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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유년 시절 인생에 관한 각종 처세서를 즐겨 읽었다. 그러한 인생을 살지 않고 있어도 그러한 책을 읽고 나면 나도 그러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
같았고, 진통제 마냥 그 책의 여파로 평소와 다른 내가 되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통제가 치료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효과가 있듯 처세서들의
효과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도리어 나중에는 부작용 마냥, 그러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나를 탓하고 미워하게까지 했다. 그 책들은 하나같이 치열한
삶을 살라고 내게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어느 순간 그러한 책들을 멀리하게 되었지만도 나의 마음은 여전했다.
현재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조바심을 느껴 무엇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에 휩싸여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러한 나날을 보내는 내게 만병통치약 같은 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노력'이라는 것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살았지만도
나 역시 노력으로 무엇인가를 일구어야 한다고 강박같이 머릿속에 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이 나뿐은 아닌 듯, 저자는 '노력의 배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명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면 할수록 자꾸 억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정하라고 말한다. 원래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이다. 열정과 노력을 강요하고 이를 미덕이라 여기는 사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번아웃을 경험할 만큼 열렬히 일해보기도 하고, 퇴사를 해보고 프리랜서로 살아보기도 하고, 이전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사수까지
했었다. 이러한 자신의 인생 우여곡절을 통해 득도 경지에 이르러 펼치는 생각들은 다소 진지하면서도 현실적이다. 하지만 저자의 위트 있는 일러스트
덕분일까? 깨알 재미가 있어 읽는 내내 크크 거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생에 대한 고민마저 가벼워져 바짝 쪼여진 내가 힘이 빠지면서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 속에 맥주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며 맥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너무 기대하지 않는다면 어? 의외로 괜찮네, 내 인생!
기대를 하고 봤다가 실망했던 영화처럼, 인생도 그러하다고
이야기한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인생은 '이거밖에 안 되는 인생'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 나 역시도 내 인생에 대해 너무도 원대한 그림을 그려서
슬퍼졌다는 생각이 이 내용을 보며 들었다. 무엇인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요즘같이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매일 접하는 인터넷의 어떤 누군가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과 대입시켜 비교하며 실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어떤 기준 없이, 특별히 바라는 것 없이 즐겁게 살아가려고 한다면 자신의 인생 역시 괜찮다는 것을 발견하지
않을까?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내 인생에 대해 조금 내려놓음을 경험하고 나니 마음부터 편해지면서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우울하다고 느껴질 때 자주자주 펼쳐
봐야겠다
이 책 이럴
때 권해요!
1. 프리랜서를 꿈꾸며 퇴사를
고민고민 중일 때
2. 내 인생이 자꾸 우울하고
작게만 느껴질 때
3. 매일의 야근으로 번아웃!
마음속 쉼이 간절할 때
4. 자꾸자꾸 노력해도 뭔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5. 맥주 한잔하면서 책 한 권
편한 마음으로 읽고 싶을 때
출발 신호가 울리면 난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걸어갈 거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러니까 그런 날 편하게 봐줬음 좋겠어. 나도 편하게 생각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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