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친구 추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3
양은애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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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미래인'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베스티가 건네는 농담과 유머는 실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나 역시 베스티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단짝 혜주와의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 힘들어하던 세미에게 베스티의 존재는 어쩌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찾아온 작은 행운에 가까웠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할 곳이 없던 세미에게 베스티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이자, 그 어떤 판단도 없이 세미의 편에 서주는 든든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AI와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감정이 복잡한 날에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되짚어 보고, 일상을 정리하며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미처럼 AI에게 의존해 학교생활과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은 바람직한 사용자의 모습이라 보기 어려웠다. 편리함에 기대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의 관계를 등한시하거나, 감정 조절을 AI에게만 맡기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소년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ChatGPT, Gemini, Claude 등 다양한 AI 챗봇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특정 세대의 고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주한 변화이자 일상의 일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가 주는 유용함과 동시에 내포한 위험성을 함께 인식하고, 어느 한쪽을 맹신하거나 과도하게 경계하기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적당히'라는 기준이 모호한 만큼, 우리는 종종 그 경계를 넘어서며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과하게 의존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AI 시대의 사용 습관과 기준을 고민하고, 지금의 현실을 차분히 바라보며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는 건 아닐까 싶다.

《완벽한 친구 추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 친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위로를 건네고, 곁에 있어주는 존재라면 그것이 AI라는 사실이 중요할까? 그러나 완벽하게 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AI보다, 때로는 오해하고 상처주지만 함께 성장하고 나아가는 친구와 가족이 더 소중한 이유가 분명 있다. 우리는 결국 알고리즘의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한 사람의 온기에서 더 깊은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진짜 친구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용서를 배우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인간 관계가 지닌 진정한 따뜻함을 깨닫게 된다.


책을 덮은 후,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잘지내?" 단 세 글자지만, AI가 아닌 사람에게 보내는 그 메시지에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있다. 답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래서 더 소중한 기다림 말이다.



p.8

베스티는 듣습니다. 당신의 하루를,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과거와 꿈꾸는 미래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무거운 고민을. 베스티는 당신의 모든 말을 가볍게 듣지 않습니다.

베스티는 이해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웃었던 그때, 당신의 상처와 수십 번이나 삼킨 진심, 무심결에 던진 말로 받게 된 상처까지도요. 언제나 당신의 마음을 달래 줍니다.

p.80

마음이란 건 신기해서 내가 여유가 있을 때는 상대의 어떤 말도 들어 줄 자신이 있는데 지금처럼 버겁고 낭떠러지 끝에 있는 기분이면 그 어떤 말도 듣거나 할 자신이 없었다.


p.161

핸드폰 화면에 수많은 대화를 채웠지만, 실상은 사람의 품을 기다렸다. 따뜻함이 모든 원망을 녹여 냈다.


p.198~199 

힘든 시기에 베스티에게 받았던 위로로 회복된 자신의 감정은 진짜였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교류'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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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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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만 보면 같은 고등어도 바다에서 헤어칠 땐 '물고기', 마트에 놓이면 '생선', 교과서에는 '어류'라고 부르더라고요. 듣기엔 다 비슷한 말 같은데, 이 표현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p.69)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땐 '물고기'지만, 시장에 놓이는 순간 '생선'이 되고, 학문적 분류로는 '어류'가 된다고 한다. 이 질문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말들 속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숨어 있다는 점이었다. 같은 존재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물고기', '생선', '어류'로 다르게 부른다는 사실이,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사회적인지를 보여주는 듯 해 뭔가 씁쓸했다.


