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제표로 경영하라 - 재무제표가 알려주지 않는 기업 성장의 비밀
김형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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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존의 #재무제표가 기업 활동의 결과는 또렷이 보여 주지만, 고객을 중심으로 한 성장의 '과정'과 앞으로의 '가능성'까지는 담아내지 못한다고 짚는다. 그래서 고객 데이터를 회사의 실질적인 자산으로 보고 이를 정량적으로 관리하자는 것, 이것이 책이 말하는 '#고객제표'의 핵심이다.


우리가 아는 재무제표는 결국 '돈'으로 표현된 결과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원 단위로 정산해 둔 영수증에 가깝다. 반면 고객제표는 그 돈이 만들어지기 '전'의 원인을 기록한다. 신규 고객이 얼마나 들어왔고 기존 고객이 얼마나 남았으며 누가 왜 떠났는지, 재구매율과 #고객생애가치는 어디로 움직이는지, 소개와 추천은 늘고 있는지. 돈은 뒤따라오는 결과이고, 고객은 그 앞에 서 있는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 대비가 유난히 매섭게 다가왔다. 재무제표만 보고 경영하는 건 백미러만 보며 운전하는 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나온 길은 선명하지만 앞은 캄캄하다. 매출이 꺾인 뒤에야 숫자로 확인하고 그제야 원인을 찾아 나서니, 손쓸 시점은 대개 이미 지나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고객의 창출이라던 피터 드러커의 말이, 여기서는 추상적인 경구가 아니라 매달 관리해야 할 지표의 문제로 내려앉는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의 고객은 원청 건설사, 발주처, 관급 기관이다. B2B 성격이 강하고, 사실상 건설사 몇 곳이 회사의 명운을 쥐고 있다. 고객이 소수에 집중돼 있다는 건, 큰 현장 하나를 잘 마쳐 그해 손익계산서가 근사하게 찍혀도 정작 우리를 먹여 살리는 두세 곳의 신뢰가 조용히 금 가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재무제표에는 아직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가 숫자로 드러날 즈음이면 다음 수주는 이미 끊겨 있다. 고객제표가 우리에게 오히려 더 절실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고객지표를 실제로 세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저자를 따라가 보면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 출발점이다. 거래처와 최종 사용자가 다른 업종이라면 누구를 고객으로 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그다음 고객 수, 신규와 기존의 비중, 반복 구매 여부, 이탈률, 고객별 매출과 수익성, 고객생애가치 같은 항목을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흐름 안에서 이어 봐야 한다. 고객 수가 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돈을 쓰는 고객인지, 한 번 사고 사라지는 고객인지, 구매 빈도와 거래 기간은 어떤지까지 연결해 읽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중요한 건 이 지표들이 부서마다 따로 쥐고 있을 자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업·#마케팅·#서비스·#재무가 같은 화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 언어가 되어야 한다. 저자가, 고객제표는 주관적인 만족도 조사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실제 매출과 고객 #데이터베이스에서 뽑아낸 수치를 다룬다고 못 박은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세워야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은 말은 '#고객문맹'이었다. 고객이 중요하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정작 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상태. 매출을 고객 단위로 쪼개 보지 못하거나, 사내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재무제표에는 흑자로 찍히는데 실은 특정 유통 채널이나 몇몇 거래처에 매출이 몰려 있고, 그 고객이 떠나면 무엇으로 메울지 모르는 회사라면 이미 고객문맹의 위험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고객 중심을 외치면서 고객을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구호에 그친다. 뜨끔한 문장이었다.


그럼 직원들이 고객문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 한 번으로는 어림없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우리 #회사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이유로 사고 또 떠나는지, 각 부서의 일이 고객 경험과 매출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반복해서 나눠야 몸에 붙는다. 고객 데이터의 입력 기준을 통일하고, 영업 담당자 개인의 엑셀 파일 안에 고객 정보가 갇히지 않도록 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회의에서도 “이번 달 매출이 얼마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고객이 늘었고 어떤 고객이 줄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다만 #데이터를 많이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개인정보 보호와 접근 권한을 지키면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정확하고 일관되게 흐르도록 만드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개인정보를 다뤄 본 입장에서 보면 고객 데이터는 자산인 동시에 책임이다. 이 균형을 놓치면 고객제표는 언제든 회사의 약점으로 뒤집힐 수 있다.


