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물리학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성당에서 알게 된 엘리아는 사람들 관계를 맺을 때 바운더리를 두는 법이 없어~
그에 비해 나는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지"
"그래도 처음에 빨리 친해지는 편이자나~"
"그렇긴 하지~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해 가는 건 늘 어려운 일인 거 같구나"

얼핏 친구와의 일상 대화 같지만 환갑이 넘은 엄마와의 대화이다. 나보다 30년 넘게 산 엄마 역시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늘 관계를 맺는 데 서툴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도 그러하다. 어쩌면 한 명의 사람이라면 세상을 등지고 살지 않는 이상  관계에 대한 고민은 눈을 감는 날까지 해야 하는 숙명 같은 거 아닐까?  그래서 유독 관계를 다룬 책이 있으면 손이 가게 되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림태주 시인의 에세이 <관계의 물리학>은 참 반가운 책이었다.
<관계의 물리학>은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처세술을 적어 놓은 자기계발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을 일상 속 관계에 대한 사유를 시인의 언어로 적어 구절구절 마음을 적시며  쉽게 읽히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통찰력과 감성이 엿보인다.

[관계의 우주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사귄다는 것은 다른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일이고,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닮아가는 일이며, 사랑하는 것은 서로의 다름에 스며드는 일이다.]

거리를 두다 와 거리를 주다의 큰 차이점 
사람과 친해지면 한없이 가까워지고파 하는 편인 나는 가끔 자신의 주변에 선을 긋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그 사람이 정해 놓은 바운더리를 나는 넘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아래의 구절을 읽으면서 그들이 둔 거리를 내가 그 사람에게 주는 거리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거리를 두는 것과 거리를 주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두는 것은 한계를 정하는 일이지만, 주는 것은 자유의 범위를 늘려주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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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주면 관계의 너비와 둘레가 확장된다. 나는 당신이 원하는 만큼 생동하는 자유의 거리를 내주겠다. ]

인간관계의 기본은 '내가 바라듯이'
두 아이를 낳고서는 툭하면 남편과의 싸움이 잦아졌다. 다른 사람과는 싸운 것이 손에 꼽히는 나이면서 이렇게 가장 가까운 이와의 관계는 서투름 투성이다. 늘 싸우는 래파토리는 같고, 내용 역시 도돌이표이다.  사귄 연도 기준으로 올해 12년이 되는 동안 편해진 관계만큼 말을 함에 있어 격이 떨어져 나갔다. 저자는 관계에 있어 얼마나 말이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하며 옛 성인들이 얼마나 인생과 말의 관계를 화두 삼고 깨달음에 이르렀는지 이야기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세상의 진리라는 것을 몸소 깨달으며 나의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어 이 가르침을 새겨 보고 실천하겠다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내가   하기 싫어하면 상대방도 하기 싫어한다는 자명한 이치를 설파하고 있다.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듯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으면, 남에게 상처를 줄 일도 내가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

열역학 2법칙-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 내려가듯
좋은 생각 보다 부정적인 생각은 에너지를 더 많이 빼앗아 간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았지만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 자꾸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자꾸만 피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았다. 주로 듣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앞세웠고, 그 이야기는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그저 듣고 흘리면 될 일이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그러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하고 나면 내 기운마저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친한 친구는 그러한 사람을 가리켜 '감정의 배설'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무릎을 탁 쳤다. 하지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것을 했던 적이 없었을까?라고 자문해본다면 장담할 수 없다. 저자는 누군가를 헐뜯는 나를 발견한 때, 그 편안한 관계를 다 잃기 전에 혼자 있는 법을 익히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따뜻한 열기를 유지해야 타인의 체온을 함부로 빼앗는 일이 없을 거라며 말이다.
혼자인 나를 사랑할 시간이 관계에 필요한 이유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서 결혼 전 혼자 떠나는 여행도 즐거워했고, 혼자서 영화를 보기도 했었다. 현재는 혼자 있는 시간을 내는 것이 굉장히 큰 사치가 되어 버렸지만도 나는 또 언젠가 혼자만의 시간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 혼자만의 시간에 아이러니하게 자신에 빠져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떠오르고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군가 옆에 있기에 생각나지 않았던 사람들이 불쑥 떠오르는 것이고 안부가 묻고 싶어진 것이다.

