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왜 책의 제목이 케이크와 맥주인지는 모르겠다.

이후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드리필드 부부를 한번 더 만났다. 시내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들이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갑자기 다시 부끄러움을 심하게 탔다. 드리필드 부인을 쳐다보면 당혹스러워 얼굴을 붉혔다. 얼굴에 죄스러운 비밀을 간직한 기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 P110
그동안 평론가들이 그의 놀라운 가치를 극찬해도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어린 시절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하찮은 작가로 취급받던 그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 P136
"나는 후기 작품도 좋아해. 누구도 나보다 더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인식하지는 못할 거야. 그것들에 깃든 절제와 일종의 고전주의적 냉철함은 감탄할 만하지만 전반부 작품들의 자극적 풍미, 생동감, 사람 사는 냄새와 활기가 빠졌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아무래도 첫 번째 아내가 그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아예 무시한다는 건 무리일 듯싶어." - P158
그들이 느낄 부끄러움을 생각하니 나도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런데 드리필드 부인이 그 남부끄러운 사건을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 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만약 내가 먼저 그녀를 보았다면 나와 마주치는 치욕을 피하고 싶을 그 마음을 배려해 그대로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반가운 기색으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 P174
바턴 트래퍼드 부인은 본인처럼 스코틀랜드 명문가 출신의 여인이 저명한 문인이 실수로 결혼한 술집 여급 출신의 아내에게 취할 법한 태도로 드리필드 부인을 대했다. 다정하고 장난스럽고 부드럽게 드리필드 부인을 열심히 다독였다. - P192
나는 그의 말뜻을 알 것 같았다. 그녀는 태양이라기보다 달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태양이라고 해도 하얀 새벽안개에 싸인 태양 같았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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