#경영자의 역할은 “고객지표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데 있지 않다. 재무제표와 고객제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서, 당장의 매출을 위해 미래의 고객을 갉아먹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묻는 자리에 서야 한다. 나쁜 소식을 물어 온 사람을 나무라면 다음부터 아무도 고객의 신호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도 경영자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직원 쪽에서는 고객을 영업팀이나 콜센터만의 몫으로 미뤄 두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산의 작은 불량, 배송의 지연, 청구서의 오류 하나까지도 결국 고객의 이탈과 생애가치로 되돌아온다. 관리자는 이 연결고리를 부서원들이 눈으로 그릴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직원은 자기 업무가 고객의 선택과 재구매에 어떤 자국을 남기는지 한 번씩 돌아봐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손에 익은 장부에만 눈이 가는 법이다. 이 책은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또 하나의 장부를 이제라도 펼쳐 보라고, 조금 불편하게 등을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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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비즈니스 코칭 클래스
김방숙 외 지음 / 헬로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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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영지도사 다섯 명이다. 규제샌드박스 컨설턴트, 37년 경력의 협동조합 전문가, 세무회계 박사, AI 기반 사업계획서 전문가, 정부지원사업 컨설턴트로 구성됐다. 이론서가 아니라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자들의 기획 방향이고, 그 방향은 대체로 지켜진다. 각 장마다 체크리스트와 단계별 절차, 실제 컨설팅 사례가 붙는다.


1장은 규제샌드박스를 다룬다. 신속확인과 실증특례, 임시허가의 차이, 경기도와 서울시의 지원 구조 차이, 2026년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이 실무에 미치는 영향까지 정리돼 있다. 제도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신청 경로와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이 이 장의 강점이다.


2장은 협동조합이다. 설립 전 손익분기점 계산과 출자금 규모 산정에서 시작해 등기 서류, 조합 내 갈등 관리, 공동사업, 판로 확보까지 단계별로 이어진다. 설립 절차보다 설립 이후를 다룬 분량이 많다.


3장은 소상공인 세무다. 직원과 일용직, 프리랜서의 구분 기준을 정면으로 다룬다. 일반 소상공인, 플랫폼·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세무 특수성과 법인 전환 검토 시점을 다룬 부분은 소상공인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쓸 만하다. 국세청 AI전환 자문단 이력을 가진 저자가 집필했다.


4장은 생성형 AI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6단계 절차다. 아이템 개요 정리, 기초 질문, 1차 초안, 심화 질문, 2차 초안, 최종 편집 순으로 진행되며, 화장품 구독 사업 사례를 부록으로 붙여 전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장의 핵심은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질문의 순서다. 초안 작성을 AI에 맡기고 사람은 검증과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다.다만, 사업계확서를 작성할 때 사업계획이 제대로 순서대로 사업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는 지 검증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5장은 정부지원사업이다. 첫 상담 질문 목록, 사업 유형별 체크리스트, 컨설턴트 자가진단표가 실려 있다. 신청자보다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한 구성이지만, 그래서 심사자 관점으로 자사 신청서를 검토하는 데 쓸 수 있다. 탄소발자국 업사이클 플랫폼, 해외 진출 소상공인, 떡 제조 스마트화 등 선정 사례 세 건이 수록됐다. 업종은 다르지만 선정 서류의 논리 구조는 업종과 무관하게 참고된다.


한계도 분명하다. 다섯 분야를 362쪽에 담은 탓에 장별 깊이가 고르지 않다. 규제샌드박스와 협동조합은 밀도가 높은 반면 개괄에 머무는 대목도 있다. AI 활용을 상세히 다루면서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입력 위험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도급 계약서나 근로자 명부를 그대로 프롬프트에 입력하면 개인정보보호법 문제가 생긴다. 이 부분은 독자가 별도로 보완해야 한다. AI 도구의 기능은 수시로 바뀌므로 특정 도구가 아니라 절차를 취한다는 전제로 읽는 편이 낫다.


활용 계획은 세 가지로 정리했다. 3장의 인력 구분 기준을 현장 노무 관리 체크리스트에 반영한다. 4장의 6단계를 사내 문서 작성 표준으로 옮기되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반입 금지 항목을 앞단에 추가한다. 5장의 자가진단표를 지원사업 신청 전 내부 검토 양식으로 수정해 사용한다.


