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의 종말 - 우리는 왜 일에 지치고 쓸모없다고 버려지는가
조나단 말레식 지음, 송섬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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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번아웃이 뭘까? 일로 인해 지쳐 나가떨어진 증상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일이 도대체 뭐길래 사람을 소진시키는 걸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저자 조나단 말레식은 번아웃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종신 교수였던 저자조차 번아웃으로 고통받았다. 안정된 직장과 익숙한 업무, 별 탈 없는 가정이 있었음에도 번아웃이 스며들었다. 그 뜻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을 하는 모든 이에게 번아웃은 해당된다는 말이다.


개인이 빠져나오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열심히 발버둥을 쳐도 담고 있는 환경이 그대로인 이상 마음가짐의 재구성과 다독임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수많은 사례가 책 속에 담겨 있다.


치열하게 사는 게 뭐가 나쁘냐고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밀도 높은 삶이 개인에게 만족감을 준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일과 돈을 떠나서 가능하냐는 점이다. 일에 지치고 일에서 버려진다.


일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일을 함으로써 유지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간은 인간 자체로 소중하다. 직업이나 업무가 존엄의 경중을 정하지 못한다. 일은 누가 해도 된다. 내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나여야만 하는 이유는 사실 크지 않다. 알기에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자본주의 속 존재들이다.


그걸 피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저자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라고 말한다. 일에 매몰되면 스스로를 구제할 방법이 요원하니, 다른 시선으로 다른 곳에서의 자신을 든든하게 지키라고 말이다. 가족, 친구, 지인, 이웃처럼 일이 아니고 일의 부분으로 만나지 않는 시간을 쌓고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그래야 일이 전부였을 때 받는 타격보다 훨씬 덜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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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용기 - 불합리한 세상에 대처하는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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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많이 공감했다. 아들러의 논리와 화법이 낯설었지만 두 화자 사이의 대화로 이루어진 구성도 편했고, 설득이 아닌 '대화'였던 방식이 어려운 내용을 그나마 쉽게 받아들이게 도왔다.


<화내는 용기>는 제목만으로도 반가웠다. 내적 친밀감인가? 기시미 이치로에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으리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딱 출간되어서 신기했다. 표지도 어찌나 <미움받을 용기>와 비슷한가?


<미움받을 용기>에서 동의하지 못했던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어찌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 불합리한 현실을 놔두고 지켜봐야 하는지 일어나서 투쟁해야 하는지 사실 어려웠다.


<화내는 용기>는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저술 목적이 분명하다. 이렇게 명확한 건 그간의 책과는 약간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외롭더라도 불편한 시간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은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여기서 뜻하는 '화'는 개인이 아닌, 개인의 감정적인 분노가 아니다. 공분, 그러니까 공적인 분노다.


부당해도 이길 수 없으면 참으라고 한다. 조직이나 사회의 불합리한 문화가 그렇게 몰아간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했다. 언제 적 이야기인가? 문제는 지금도 그 말이 통한다. 슬픈 현실이다.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말한다. 불합리하다고 느꼈다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침묵하지 말라고. 윗물이 맑아야 하는 데 아래에서 가만히 있다면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사회도 문화도 사람도 모두 변한다. 그 과정에서 부당한 경우에 처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개인과 사회의 태도가 그 수준을 보여 준다.


당신은 그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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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학 공부법 - 류승재 특급 비법
류승재 지음 / 경향BP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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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수학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초등수학 심화 공부법> 두 권의 책으로 저자 '류승재'는 초등 수학 공부법에서 학부모들 사이에 유명 인사로 등극했다. 25년이 넘도록 학생을 가르치는 이미 유명한 수학 선생님이었다. 왜 류승재의 방법이 각광을 받는 것일까? 하늘 아래 유일무이한 방법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이유는 현재 한국의 수학 교육과 사교육의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위한 학습인데,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위한 과목의 하나로 전락했다. 슬픈 현실이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문제은행식으로 많은 양을 풀어서 익숙해지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저자는 전작을 통해 선행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 선행이 아니라 심화라고. 같은 단계에서도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게 심화라고 지속적으로 전한다.



