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지음, 임근선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전쟁. 처음에 이 단어를 봤을 때 낯설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이 하나가 아닐 텐데 왜 이런 이름이었을까? ‘6·25 전쟁’으로 배웠던 탓이리라. 영어로는 ‘KOREAN WAR’라는 김한종 교수의 설명을 듣고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만의 이유로 전쟁이 벌어진 것도 아니며, 배경과 크게 영향을 미친 각 국가의 정세를 감안하면 당연히 한국 전쟁으로 부르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국사 시간에 배운 ‘6·25 전쟁’은 다른 전쟁과 다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이 땅에서 벌어진 전쟁일 뿐이었다. 전쟁에 얽힌 사람도 일가친척 중에 아무도 없었기에 그냥 교과서 속 이야기였다. 덕분에 부담 없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슬펐다.



<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을 읽으며 여러 번 눈물을 보였다. 역사책을 보고 인간의 잔혹함에 소름 끼쳤던 순간은 있지만, 심장이 덜덜 떨리며 속이 상했던 경험은 처음이었다. 마음이 정말 아팠다. 전쟁이 끝났는데, 강제로 끝이 났는데, 끝나지 않았다. 한 가족이 이사를 해도 정리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데, 국가가 나눠지고 쪼개졌는데 제대로 된 정리가 7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라니. 먹고살기에 급급해서라고 치부하기엔 핑계로 들린다. 경제적으로 완전한 순간은 그럼 언제란 말인가.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전에 질문에 답하는 마음으로 미리 넘겨 본 책은 담담하지만 전쟁의 여러 방면을 설명한다. 공간, 이동, 사람, 파괴, 기억, 국가 권력 이렇게 6개의 분야를 기준으로 한국 전쟁을 재구성한다. 따라서 평면적인 한국 전쟁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전쟁은 사람이 하고, 사람이 사는 곳을, 사람이 파괴하고, 사람 간에 다툰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책이 계속 떠올랐다. 사람이 사람을 해치고 망가뜨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이 땅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꼭 되짚어 봐야 한다. 잘잘못을 가른다고만 보기엔 부족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어야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다. <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은 전쟁 전이든, 후든 나누지 않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전공자들이 읽는 책이 아니고 아이들을 독자로 삼고 쓰인 글이라 부담이 없다. 그리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래서 좋다.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한국 전쟁은 끝난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고력 글쓰기 맛있는 글쓰기 15
권혜진 지음, 김혜연 그림 / 파란정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고력 글쓰기>는 149쪽으로 얇다. 책도 귀엽다. 그런데 내용은 필요한 모든 부분을 다 포함한다. '초등 글쓰기의 힘'이라는 부제가 너무도 딱 맞게 학년과 연령에 맞출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을 모두 담았다.

사고력 글쓰기라는 용어 자체는 엄청 거창해 보인다. 사고력이 중요하다는데, 글쓰기가 요즘 필수라는 데 어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한 부모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내용에 포함된 글에 대한 범위가 워낙 촘촘해서 이 책에 있는 걸 실천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글을 읽는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글쓰기는 새로운 영역이다. 자신의 생각, 의견을 전달하는 데 있어 글이라는 도구를 써야 할 때, 그저 낯설고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면 <사고력 글쓰기>를 아무 쪽이나 펴서 해보면 된다.


<사고력 글쓰기>는 1장은 생각을 정리하는 일기 쓰기, 2장은 생각을 표현하는 논술 쓰기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일기 자체를 난감해하는 아이들에게 일기를 통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들을 시간 순서를 넘어서 생각을 재구성하도록 이끈다. 일기에는 하루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만 써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멋지게 깨졌다. 일기에 대해서 그런 부담이 적었다면 지금 글을 더 촘촘하고 매끄럽게 쓸 수 있었을 텐데 싶은 마음도 든다.


제목이 <사고력 글쓰기>이니 핵심이 사고력이다. 사고하는 그 자체를 글로 담아내는 방식인데, 그래서 1장의 일기 부분도 요약하고, 분류하고, 비판도 질문도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1장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글을 써보았다면 2장에서는 주제를 던지고 그에 대해서 가벼운 만화와 의견을 재구성해 놓았다. 그리고 실제로 학생들이 쓴 글을 담았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 많이 읽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또래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력을 참고할 수 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일단 책이 재밌다. 덕분에 일기나 논술(?)에서 이제는 벗어난 삶을 사는 내게도 요긴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궁리도 하고, 실천도 해보고 즐거웠다. 저학년이나 고학년 이렇게 학년으로 나누기 보다 아이의 현재 수준에 맞게 부분 발췌나 참고독을 하기를 권한다. <사고력 글쓰기 지도서>라고 봐도 썩 괜찮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 살 말 습관 사전 : 학교생활 - 슬기로운 어린이로 자라는 28가지 말 이야기 아홉 살 말 습관 사전
윤희솔.박은주 지음, 헬로그 그림 / 다산에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말만 알려주고 싶었다. 유아어 - 맘마, 쭈쭈, 까까, 지지 등 -는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언어의 특성상 단어가 다르면 다른 말처럼 느낄 것 같아서 쉬운 단어(?) 대신에 천천히 말하려고 애썼다. 별거 아니지만 발음도 정확하게 하고, 문장을 끝까지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나름 흉내를 냈다.