정리하면, 완결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전체 지형을 파악하고 어느 지점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 전문가가 필요한지 판별하게 해주는 책이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 운영 단계의 협동조합, 세무와 지원사업 사이에서 판단이 필요한 소상공인, 여러 업무를 겸하는 중소기업 경영관리 담당자에게 권한다. 각 장을 자기 업종에 맞게 활용할 의사가 있는 독자에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곁에 두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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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해봤어 - 땅에서 하늘로, 인류의 내일을 향한 여정
김유재 지음 / 행복에너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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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결정은 가장 차가운 평온 속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심장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것은 대개 몸이 아니라 마음이고, 기술이 아니라 방향이며, 속도가 아니고 책임이다. 그래서 한 기업의 역사를 돌아볼 때도 우리는 숫자보다 먼저 그 안에서 무엇이 계속 뛰어왔는지를 보아야 한다"(367페이지)

 

내가 현대와 정주영회장이라는 이름을 느끼게 된 것은  1998년 소 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가던 그 비현실적인 장면과 군대를 제대하고 1992년 노(老)기업인의 몸으로 대선판에 뛰어들던 낯선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사진 한 장을 들고 다니며 아직 짓지도 않은 조선소의 배를 수주해 왔다는 유명한 일화, 모두가 미쳤다고 손사래 칠 때 “이봐, 해봤어?” 한마디로 밀어붙였다는 그 특유의 화법은, 이제는 신화처럼 굳어져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웬만한 30대 이후의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저자는 이 신화를 멀찍이서 우러러 보는 대신, 가까이 다가가 그 사람의 체온과 고집을 되살려 놓는다. 또한, 정주영회장이 일구어 놓은 현대그룹 중에서 특히 현대자동차를 이끌어 왔던 정몽구회장, 지금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회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쉰을 넘긴 눈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읽으니,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결이 새삼 만져진다. 그의 도전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없는 나라에서 없는 산업을 맨손으로 세우는 일 앞에서, “해봤어?”라는 물음은 객기가 아니라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내 부모 세대가 묵묵히 견뎌낸 그 시대의 공기가 문장 사이에서 올라온다. 동시에 조금 부끄러운 자문도 든다. 나는 내 인생에서 “해봤어?”라는 질문 앞에 얼마나 자주 “안 될 것 같다”는 대답으로 물러섰던가. 이 책이 처음부터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2대 정몽구 회장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면 결이 사뭇 달라진다. 창업자가 ‘없던 길을 낸’ 사람이라면, 그의 아들은 ‘낸 길을 반듯하게 다진’ 사람이었다. 외환위기의 한복판에서 흔들리던 기아를 품에 안았고, 품질과 현장을 앞세워 조롱받던 국산차를 세계 5위권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화려한 웅변보다 공장 바닥을 직접 밟는 뚝심의 시간이었다. 흥미롭게도 50대 직장인이 된 나는 오히려 이 대목에 더 깊이 공감했다. 세상을 단번에 뒤엎는 일보다, 맡은 것을 흠 없이 굴러가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지난하고 외로운지를,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기 때문이다. 창업의 도전이 눈부시다면, 계승의 도전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더 서럽다.

 

그리고 3대 정의선 회장이다. 2020년 그룹의 키를 잡은 이후, 회사가 내놓는 화두는 할아버지 시대와는 전혀 다른 언어로 쓰여 있다. 전기차와 수소, 독립 브랜드로 자리 잡은 제네시스, 로봇 기업을 사들이고,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다시 정의하며,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과 고성능 레이싱까지 넘본다. 강판을 두드려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이제 로봇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이야기한다. 

 

이 책의 진짜 미덕은 정주영을 박제된 위인으로 모셔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그 낡고도 단단한 물음을, 읽는 사람의 손에 슬쩍 되돌려 준다. 현대그룹 3대의 선택과 결정을 되짚어 읽는 일은, 결국 내 남은 시간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 일이었다. 그 물음을 오래 곱씹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봐, 해봤어?'의 정신으로 남은 삶을 도전해 보자.

 

**출판사 이벤트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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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노화 - 김수연 원장의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
김수연 지음 / 북스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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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생물학적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음식, #운동, #수면, 영양제, 줄기세포, 뇌의 사용, #감정,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삶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화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하였다.

