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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제표로 경영하라 - 재무제표가 알려주지 않는 기업 성장의 비밀
김형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8월
평점 :
저자는 기존의 #재무제표가 기업 활동의 결과는 또렷이 보여 주지만, 고객을 중심으로 한 성장의 '과정'과 앞으로의 '가능성'까지는 담아내지 못한다고 짚는다. 그래서 고객 데이터를 회사의 실질적인 자산으로 보고 이를 정량적으로 관리하자는 것, 이것이 책이 말하는 '#고객제표'의 핵심이다.
우리가 아는 재무제표는 결국 '돈'으로 표현된 결과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원 단위로 정산해 둔 영수증에 가깝다. 반면 고객제표는 그 돈이 만들어지기 '전'의 원인을 기록한다. 신규 고객이 얼마나 들어왔고 기존 고객이 얼마나 남았으며 누가 왜 떠났는지, 재구매율과 #고객생애가치는 어디로 움직이는지, 소개와 추천은 늘고 있는지. 돈은 뒤따라오는 결과이고, 고객은 그 앞에 서 있는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 대비가 유난히 매섭게 다가왔다. 재무제표만 보고 경영하는 건 백미러만 보며 운전하는 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나온 길은 선명하지만 앞은 캄캄하다. 매출이 꺾인 뒤에야 숫자로 확인하고 그제야 원인을 찾아 나서니, 손쓸 시점은 대개 이미 지나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고객의 창출이라던 피터 드러커의 말이, 여기서는 추상적인 경구가 아니라 매달 관리해야 할 지표의 문제로 내려앉는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의 고객은 원청 건설사, 발주처, 관급 기관이다. B2B 성격이 강하고, 사실상 건설사 몇 곳이 회사의 명운을 쥐고 있다. 고객이 소수에 집중돼 있다는 건, 큰 현장 하나를 잘 마쳐 그해 손익계산서가 근사하게 찍혀도 정작 우리를 먹여 살리는 두세 곳의 신뢰가 조용히 금 가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재무제표에는 아직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가 숫자로 드러날 즈음이면 다음 수주는 이미 끊겨 있다. 고객제표가 우리에게 오히려 더 절실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고객지표를 실제로 세우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저자를 따라가 보면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 출발점이다. 거래처와 최종 사용자가 다른 업종이라면 누구를 고객으로 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그다음 고객 수, 신규와 기존의 비중, 반복 구매 여부, 이탈률, 고객별 매출과 수익성, 고객생애가치 같은 항목을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흐름 안에서 이어 봐야 한다. 고객 수가 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돈을 쓰는 고객인지, 한 번 사고 사라지는 고객인지, 구매 빈도와 거래 기간은 어떤지까지 연결해 읽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중요한 건 이 지표들이 부서마다 따로 쥐고 있을 자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업·#마케팅·#서비스·#재무가 같은 화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 언어가 되어야 한다. 저자가, 고객제표는 주관적인 만족도 조사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실제 매출과 고객 #데이터베이스에서 뽑아낸 수치를 다룬다고 못 박은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세워야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곱씹은 말은 '#고객문맹'이었다. 고객이 중요하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정작 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상태. 매출을 고객 단위로 쪼개 보지 못하거나, 사내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재무제표에는 흑자로 찍히는데 실은 특정 유통 채널이나 몇몇 거래처에 매출이 몰려 있고, 그 고객이 떠나면 무엇으로 메울지 모르는 회사라면 이미 고객문맹의 위험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고객 중심을 외치면서 고객을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구호에 그친다. 뜨끔한 문장이었다.
그럼 직원들이 고객문맹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 한 번으로는 어림없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우리 #회사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이유로 사고 또 떠나는지, 각 부서의 일이 고객 경험과 매출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반복해서 나눠야 몸에 붙는다. 고객 데이터의 입력 기준을 통일하고, 영업 담당자 개인의 엑셀 파일 안에 고객 정보가 갇히지 않도록 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회의에서도 “이번 달 매출이 얼마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고객이 늘었고 어떤 고객이 줄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다만 #데이터를 많이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개인정보 보호와 접근 권한을 지키면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정확하고 일관되게 흐르도록 만드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개인정보를 다뤄 본 입장에서 보면 고객 데이터는 자산인 동시에 책임이다. 이 균형을 놓치면 고객제표는 언제든 회사의 약점으로 뒤집힐 수 있다.
#경영자의 역할은 “고객지표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데 있지 않다. 재무제표와 고객제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서, 당장의 매출을 위해 미래의 고객을 갉아먹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묻는 자리에 서야 한다. 나쁜 소식을 물어 온 사람을 나무라면 다음부터 아무도 고객의 신호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도 경영자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직원 쪽에서는 고객을 영업팀이나 콜센터만의 몫으로 미뤄 두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산의 작은 불량, 배송의 지연, 청구서의 오류 하나까지도 결국 고객의 이탈과 생애가치로 되돌아온다. 관리자는 이 연결고리를 부서원들이 눈으로 그릴 수 있게 설명해 주고, 직원은 자기 업무가 고객의 선택과 재구매에 어떤 자국을 남기는지 한 번씩 돌아봐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손에 익은 장부에만 눈이 가는 법이다. 이 책은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또 하나의 장부를 이제라도 펼쳐 보라고, 조금 불편하게 등을 떠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