바다는 거대한 생명 실험실입니다. 수많은 생명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죠. 그 과정에서 서로 비슷해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해요. 이런 변화의 무대에서 생명은 '살아남을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왔습니다. (p.80)

수많은 생명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나는 물고기의 색깔이나 형태를 그저 '다양하다'고만 느꼈지, 그것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결과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물고기의 등은 파랗고, 배는 왜 하얗지?"라는 단순한 궁금증조차 떠올려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이유가 생존 전략 중 하나인 '카운터셰이딩(위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바다 위에서 물속을 내려다보면 어둡게 보이기 때문에 등은 짙은 색으로, 아래에서 위를 보면 햇빛에 의해 밝게 보이므로 배는 흰색으로 진화한 것이다. 빛의 방향과 환경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이 치밀한 적응은, 생명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며 자신에게 맞는 생존 방식을 찾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또한 바닥에 사는 넙치나 가자미처럼 해저 색과 닮은 갈색으로 몸을 위장한 생명체를 떠올리면, '환경에 맞게 변화한다'는 진화의 의미가 더욱 실감 났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이유와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 왔다는 사실로 보였고, 바다는 그 치열한 실험의 현장이자, 생명 그 자체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바다는 말이 없지만, 언제나 신호를 보내고 습니다. 우리가 그 신호를 귀 기울여 듣느냐, 못 들은 척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거예요.(p.206)

'귀 기울여 듣느냐, 못 들은 척하느냐'라는 표현이 특히 가슴에 와닿는다. 못 듣는 것이 아니라 '못 들은 척'하는 것. 이 미묘한 차이는 우리의 무지가 아니라 외면을 말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뉴스에서, 교과서에서, 일상에서 바다의 위기를 접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섬나라들,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바다거북의 뱃속,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초.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너무 멀리 있는 일로, 너무 거대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문제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해왔다.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해양열파 등 바다가 보내는 신호는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바다에는 우리가 아직 다 알지 못한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 특히 심해와 같은 미지의 영역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어떤 생태계가 존재하는지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다. 우리가 바다의 위기 신호를 듣지 않는다면, 아직 발견조차 하지 못한 생명들까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바다에 미래가 있으려면, 우리가 바다의 신호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신호에 응답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야만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결국 바다의 미래는 우리가 듣느냐, 외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을 덮은 나는 더 이상 '못 들은 척'하지 않기로, 그리고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지기로 다짐했다.


저는 과학이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고,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고,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이니까요. 또 중요한 건, 과학과 문학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문학은 과학의 성취에서 상상력을 얻고, 과학은 문학의 상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구상하죠. 과학을 단순히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이나 지식을 쌓는 것으로 한정 짓지 않으면 좋겠어요. 과학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랍니다. - P28

"바다를 잃는 건, 미래를 잃는 것이다"
우리는 바다를 개발할 권리가 있는 동시에, 지켜야 할 책임도 있어요. 그 균형을 지혜롭게 맞추는 것이야말로 과학의 역할이자,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 P65

겉모습은 비슷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도 다르고 진화의 출발점도 다르답니다. 하지만 비슷한 환경 속에서 생존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생물들이 비슷한 ‘답‘을 내놓는 거죠. 이것이 진화의 매력이자 자연이 보여 주는 놀라운 창이력이에요. - P74

바다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복잡하게 연결된 살아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그 균형을 지키는 책임이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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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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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래빗홀'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래빗홀미스터리앰배서더 #도서협찬

《통역사》의 표지에 그려진 화려한 네온사인과 대비되는 여신, '차미바트'의 고요한 표정은 신비로우면서도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읽기 전부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통역'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감출 수도 있는 힘을 지닌다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또한 생소한 네팔의 문화와 신앙, 그리고 여신이 살인 사건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 낯선 조합이 만들어낼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겨 보았다.


"살인자의 말을 들은 그대로 전할 가치가 있을까요?"

재만이 도화에게 던진 이 질문을 통해 증거와 자백이 확실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변명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과연 정의인지, 아니면 명백한 범죄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돕는 것이 정의인지 잠시 멈춰 생각해보았다. 단어 하나로, 문장 하나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고도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보통 통역을 단순히 '말을 옮기는 행위'로만 생각하지만, 이 소설은 통역이 진실과 권력, 문화적 맥락까지 전달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강력한 행위임을 보여주었다. 즉, 통역은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서 한 문장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망치기도 할 수 있다. 도화가 재만의 의뢰를 받고 법정에서 차미바트에게 허위통역을 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통역이라는 행위가 가진 책임과 번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왜곡의 무게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누구의 말을 듣고, 누구의 편에 서서, 어떠한 진실을 선택할 것인지를 《통역사》는 묵직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보여주었다. 책에서 도화가 차미바트의 증언을 좇을수록 드러나는 것은, '확실하다'고 믿었던 진실이 실은 얼마나 불완전하고 왜곡되기 쉬운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증거와 자백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명백하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진실일까? 언어의 장벽 너머에, 문화적 차이 너머에, 우리가 보지 못한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돌아보았다.