이미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은데 왜 세 번째 책을 또 냈을까? 머리말에 그 이유가 있었다. 류승재 선생님의 자제분에게 하고 싶었던 수학과 수학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고등에서 필요한 수학. 중등에서 필요한 초등 수학 등 학부모라면 궁금해하는 정보가 그대로 담겼다. 혼자서 하는 공부이든, 사교육의 도움을 받든 그 선택의 기준과 예시가 있다.



수학 학습법이라면 시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내 아이에게 남겨 두고 필요할 때 꺼내 보길 원하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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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시대 -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지쳤을 뿐이다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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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지쳤을 뿐이다' 부제가 위안이 된다. 힘들어하는 것조차 자신이 부족해서일까 의심하고 있다면 <과부하시대>에서 말하듯이 정말 버거워서 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스로 욕망해서 산다면 오롯이 개인의 역량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의 사회는 그렇지 않다. 전자제품의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 것 마냥 사람도 소진된다. 수치로 나오지 않기에 인지하기 어렵다. 기능이 떨어져도 충분하지 않다거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여길뿐이다.


아니다. 당신은 소진되었다. 과부하는 스스로 알아채기가 일단 어렵다. 과부하의 얼굴은 여럿이다. 우울이라고 보이기도 하고 외로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강박적인 행동으로 괴로워하기도 하고,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 주변, 사회 모두가 원인이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는 크게 4가지로 나눈다. 사회 속 혐오, 건강에 무신경, 과잉 성실, 지구의 위기.


그래서 저자는 과부하에서 헤쳐나가는 방법을 말하기에 명상가처럼 전한다. 개인이 관계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치이지 않으려면 일상을 잘 살아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맺고 있는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책이 우울증에 관한 내용인지, 불안증에 대한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그만큼 과부하는 가까이 있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아무 대처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시대는 끔찍한 피로감과 무기력이라는 상처를 준다. 늦지 않았다.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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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는 거꾸로 공부한다
최승복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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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인간의 학습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경험에서 사람, 기록으로 흘러왔다. 양피지에서 종이로 디지털 매체로 기록도 다양해졌다. 그에 따라 익혀야 하는 지식의 양도 엄청나 증가했다. 지식의 소유는 꿈도 꿀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식과 지식이 만나 새로운 지식이 되는 '자가증식 번식의 지식'이다.

​시대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는데 대한민국의 지식 교육은 강물을 막아서 문이라고 한다. 여기를 지나는 모든 물을 저 문을 통과해야 물이라고 인정받는다. 그렇게 긴 세월 한국의 교육은 머물렀다. 그렇게 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인쇄 지식 사회의 지식과 정보의 구조화, 체계화 결과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국민'을 양성할 수 있었다.

사회는 더 세분화되었고 이제는 국가 안의 국민이기 보다, 개개인이 모여서 사는 테두리의 개념이다. 당연히 하향적 교육방식은 통하기 어렵다. 이게 현실이다. 바로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은 이유다.

책을 받자마자 제목이 책과 관련도가 떨어진다고 느꼈다. 시대에 역행한다는 말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저자의 의미에 의문이 들었다. 다 읽고 나서야 변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학습이란 무엇인지 전하고 싶었던 의중을 이해했다. 개인의 관심 (저자는 욕망으로 표현한다)이 있어야 공부하는 이들의 성향을 감안한 교육 과정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에 너무도 공감했다.

'포노사피엔스' 처음부터 디지털 매체 있었던 아이들이다. 지루한 교과서 속 지식만으로는 그들의 관심과 열정을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동안도 그랬고 앞으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수포자가 아니라 필요성을 못 느낀 아이들이 하지 않는 과목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지식의 단계지만, 그 '누구'가 다수는 아니다. 이제는 아니다. <포노사피엔스는 거꾸로 공부한다>는 깨어있는 교육부 공무원인 저자의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책이다. 한국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 열정을 다 빛내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모습이 안타까워 쓴 글이다. '요즘 애들 버릇없어'처럼 꼰대 발상이 아니라 그들이 생활 양상과 행동방식을 이해하고 앞으로 마주할 세대를 고민한 결과다.

불안이 사교육을 자라게 한다. 시켜야 한다면 적어도 사용자, 그러니까 학생에 대한 이해는 하도록 하자. 지금의 아이들이 어떤 특성인지, 어지간한 양육서보다 시대를 잘 담아준 책이다. 미래가 궁금한가?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교육을 시켜야 하나 걱정되는가? <포노사피엔스는 거꾸로 공부한다>를 한 번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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