아이가 자라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집안에서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좋은 말만 쓰게 하고 싶었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하면 타당한 이유를 아이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 줄이야.



<아홉 살 말 습관 사전 - 학교생활>은 그 모든 고민을 날려주었다. '헐', '대박', '찐', '하이루' 등 유행어나, 은어에 대해서 정확한 사유를 설명하면서 사용을 하지 않아야 하는 타당함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글밥이 아이 스스로 읽어야 하는 분량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만화로 구성된 부분과 '내 이야기를 들어봐' 부분을 읽게 하고 그다음 장에 설명되어 있는 부분을 함께 읽어도 좋다.



말습관이라는 용어 자체가 아이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도 있는데 <아홉 살 말 습관 사전 - 학교생활>은 표지부터 구성까지 귀엽다. 그리고 구성 자체도 아이들이 들어봤을법한 상황이 담겨 있기에 가르치려는 어른의 의도를 불편하지 않게 전할 수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더 나은 무언가를 알려주기에 설명의 방식을 어른이 배우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그냥 그건 나쁜 거니까 하지 마'라는 일방적인 전달보다 정당한 이유를 들어서 스스로 이해하게끔 하는 책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충분히 가치 있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수사관 바이블 - 대한민국 검찰수사관, 신규채용부터 정년퇴직까지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찰은 알겠는데 검찰 수사관? 드라마에서 보던 그 직업인가 싶은 마음에 책을 펼쳤다. <검찰 수사관 바이블>은 검찰이라는 기관에서 특수(?) 하게 시작되어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말 자세하게 알려주신다.

검찰도 조직이고, 그 조직 안에 있는 직무이기에 채용 근거와 퇴직까지 다 적혀 있다. 신기하다. 검찰에는 검찰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사무관이라고 불리거나 조사관이라고 매체에서 보이는 그 직군이 역시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검찰에 대해 관심이 있고 공무원이라는 조직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검찰 수사관도 어떤 영역에서 업무를 담당하는지 약간은 알 수 있었겠지만, <검찰 수사관 바이블>은 제목 값을 톡톡히 한다. 책을 읽다 보니 마치 내가 수사관인 양 아는 척 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어쩌다 검찰 수사관>의 후속작이다. 그래서 그 책에 담긴 검찰 수사관의 내용보다 더 세부적인 부분을 다룬다.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궁금해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출간했으니 당연하리라. 게다가 김태욱 검찰 수사관님의 필력이 딱딱한 검찰의 기운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빨려 드는 느낌이 있다. 덕분에 제도나 조직의 구성, 업무, 영역에 관한 내용조차 가깝게 느껴진다. <검찰수사관 내전>은 <검사내전>과 제목이 비슷해서 검찰에 대한 이야기 인가 싶지만 다르다. 작가님 책이 더 재밌다.



예리하면서 설득력도 있고 게다가 매우 합리적인 글에 담긴 주제가 검찰 수사관이라니. 작가님, 다른 책도 써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정의 과학 - 최첨단 과학으로 밝혀낸 유대의 기원과 진화, 그 놀라운 힘
리디아 덴워스 지음, 안기순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에 대해서는 분명히 있었다. 사랑은 '호르몬의 농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안다. 발전하는 과학과 의학의 흐름에 맞춰서 그 내용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사랑 호르몬의 유지 기간이 900일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 의미로 사랑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건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우정은 그런 대접을 받지 못했다. 문화적으로 친구를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내용이야 수두룩하지만, 개개인이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우정은 뒤로 밀린다. 비단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영미권도, 다른 문화도 가족이 먼저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우정에게 과학이 드디어 힘을 보여주었다.



우정이 단순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있는 관계 유지성 감정에 지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정의 과학>은 우정을 진화론점인 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우정은 생존의 필요조건이 아니라 필수불가결이었다고. 그리고 정보 교류가 인간이 영장류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생존의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했는데, 이는 가족 언저리에서 해결하기에는 무리였다는 것이다. 맞다. 아는 사람이 다른 부족에 있고, 교류가 가능하다면 이는 단순히 사무적으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친구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사회적인 영역에서도 우정의 힘은 보인다. 사춘기에 부모나 양육자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도 우정에 대한 DNA가 인간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가족이 아니어도 사람이 기대고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친구 아닌가. 그걸 배우는 기간이라는 의미다.



<우정의 과학>은 446쪽의 두꺼운 책이다. 그 안에는 홀대받았던 우정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이루고 사회를 구성해서 사는 인간의 특성상 친구도 큰 의미다. 나이 들어서 친구가 배우자보다 우선이라고 하지 않는가.



책을 읽고 나니 연락이 뜸해졌던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벗으로서 함께 공유한 시간에 대해서 떠올리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