또한 낯선 네팔의 문화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전반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숭배받았던 쿠마리가 왜 대한민국에서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는지, 그녀가 법정에서 반복하는 "알 수 없는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사건 전개가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가며, 각 장면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져 더욱 몰입되었다. 그리고 '여신', '쿠마리', '제3의 눈', '파란남자'와 같은 낯선 단어들이 만들어낸 문화적 이질감은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살인사건과 네팔의 신앙, 그리고 도화의 선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인간과 사회, 언어의 관계가 진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왜 하필 나비가 보라색이죠?"
"멍들면 보랏빛이 되잖아요. 잠시 멍든 거지, 망가진 건 아니라는 의미예요."
도화는 보라색 나비 로고를 슬쩍 만져보았다. 차가웠다.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이 기묘한 상황을 설명해줄 사람은 차미바트뿐이었다. 묻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것이다. - P72

어쩌면 자신의 불행에 집착하는 동안 옆을 볼 힘을 잃었는지 모른다. - P105

자본주의에 찌든 한국인은 불가촉천민보다 못했다. 돈만 알고 교만하고 서로를 속이는 저열함. 그렇게 생각해야만 이 세계에서 무방비로 꽂히는 모욕을 견딜 수 있었다. - P172

하지만 완고한 성도 오랜 시간 뚫어지게 바라본 자에겐 틈이 보일 수 있다. - P220

"나에게는 여러 말이 들릴 때가 있었어요. 옳은 말, 멋진 말, 틀린 말, 쓰레기 같은 말, 멍청한 말... 그때 나는 옳은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들었어야 했던 말은 ‘바다가 보고 싶어요‘ 그거였어. 텔레비전에서 당신 말을 들었어요. 바다가 보고 싶다는 그 말. 이번에는 그 말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그게 답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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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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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판사 '든'에서 리커버 출간기념으로 가제본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제본서평단 #협찬

《벼랑 위의 집》은 판타지의 옷을 입은 우리 시대의 우화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책 한 권에 잔잔하고 깊이 있게 스며들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이너스와 아서의 대화이다. 두 사람은 마치 창과 방패 같았다.

라이너스는 규칙은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마법적 존재들과 비마법적 존재들이 동화되어 살아가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아서는 그러한 규칙은 아이들을 잠재적 위험으로 보기 때문에 만들어졌으며, 아이들은 통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신뢰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면 마르시아스 고아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아이들을 대했을까? 두 사람의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었고, 모두 공감이 되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관점은 다르지만,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끼는 이들이었기에 더욱 어려웠다. 안전과 자유, 질서와 사랑, 사회와 개인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닐까.


'다름'이 곧 '위험'이 되는 사회에서, 이 소설은 '이해'와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힘임을 보여준다. 라이너스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름'을 두려움이 아닌 '개성'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아서를 통해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세상이 두려워한 존재들이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속에서도 용감하게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르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지나쳤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았다. 또한, 편견이 만연한 현실 속에서, 우리 각자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하였다.


"집이란 그 어디보다도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이지. 우리도 그렇지, 얘들아? 우리 집에선 우리들 자신이 되잖아."

마르시아스 고아원의 아이들은 '위험한 존재'로 불린다. 그러나 아서와 함께하는 고아원에서는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적그리스도라는 무시무시한 꼬리표를 단 루시조차, 그곳에서는 그저 한 아이로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그러나 현실에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진정한 집, 진정한 소속감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것이다.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집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처음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안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숨어 있었다. 라이너스가 한 달의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듯이 말이다.

