현재를 비교하는 부분은
평소 지나쳤던 사회 변화가 경제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AI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소 남편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주제였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혔다.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심화라는 가능성 또한 함께 제시한다.
특히 이러한 우려를 실제 수치와 함께 분석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명확한 답을 얻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돈의 가격은 수많은 변수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기술의 발전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안이 되기도 한다.

경제는 늘 멀고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경제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뉴스 속 숫자처럼만 느껴졌던 금리는 누군가의 선택을 바꾸고,
누군가의 미래를 흔들기도 한다.

역사적 사건들과 코로나 팬데믹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을 떠올려 보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역사와 데이터, 다양한 분석을 통해
우리가 어떤 가능성들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미래의 경제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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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 엄금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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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를 열람하는 순간, 당신 역시 더 이상 방관자로만 머무를 수 없다.


대낮의 도쿄에서 11명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야에가시 신야.
경찰은 그가 정신 착란과 피해 망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정신 감정 전문의 우에하라는 그와의 면담을 진행한다.

그러나 면담 도중, 야에가시는 '도메키의 눈'들을 없애 달라는 부탁을 남긴 채 스스로 눈을 찔러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우에하라는 또 다른 정신 감정 전문의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메키의 눈'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해 온 과정을 이야기한다.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열람 엄금』.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도메키의 눈'을 둘러싼 어둠의 진실은
더 이상 '나'와 아무 관련 없는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 작품은 독자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인터뷰이들의 말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스며 있고,
평범하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도 어딘가 어긋난 감각이 서서히 쌓여 간다.

'분명 평범하게 흘러가는 대화인데, 왜 알 수 없는 이상함이 느껴지는 걸까.'

그 의문이 깊어질수록, 지금껏 당연하다고 믿어 온 전제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 역시 책장을 넘길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서늘한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내려가는 방식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엽기 살인범의 정신 감정 보고서'라는 부제처럼,
보고서와 진단서, 인터뷰 내용,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사진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독자를 거대한 미스터리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단언컨대 이 작품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누군가를 쉽게 단정하고 낙인찍는 시선,
그리고 진실을 외면한 채 사건을 소비하는 우리의 태도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독자는 어느새 사건의 바깥이 아닌 그 안에 서게 되고,
끝내 자신은 과연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되묻게 된다.

『열람 엄금』을 어기고도 이 보고서를 끝까지 읽을 자신이 있는 사람에게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이 보고서를 끝까지 읽고 난 뒤에도
자신이 여전히 방관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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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의 탐스러움 픽셔너리 2
정기현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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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게 허락된 친밀함은 어디까지일까.

* 북다의 중편 시리즈 <픽셔너리> 두 번째 작품.

현대인들에게 '이웃'은 이제 낯선 관계가 되었다.
서로 얼굴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시대.
정기현 작가는 멀어진 관계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모습을 바탕으로,
이웃이라는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기현은 매번 새로운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대접하지만,
그 이상의 관계를 맺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나는 어머니 아버지와 달리 남의 이야기에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대신 나는 상대와 관계라는 것을 맺는다."(149p)

새로운 만남에서 얻는 이야기를 즐기는 부모를 떠나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기현은,
우연한 계기로 옆집에 사는 기은과 준영 부부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부부간의 친밀함은 부부 사이에만 허락된 걸까? 이웃끼리 친밀하게 지낸다면 어떨까?"(137p)

기현의 이 질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기현과 기은, 준영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이웃'이라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나 역시 옆집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살아간다.
친절을 주고받을 수는 있어도, 서로의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친밀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어쩌면 어떤 관계보다 먼 존재.
이웃은 그런 관계인지도 모른다.

작품 속 기현은 타인과의 관계, 특히 이웃과의 관계에 유독 집착하는 듯 보인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기현은 진정한 친밀함에 대한 갈증을 품게 된 것은 아닐까.
결국 그녀가 이웃에게 찾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현이 기은과 준영 부부를 보며 느낀 '탐욕스러움'은 무엇이었을까.
부부 사이에만 허락된 친밀함, 함께 식사를 하고 일상을 나누며,
작은 다툼 끝에도 다시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관계.
기현은 그런 가까운 사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를 탐했던 것은 아닐까.
작품을 덮고 난 뒤에도, 그녀가 발견한 '탐스러움'의 의미를 오래 곱씹게 되었다.

결국 『이웃집의 탐스러움』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웃이란 어떤 존재인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타인일 뿐일까,
아니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관계일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관계를 맺으려는 마음.
어쩌면 이 작품이 말하는 '이웃'은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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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랑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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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단편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작품의 제목인 '다른 사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는 「그곳」이라고 생각한다.

물살에 휩쓸려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타인의 도움으로 구조 된 '나'.
그녀는 그날의 기억을 품은 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 한다.
쉽게 마음을 내어주는 그녀의 모습을 따라가기 버겁다가도,
그 밑에 자리한 결핍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전과 극심한 더위, 그리고 탈출한 곰이 배회하는 산속 체육관.
꿉꿉한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은 묘한 불안과 불쾌함을 자아낸다.
그 속에서 완전히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사랑은 내가 알고 있던 사랑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어, 그
오히려 그 낯섦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결국 탈출한 곰이 붙잡히고 그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체육관인 '그곳'이 남아있다.
그녀가 그곳에 남겨두고 온 것들은 어쩌면 오랫동안 채워지지 못한 결핍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하면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함께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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