[철저하게 혼자인 자들이 더 많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식물에게 물을 주고, 고맙다는 편지를 쓰고, 고양이를 세심하게 보살필 것이다.]

저자의 많은 사유들은 비단 관계를 넘어서 인생 살이에 혜안을 준다. 그저 훌훌 읽고 넘어 버리기에는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 다이어리에 꼭꼭 눌러 적었다. 그리고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거리를 품고 있는 존재들이 서로 사이를 가질 때 우리는 우주가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의 우주를 더 아름답고 단단하게 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욱 새겨볼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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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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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년 시절  인생에 관한 각종 처세서를 즐겨 읽었다. 그러한 인생을 살지 않고 있어도 그러한 책을 읽고 나면 나도 그러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 같았고, 진통제 마냥 그 책의 여파로 평소와 다른 내가 되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통제가 치료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효과가 있듯 처세서들의 효과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도리어 나중에는 부작용 마냥, 그러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나를 탓하고 미워하게까지 했다. 그 책들은 하나같이 치열한 삶을 살라고 내게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어느 순간 그러한 책들을 멀리하게 되었지만도 나의 마음은 여전했다. 현재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조바심을 느껴 무엇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에 휩싸여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러한 나날을 보내는 내게 만병통치약 같은 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노력'이라는 것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살았지만도 나 역시 노력으로 무엇인가를 일구어야 한다고 강박같이 머릿속에 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이 나뿐은 아닌 듯, 저자는 '노력의 배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명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면 할수록 자꾸 억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정하라고 말한다. 원래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이다.  열정과 노력을 강요하고 이를 미덕이라 여기는 사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들이 과연 내게도 좋을까?

  책 속 질문이 내게 던지는 파장은 컸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해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도 이제는 늘 무엇인가를 하기 전에는 검색부터 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검증된 '중간 이상'을 택함이 나의 생각이나 감각을 퇴화시켜 버린 것이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고독한 실패가'가 되길 권한다.  이 내용을 읽으며 세상의 많은 조언, 혹은 지혜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지만 정작 소홀했던 나 자신의 소리에 집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저자는 번아웃을 경험할 만큼 열렬히 일해보기도 하고, 퇴사를 해보고 프리랜서로 살아보기도 하고, 이전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사수까지 했었다. 이러한 자신의 인생 우여곡절을 통해 득도 경지에 이르러 펼치는 생각들은 다소 진지하면서도 현실적이다. 하지만 저자의 위트 있는 일러스트 덕분일까? 깨알 재미가 있어 읽는 내내 크크 거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생에 대한 고민마저 가벼워져 바짝 쪼여진 내가 힘이 빠지면서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 속에 맥주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며 맥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너무 기대하지 않는다면 어? 의외로 괜찮네, 내 인생!
 기대를 하고 봤다가 실망했던 영화처럼, 인생도 그러하다고 이야기한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인생은 '이거밖에 안 되는 인생'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 나 역시도 내 인생에 대해 너무도 원대한 그림을 그려서 슬퍼졌다는 생각이 이 내용을 보며 들었다. 무엇인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요즘같이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매일 접하는 인터넷의 어떤 누군가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과 대입시켜 비교하며 실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어떤 기준 없이, 특별히 바라는 것 없이 즐겁게 살아가려고 한다면 자신의 인생 역시 괜찮다는 것을 발견하지 않을까?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내 인생에 대해 조금 내려놓음을 경험하고 나니 마음부터 편해지면서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우울하다고 느껴질 때 자주자주 펼쳐 봐야겠다​

