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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 '클래식북스(클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이 물음표 하나 없는 문장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질문 같지만 독백 같고, 회상 같지만 탐색 같은 이 문장을 책을 펼치기 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웃었던 시간이나 친구와 보냈던 즐거운 순간들만 떠올랐다. 그러나 저자는 특별하지 않아도 미소 짓게 하고,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해준 소소한 일상을 담백하게 이야기하며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종종 '평범한 하루'라는 말을 한다. 별일 없이 지나간 날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그러나 저자는 그 평범함 속에 숨겨진 치열함을 발견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끼니를 챙기고,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기록하고 나서야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는 구절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온전히 살아낸 시간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결국 삶이란 몇 개의 극적인 사건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조용하고 잔잔한 하루들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커피 한 잔으로 얻는 에너지, 타인과 나눈 대화, 맛있는 한 끼 식사. 이러한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내 삶을 채운다. 그리고 그 순간에 집중하고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일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작고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 행복의 파편들을 주워 담는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지루함을 느끼곤 했다. 평범한 하루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때로는 더 역동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원했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러한 내 마음을 마주하면서,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행복은 평범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도, 특별한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범한 하루도 특별한 하루도 충분히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과 자신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오늘 내가 살아 있는 평범한 하루를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는 것. 이 책은 나에게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과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무사히 흘러간 하루가 무사히 끝난 듯하지만, 마음 한편은 헛헛하다. 나에게 정말 무사한 하루였을까. - P21
불안함과 무사함의 불협화음을 느끼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 무사함을 찾아가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 P22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태어나 걷고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걷는다. 그런데 정말 같은 시간일까? 어쩌면 각자의 시계를 품은 채 살아온 것은 아닐까?혹은 같은 시계를 보도록 강요받으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 P83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서로 다름을 키워내는 삶을 꿈꾼다. 같은 뿌리에서 자라나도, 각자의 꽃을 피우는 그런 삶을. - P84
모든 이의 삶은 하나의 고전이다. 세월을 견디며 많은 이들에게 검증받은 고전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삶을 고전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누군가의 서가에 꽂히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아니, 서가에 놓이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고전도 있으니까. 기억되는 죽음도, 잊히는 죽음도 모두 아름답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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