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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ㅣ 누구나 교양 시리즈 4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윤리, 고리타분한 이야기. 뻔하지만 현실에서는 미담에서나 등장하는 손에 잡히지 않는 낯선 단어. 윤리 교과서에서 배우고 입시를 치르고 그게 다였다. 현실은 교과서와는 참으로 멀었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에 약자를 조롱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일련의 모습을 보면서 윤리는 일본 문무성에서 발행한 교과서의 연장선상일뿐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더 이상 자유, 책임, 배려는 경제적인 이득이 없이는 어려운 세상이라고 느꼈다.
그런 불편한 윤리, 예의, 배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다름 아닌 '인사'였다. 아이들에게 인사는 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이유가 없다고, 어른들이 예의 없다고 말을 해도 그런가 보다 할 뿐이라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의 분석이 있었다. 인사 자체에 대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배려, 예의, 자유, 책임 이런 고차원적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배웠던 윤리는 윤리의 역사에 가까울 뿐 윤리 자체에 대한 고민은 논술을 제외하고 해본 경험이 없었다.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한줄기 소나기처럼 답답한 속을 풀어주었다. 아들이 아들에게 전하는 말로 이루어졌기에 아이가 지루하게 여기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내용을 전달한다. 내용은 결코 쉽지 않다. 한 문단에도 생각할 여지가 매우 많다. 그저 삽화일 뿐인데도 머리가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가울 정도다.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의 저자는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끊임없이 하게 한다. <정의 JUSTICE>도 생각하게 했지만 이는 강의용으로 구성된 책이었기에 수업을 따라가는 마음으로 하면 수월하다.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이보다는 덜 고민스럽지만 <미움받을 용기>처럼 스스로가 생각을 하고 받아들여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얇다. 윤리에 대한 뻔한 이야기로 지루함을 선사하는 책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고 싶었던 부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책이 신선하게 다가온 커다란 이유는 저자가 스페인 사람이라는 점이다. 동북아시아의 비슷한 부류나 영미권에서 출간된 책이 아니어서인지 같은 윤리에 대한 시선도 같으면서 약간은 다른 느낌이 있었다. 재미있지만 머리는 뜨끈뜨끈한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를 누군가와 함께 읽으며 대화의 주제로 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