 
이 책 이럴 때 권해요!
1. 프리랜서를 꿈꾸며 퇴사를 고민고민 중일 때
2. 내 인생이 자꾸 우울하고 작게만 느껴질 때
3. 매일의 야근으로 번아웃! 마음속 쉼이 간절할 때
4. 자꾸자꾸 노력해도 뭔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5. 맥주 한잔하면서 책 한 권 편한 마음으로 읽고 싶을 때

 

출발 신호가 울리면 난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걸어갈 거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러니까 그런 날 편하게 봐줬음 좋겠어. 나도 편하게 생각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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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발명의 실수투성이 역사 1218 보물창고 20
샬럿 폴츠 존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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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에 대해 어쩌면 우리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엄청나게 스마트한 사람이 엄청난 발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발명에 대한 편견을 이 책을 깨준다.

어쩌한 발명이 있기까지 엉뚱한 실수 , 실패담들이 모여진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부터 즐겨 먹는 초코칩 쿠키, 도넛 등

일상 생활 속에서 접하는 소재들의 발명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져

내용들이 하나 같이 흥미롭다.

 

 

게다가 3M 포스트잇 노트를 발명하기 전, 접착제로서는 실패가 있었지만 그것을

없애버리지 않고 있다가 다시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성공으로 이끌어낸 사례는

정말이지 흥미로왔다.

과연, 지금 아이들에게 그 필요성을 모르겠지만도 직장 생활에 있어 필수품이 아니었던가!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지 모르겠지만, 정말 청바지를 좀 입는 다면 누구나 입고 싶어하는

리바이스 진의 이야기 역시 인상깊었다. 금광을 캐는 광부들에게 텐트 천을 팔러 갔다가

바지가 구멍난다는 이야기에, 텐트 천으로 재빨리 바지를 만들어 팔았다는 리바이,

그리고 금이 닿아도 절대 찢어지지 말라고 징을 받는 센스까지!

오늘날 청바지가 이렇게 누군가의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발명, 혹은 새로운 것을 창조함이란 것에 대해 실패란 것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발명의 성공 역시, 실패 혹은 실수에서부터 비롯되었으니 실패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말라고!

누가 더 많은 실수, 실패를 해보았냐에 따라 인생의 승패는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한번도 실수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알베르트 아이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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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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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2일 홀로코스트 기념일- 이스라엘 묵념 사이렌이 울린 풍경

(사진 출처: Haaretz.com)

요즘 종종 뉴스에서 해외에서 이슈가 된 유튜브 영상을 재편집해 보여 주곤 한다. 그러다가 본 영상의 한 장면은 나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길 가던 사람을 멈추게 한 사인 소리, 사람들은 묵념에 잠기고, 그 사인 소리가 끝난 후 제 갈 길을 가듯 떠난다. 그 플래시몹 같던 묵념의 현장이 이스라엘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은 '홀로코스트'로 이 세상을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동이었음 알게 되었다. (4/12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기념일)
  사실 홀로코스트란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몰라 사전을 찾게 되었는데 홀로코스트는 홀로코스트(Holocaust)는 그리스어 holókauston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신에게 동물을(olos) 태워서(kaustos) 제물로 바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 말은 집단 학살을 의미하게 되고, 유명 학자들에 의해 '제2 세계대전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을 의미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서양권에서 작가들이 주목받기 위해 쓰기 좋은 소재라고 유명 작가가 비꼬아 말할 정도로 '홀로코스트'는 쓰였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소재이다. 나 역시 '홀로코스트'에 관한 문학 작품은 아니더라도 영화 작품만 해도 떠올려지는 작품들이 몇 개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러한 작품들이 홀로코스트 속에 인물들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서 심약한 나는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상당히 신선한 시각으로의 접근한 문학 작품이 있어 펼치게 되었다. 바로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이다.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는  2017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출신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대표작이다. 폴란드 이주민 출신 아버지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어머니에서 태어난 작가이기이에 홀로코스트에 대해 좀 더 객관적 시선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는 여타 홀로코스트 문학 작품과 달리 홀로코스트를 겪고 있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 겪은 세대의 아래 세대인 주인공의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또한 늘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뤄졌던 이야기를 이번에는 홀로코스트 피해자인 인물과 가해자와의 이색적 교류를 통해 가해자의 내면세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 더욱 흥미로움을 더한다. 
700여 페이지에 걸쳐 꽤나 두꺼운 분량에서 펼쳐진 작가의 서사는 독자의 상상력을 뛰어넘기에 충분하다.  특히 내가 이제까지 읽어 왔던 소설과는 그 구성부터가 달라 독특했다.  보통은 인물이 나와 1인칭, 혹은 3인칭 시점에서 하나의 스토리가 전개해져 가는 구성이 일반적이라면 이 작품은 총 4장에 걸쳐  색다르게 구성된다.     

