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의 탐스러움 픽셔너리 2
정기현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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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게 허락된 친밀함은 어디까지일까.

* 북다의 중편 시리즈 <픽셔너리> 두 번째 작품.

현대인들에게 '이웃'은 이제 낯선 관계가 되었다.
서로 얼굴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시대.
정기현 작가는 멀어진 관계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모습을 바탕으로,
이웃이라는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기현은 매번 새로운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대접하지만,
그 이상의 관계를 맺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나는 어머니 아버지와 달리 남의 이야기에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대신 나는 상대와 관계라는 것을 맺는다."(149p)

새로운 만남에서 얻는 이야기를 즐기는 부모를 떠나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기현은,
우연한 계기로 옆집에 사는 기은과 준영 부부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부부간의 친밀함은 부부 사이에만 허락된 걸까? 이웃끼리 친밀하게 지낸다면 어떨까?"(137p)

기현의 이 질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기현과 기은, 준영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이웃'이라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나 역시 옆집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살아간다.
친절을 주고받을 수는 있어도, 서로의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친밀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어쩌면 어떤 관계보다 먼 존재.
이웃은 그런 관계인지도 모른다.

작품 속 기현은 타인과의 관계, 특히 이웃과의 관계에 유독 집착하는 듯 보인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기현은 진정한 친밀함에 대한 갈증을 품게 된 것은 아닐까.
결국 그녀가 이웃에게 찾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현이 기은과 준영 부부를 보며 느낀 '탐욕스러움'은 무엇이었을까.
부부 사이에만 허락된 친밀함, 함께 식사를 하고 일상을 나누며,
작은 다툼 끝에도 다시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관계.
기현은 그런 가까운 사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를 탐했던 것은 아닐까.
작품을 덮고 난 뒤에도, 그녀가 발견한 '탐스러움'의 의미를 오래 곱씹게 되었다.

결국 『이웃집의 탐스러움』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웃이란 어떤 존재인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타인일 뿐일까,
아니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관계일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관계를 맺으려는 마음.
어쩌면 이 작품이 말하는 '이웃'은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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