 

책은 크게 네 걸음으로 나아간다. 1부에서 노화의 본질을 짚고, 2부에서 텔로미어라는 현대 과학의 열쇠를 중심으로 느리게 나이 드는 몸의 메커니즘을 풀어낸 뒤, 3부에서 무너지기 쉬운 뇌와 감정을 다스리는 법으로, 마지막 4부에서 주름을 지우는 안티에이징을 넘어 삶의 태도를 바로잡는 #웰에이징으로 확장된다. 왜 우리는 늙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저자는 운명론으로 답하지 않는다. 세포 끝에 달린  텔로미어가 분열을 거듭하며 닳아 가고, 그 마모의 속도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며 얼마나 자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다시 말해 생체 나이는 주민등록상의 숫자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값이라는 것이 이 책이 가장 먼저  건네는 위로이자 도전이다. 

 

책이 끝내 도달하는 곳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4부에서 저자는 웰에이징이란 결국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목은 뜨끔했다. 고집은 인간관계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도 흔적을 남긴다는 것, 오래 미워한 누군가를 마음에서 내려놓고 용서하는 시간이 실은 나 자신을 위한 치료라는 것. 이 담담한 문장들 앞에서 나는 웰에이징이 값비싼 영양제나 시술의 목록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를 다듬어 가는 태도의 총합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진료실에서 부위별 통증을 다독여 온 저자의 이야기들이 곳곳에 스며 있어, 책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나이 든 몸을 향한 다정한 위로처럼 읽힌다.

 

책을 덮으며 나는 #노화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항복해야 할 운명이 아니라 매일 새로 쓰는 #선택의 기록이다. 쉰이라는 나이가 내리막의 시작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는 분기점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과학의 언어와 의사의 손길로 설득해 낸다. 거창한 결심 대신 내일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  가볍게 걷고, 밥상에 색을 더하고, 오래 품었던 미움 하나를 내려놓는 것 —  그 작은 실천들이 모여 결국 품위 있게 저무는 저녁을 만든다. 같은 문턱에 선 또래의 독자들에게, 나는 이 책을 조용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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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씽킹 - 데이터, 공감, 전략을 함께 쓰는 AI 시대의 사고법
정병익 지음 / 에피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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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는 힘과 질문을 세우는 힘 사이에서

 

정병익 저자의 『하이브리드 씽킹』은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에 대해 “경쟁하는 두 진영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 해결이 통과해야 하는 두 개의 관문이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두 사고의 닮은 점은 생각보다 근본적이다. 둘 다 천재의 영감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기술이라 선언하고, 둘 다"이럴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운 뒤 깨뜨려 보는 방식으로 전진하며, 둘 다 머릿속 생각을 밖으로 꺼내 타인과 공유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일을 중시하고, 궁극적으로는 설득을 향한다. 논리는 근거로 설득하고 디자인은 경험으로 설득할 뿐이다. 그럼에도 차이는 분명한데, 그 차이는 방법이 아니라 문제의 상태에서 온다. 로지컬 씽킹은 문제가 이미 정의된 세계에서 강하다. 문제를 쪼개고 원인을 분류하고 근거를 쌓아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방향은 아래로, 좁게. 디자인 씽킹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합의되지 않은 세계에서 힘을 낸다. 관찰과 공감에서 출발해 풀어야 할 진짜 질문을 다시 세운다. 방향은 옆으로, 넓게. 논리는 논증으로 검증하고 디자인은 실험으로 검증하며, 논리에서 오류는 제거할 결함이지만 디자인에서 실패한 프로토타입은 다음 라운드의 가장 값싼 정보다.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잇는 것이 디스커버(Discover)–디벨롭먼트(Development)–딜리버(Deliver)의 3단계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구조를 읽으며 두 사고의 관계가 비로소 시간 축 위에 놓이는 것을 느꼈다. 디스커버는 발산의 국면이다. 고객과 현장을 관찰하고 공감하며 문제의 진짜 얼굴을 찾아내는 단계로, 디자인 씽킹의 문법이 주도한다. 여기서 서두르면 잘못된 질문에 완벽하게 답하는 정교한 문서가 나온다. 그 다음 단계로, 디벨롭먼트는 수렴의 국면이다. 발견된 문제를 구조화하고, 대안을 논리로 검증하고 다듬어 해법의 꼴을 갖추는 단계로, 로지컬 씽킹이 무게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딜리버는 로지컬 씽킹과 디자인 씽킹을 혼합한 해법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세상에 내놓고 반응을 받아 다시 다듬는 국면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세 단계가 일직선의 릴레이가 아니라 나선이라는 점이다. 딜리버에서 얻은 배움은 다시 디스커버의 재료가 된다. 발견 없는 개발은 헛돌고, 개발 없는 발견은 공상이며, 전달 없는 개발은 서랍 속 보고서로 남는다.