제1장 : 모미크(피해자 다음 세대)를 통해 바라본 홀로코스트 그 이후 

1장은 주인공인 모미크가 화자로 앞세워 그의 유년시절이자 이스라엘 건국 초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엄마, 아빠가 온 곳, '저 멀리'는 주인공 모미크에게 해리포터 속 볼드모트 같은 것이었다. 함부로 언급해서도, 물어봐서도 되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모미크 그곳에서 어떤 일을 엄마, 아빠가 겪었는지 알고 싶고, 그 일을 똑같이 겪고 왔다는 동네의 특이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러다 '저 멀리'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안셸 바세르만 할아버지(외할머니의 남자형제)가 집에 오고 나서 모미크는 '저 멀리'에 대해 아는 것을 박차를 가하고 급기야는 '나치 짐승'을 키우겠다며 버려진 동물들을 집에 데리고 오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기까지 한다.

  한밤중 발가벗고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여자 한나 제이트린, 계속 혼잣말을 중얼 걸리는 안셰 할아버지, 그리고 자다가 비명을 지르는 아빠,  그리고 사람들의 팔목에 새겨진 숫자들, 자꾸만 자신과 거리를 두려만 하는 엄마 등 어린 모미크의 눈으로 보여진 홀로코스트 그 이후의 다행히도(?) 살아남은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서 홀로코스트의 깊은 상처를 보았고, 그 깊은 상처는 어린 모미크에게까지 곪아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제 2장: 모미크의 치유의 과정, 연어가 된 작가 브루노와의 만남

 

 

모미크가 말하는 정의로 홀로코스트가 단박에 와닿았다. 그저 피와 살덩어리로 치부되었기에 일어났다는 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일 테니까. 그곳에서 살아났어도, 존재의 밑바닥까지 경험하고서 자신의 존엄성을 챙기는 인간으로서 제구실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살인에 책임이 있어요. 설사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 할지라도,(중략) 그들은 우리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에 대한,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요. 우리가 우리를 보호하라고 직접 임명한 자들, 우리의 행복을 조금씩 죄어 오는 자들 말이에요.
작가가 된 모미크는 자신까지 덮어버린 상처를 '저 멀리' 그때를 이야기로 재창조시키면서 자신을 치유해 간다. 어린 시절 홀로코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고 동경하기까지 된 작가 브루노. 모미크는 그를 자신의 상상 속에서 나치에 의해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기 전으로 되돌려 살려내고 연어의 모습으로 등장을 시켜 대화를 나눈다. 모미크가 깨달으며 외치는 말속에서 나는 오늘의 우리의 모습은 결코  '저 멀리' 그때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느껴졌다. 그저 우리의 행복을 위한 일이 아니면 외면한 채 우두커니 있는 모습 말이다.