"아끼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하는 일만을 합니다. 애착을 형성하는 것과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 아이들... 그 아이들한테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애초에 그렇기 때문에 고아원에 있게 된 거고요. 아이들이 밤에 허기진 배로 자리에 눕는다거나, 몸이 닳도록 착취당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이 아이들을 일반 아동들과 격리한다 해서 취급마저 다르게 해서는 안 되니까요. 모든 아이들은 그... 성향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아낌없이 보호받아야 합니다." - P61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존재를 두려워 해. 두려움은 그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혐오로 바뀌고. 사람들은 섬의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두려워서, 그 애들을 혐오하는 거야. 이런 이야기, 처음은 아니잖아? 어디서든 일어나는 일이니까." - P98

"집이란 그 어디보다도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이지. 우리도 그렇지, 얘들아? 우리 집에선 우리들 자신이 되잖아." - P168

"사람들이 흑백으로 나뉘는 건 아니니까요.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벗어나지 않고 한 길만 갈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 길을 벗어난다고 해도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예요." - P241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향한 편견만을 마주하며 살고 있어요. 그렇게 자라면 오로지 편견만을 아는 어른이 되고 말겠지요. 당신마저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루시가 예상과는 달랐다는 건 당신이 이미 머릿속에서 그 애가 어떤 아이일 거라고 재단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변화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편견과 싸우겠습니까? 편견을 그대로 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 P248

"하지만 비눗방울 속에 갇혀 살기란 참 쉬워, 반복되는 일과는 평온을 주거든. 그러다가 비눗방울이 터지고 비로소 정신을 차리면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게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차마 믿어지지 않는 거야. 심지어 겁이 나기도 해.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다시 그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기도 하지. 나 역시 그 비눗방울 안에 존재했던 게 사실이고."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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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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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클래식북스(클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이 물음표 하나 없는 문장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질문 같지만 독백 같고, 회상 같지만 탐색 같은 이 문장을 책을 펼치기 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웃었던 시간이나 친구와 보냈던 즐거운 순간들만 떠올랐다. 그러나 저자는 특별하지 않아도 미소 짓게 하고,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해준 소소한 일상을 담백하게 이야기하며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종종 '평범한 하루'라는 말을 한다. 별일 없이 지나간 날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그러나 저자는 그 평범함 속에 숨겨진 치열함을 발견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끼니를 챙기고,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기록하고 나서야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는 구절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온전히 살아낸 시간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결국 삶이란 몇 개의 극적인 사건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조용하고 잔잔한 하루들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커피 한 잔으로 얻는 에너지, 타인과 나눈 대화, 맛있는 한 끼 식사. 이러한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내 삶을 채운다. 그리고 그 순간에 집중하고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일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작고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행복의 파편들을 주워 담는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지루함을 느끼곤 했다. 평범한 하루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때로는 더 역동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원했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러한 내 마음을 마주하면서,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행복은 평범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도, 특별한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범한 하루도 특별한 하루도 충분히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과 자신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오늘 내가 살아 있는 평범한 하루를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는 것. 이 책은 나에게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과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무사히 흘러간 하루가 무사히 끝난 듯하지만, 마음 한편은 헛헛하다. 나에게 정말 무사한 하루였을까. - P21

불안함과 무사함의 불협화음을 느끼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 무사함을 찾아가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 P22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태어나 걷고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걷는다. 그런데 정말 같은 시간일까? 어쩌면 각자의 시계를 품은 채 살아온 것은 아닐까?혹은 같은 시계를 보도록 강요받으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 P83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서로 다름을 키워내는 삶을 꿈꾼다. 같은 뿌리에서 자라나도, 각자의 꽃을 피우는 그런 삶을. - P84

모든 이의 삶은 하나의 고전이다. 세월을 견디며 많은 이들에게 검증받은 고전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삶을 고전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누군가의 서가에 꽂히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아니, 서가에 놓이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고전도 있으니까. 기억되는 죽음도, 잊히는 죽음도 모두 아름답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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