 

저자가 정리한 여덟 가지 문제해결 패턴은 이 3단계를 실무의 언어로 번역해 준다. 세부 명칭보다 나에게 와닿은 것은 그 밑에 깔린 통찰이었다. 현실의 문제는 하나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인이 명확해 분석으로 풀리는 문제, 이해관계가 얽혀 조율로 풀리는 문제, 고객의 숨은 욕구를 발굴해야 풀리는 문제, 아예 판을 새로 짜야 풀리는 문제가 각각 다른 사고의 배합비를 요구한다. 유능함이란 하나의 만능 도구를 쥐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문제가 여덟 패턴 중 어디에 가까운지 먼저 진단하고 로직과 디자인의 배합을 조절하는 능력이라는 것이 저자의 요지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는 함정을 피하라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뼈아픈 경고다.

그렇다면 성과를 내는 조직은 어떻게 일하는가. 책이 그리는 조직의 초상은 의외로 소박하다. 그런 조직은 두 사고를 부서로 분리하지 않는다. 기획팀은 논리, 디자인팀은 공감이라는 분업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두 문법을 오가고 회의 테이블에서 발산과 수렴의 국면을 의식적으로 구분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에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결정하는 시간에 새 아이디어로 판을 흔들지 않는다. 실패한 시도를 문책의 근거가 아니라 학습의 데이터로 취급하고, 그래서 작게 빨리 실험한다. 무엇보다"이게 정말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맞나"라는 질문이 직급과 무관하게 허용된다. 성과는 뛰어난 개인의 두뇌가 아니라 두 사고가 순환할 수 있는 안전한 절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AI 시대에 더 절실해진다. 생성형AI는 자료를 정리하고 근거를 정렬해 보고서 꼴을 갖추는, 디벨롭먼트 단계의 하방을 평준화해 버렸다. 그러나, AI는 답을 줄 뿐 질문을 주지 못한다. 디스커버의 공감과 딜리버의 책임은 여전히 맥락 속에 서 있는 인간의 몫이고, AI가 짜온 그럴듯한 구조가 실제 법령 체계와 어긋나는지 가려내는 검증의 논리 또한 인간의 몫이다. 논리는 더 저렴해졌지만 더 중요해졌고, 공감은 더 대체 불가능해졌다.

내 일에 얹어 보면 이렇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체계에서 목표·방침·위험성평가 절차를 갖추는 것은 디벨롭먼트, 순수한 논리의 영역이다. 그러나 작업자가 왜 안전대 고리를 걸지 않는지—걸 곳이 없어서인지, 공기 압박 때문인지, 지적이 두려워서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디스커버이며, 감사가 아니라 관찰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한 개 현장, 한 개 공정에서 두 주간 돌려보는 시범 운영이 딜리버다. ESG 체계도 개인정보 보호 체계도 같다. 형식적 컴플라이언스는 논리가 만들고 실효성은 디자인이 만들며, 그 실효성을 다시 증빙으로 되돌려 감사에 견디게 하는 것은 또다시 논리다.

결국 이 책이 남긴 것은 방법론이 아니라 태도였다. 논리는 이미 있는 세계를 정확하게 다루는 힘이고, 디자인은 아직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힘이다. 기획과 실행을 함께 지는 사람은 둘 중 하나를 고를 자격이 없다. 문제를 진단해 패턴을 읽고, 발견하고, 다듬고, 내놓는 순환을 조직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 AI가 답을 대신 써 주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일이 질문을 세우는 일이라면, 이 얇은 책은 꽤 무거운 숙제를 남기는 셈이다.

 

#하이브리드씽킹#자기계발#경제경영#사고의개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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