 

제3장 :홀로코스트 피해자 안셸 바세르만과 가해자 나이겔의 천일야화(千一夜話)

3,4장은 모미크가 쓴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중 3장은 자신이 어린 시절 만났던 안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써낸 이야기이다.  매일 수천 명이 죽어져 나가는 수용소의  소장 나르겔은 우연히 자신이 어린 시절 읽던 동화의 작가인 안셸 바세르만이 수용소의 포로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바세르만에게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죽여 주겠다는 흥미로운 조건을 내걸고 바세르만은 낮에는 그의 정원사로 일하고 밤에는 오직 그를 위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 장에서 주목할 것은 바세르만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변화되는 나르겔이다. 아무 감정 없이 있는 자리에서 사람을 총살 시켜 버리는 그이지만 바세르만과 관계를 맺고 나서 그를 죽여달라 했을 때 그는 두려움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의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며 생각하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고 부인과의 있었던 은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홀로코스트의 가해자라 일컬어지는 작자들 역시 피해자임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의 존엄성을 밑바닥으로 깔아뭉개고 생명을 지우는 역할을 했지만도 그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조차 그 존엄성이 상실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영혼을 지워버렸는지 모르겠다.

 제4장: 바세르만의 이야기 속 인물 '카지크'와 관련한 사전식 표제어 해석

카지크는 바세르만이 이야기에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24시가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명의 인간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백과사전 식으로 표제어를 나열했는데, 그 발상이 참으로 독특했다. 어쩌면 이 소설의 제목이 <사랑 그 항목을 참조하라>는 것도 이러한 구성이 있어서가 아닐까 추측되었다. 나이겔과 바세르만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카지크의 이야기 때문에 표제어 설명 중 나이겔의 이야기 역시 나온다. 여기서 역시 변화된 나이겔을 알 수 있고, 그는 심지어 바세르만의 딸을 자신이 죽인 것을 알고 죄책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이야기의 주인공 카지크가 죽음을 택하자 자신 역시 스스로의 죽음을 택한다.
  표제어의 수많은 설명 중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기도'에 관한 것이었다. 읽고 나서도 계속 여운을 남겼다.

 

 우리 모두가 빌었던 소원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카지크가 전쟁을 모르는 채로 생을 마치게 해달라는 거였죠. 아시겠어요, 헤어 나이겔? 우리가 바란 건 그렇게 사소한 거 였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니면 무엇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과제처럼 느끼던 찰나 오늘자로 배달된 신문의 헤드라인이 보였다. "핵 실험, ICBM 중단 김정은식 비핵화 첫 단추" 이면에 가려진 것들이 보이는 거 같았다.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하는 지금 순간에도 나치 수용소만큼 처참한 상황에 직면한 북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조차 나의 행복과는 무관하다고 외면하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나 역시 살인에 책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는 어쩌면 홀로코스트 이후에도 그와 같은 현실을 목전에 두고도 외면한 우리에게 사랑(자비)을 참조하라고 말하는 큰 메시지일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빌었던 소원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카지크가 전쟁을 모르는 채로 생을 마치게 해달라는 거였죠. 아시겠어요, 헤어 나이겔? 우리가 바란 건 그렇게 사소한 거 였답니다.

우리는 살인에 책임이 있어요. 설사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 할지라도,(중략) 그들은 우리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에 대한,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요. 우리가 우리를 보호하라고 직접 임명한 자들, 우리의 행복을 조금씩 죄어 오는 자들 말이에요.

"당신은 매일 수천 면을 살해한잖아요. 전 세계에서 온 유대인을들이 도살장을 향하는 양처럼 당신 앞을 지나간다고요.(중략) 당신이 늘 하는 일이지만 이번에서 자진해서 스스로 선택해서 하르는 것뿐이잖아요.(중략)
나이겔이 눈을 감고 신음 혹은 두려움에 목이 메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방아쇠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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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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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을 본 지가 참 오래된 거 같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도 거울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도, 아이를 낳고서는 더욱 거울이 멀어진 거 같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순간, 눈 밑에 낀 기미가 보였고, 턱  이중턱이 되어 두터워진 살들이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제 얼굴이 보기 싫어서였습니다.  그런 요즘 제가 읽고 있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책은 정말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제목이 끌려서였습니다.

 

 

 특히나 제목 아래 부제로 적혀져 있는 멘트가 제 마음을 훔쳤던 거 같습니다.

오늘 거울 속 내가 별로여서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시선에 지친 우리의 이야기

약속을 잡을 상황도 되지 않지만 약속을 잡아도 입고 갈 옷이 없어( ㅠ,ㅠ 맞지 않는 옷들) 그리고 내 모습이 초라해 우울했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저는 뜻하지 않게 '외모 강박' 속에 구속돼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외모 강박'이란 표현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저 예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왜 별로인가?'라는 마음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마음 또한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주입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거울을 볼 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지 않는다. 대신, 몇 년간에 걸쳐 주입된 문화,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들은 말, 그리고 내적인 고민에 의해 형성된 모습을 본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보기보다는 주변의 평가가 중요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척들은 저를 보면 말했습니다. 

"너는 코만 높으면 이쁘겠다."
어린 시절 한 번도 코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어느 순간, 제 코는 저에게 콤플렉스가 되었습니다.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의 인터뷰 사례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우울하고, 그것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사회에서 여성의 능력보다 외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우리나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외교 안보 정책을 묻고 답하는 자리에서 그녀의 염색하지 않는 머리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우리의 외모 강박은 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미디어, SNS을 통해 점점 높아져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아이를 낳고서 유달리 눈이 갔던 사진과 글들이 있었죠. '출산 후에도 변함없는, 완벽한' 이러한 문구와 연예인들의 사진은 자괴감을 자꾸만 부추기고만 있었죠.  


 

                

저자는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과 메시지가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외모 강박은 완전한 회피는 없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대신 '건강을 위해 설탕을 덜 섭취하기로 한 것처럼 머릿속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걱정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외모를 신경 쓰느라 들이는 품을 아꼈다가 더 중요한 가치를 고민하는 데 들이자는 것이죠.

그러기 위한  외모 강박에 대한 현명한 대처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1. 우리 몸에 대해 더욱 친절해지고 몸에 감사하는 법을 연습하자!
-우리의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살피고 미워하라는 세상의 말에는 귀를 기울지 말자!
2. 몸은 행동하는 존재라는 것을 명심하자!
-몸의 존재 가치를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은 우리 일을 방해하지 않는 옷을 입는 것이다.
3. 미디어에 신경 쓰자!
-잡지에 실린 파괴적인 이미 지나 기사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아도 돌려 버리자. SNS에 사진을 올릴 때 왜  그 사진을 올리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4. 대화를 살피자!
-외모, 몸매 관련 대화를 줄임으로써 다른 소녀와 여성이 자신을 외모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로 느끼게 하자.

단순히  외모 강박을 벗어나는 문제뿐만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습니다. 두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여성을 바라볼 때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딸을 키우는 입장이라면, 혹은 여자아이를 만났을 때 어떠한 식으로 말을 건네면 좋을지에 대해서요. 

 

소녀와 여성을 칭찬하고 싶다면 그녀가 실제로 통제하는 무엇인가를 칭찬하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 집중하는 것, 배려하는 것, 창조적인 것, 너그러운 것,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자.

이제는 아이의 친한 여자 친구를 만날 때도 '귀엽다, 이쁘다'라는 대신 그 아이가 집중하는 것에 대해 말해주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지인들을 만날 때도 제가 좋아하는 그녀들의 장점을  이뻐 보인다는 말 대신 더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거울 앞에서 작아지는 제가 아니려고 합니다^^ 당당하고 자신있게! 제 자신이 되어야 겠어요.

 

소녀와 여성을 칭찬하고 싶다면 그녀가 실제로 통제하는 무엇인가를 칭찬하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 집중하는 것, 배려하는 것, 창조적인 것, 너그러운 것,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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