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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컷 사진 찰칵! 괴담 샤미의 책놀이터 19
김용세 지음, 김연우 그림 / 이지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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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지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평단 #협찬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 앞에서 늘 걱정한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길을 걸어가는 내가 최선을 다하느냐다. 선택이 때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돌아보면 된다. 만약 그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면, 기쁜 마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을. '실패하면 어떡하지', '후회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갇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봐야 하는 것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혜윤이 자신을 괴롭힌 인주를 어떻게 대하는지,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던 윤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선택한 과정이다. 인주 엄마의 눈물 앞에서 혜윤은 선택했고, 치즈고양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 윤지도 선택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그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선택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역시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이 책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용기, 관계 속에서 생기는 상처를 직면하는 힘, 그리고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야무지게 담은 성장 서사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울림을 주었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선택 앞에서 두려워하고, 결과를 걱정하며,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것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 선택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시즌 2가 있다면, 사진관 주인 시로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그는 어떻게 이 신비한 사진관을 운영하게 되었을까? 그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있었을까? 시로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김용세 #네컷사진찰칵괴담 #네컷사진 #사진관 #괴담

#무서운이야기 #도깨비식당 #이지북 #샤미의책놀이터 #어린이동화 #동화추천


"이 사진들엔 너의 문제를 해결해 줄 단서가 들어 있어. 다만 그 단서의 정도가 다를 뿐이야. 즉, 어느 사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너의 고민이 쉽게 해결될지 아니면 매우 복잡하고 힘들게 해결될지가 결정될 거야. 잘 살펴보고 결정하렴." - P27

"같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알고 모르고의 차이라고나 할까?" - P136

"진심을 말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야. 단지 그 말을 듣는 상대의 마음을 고려한 말인지 아닌지가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 뿐이지."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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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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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달먹는토끼'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리뷰단 #협찬


저자가 열세 살에 어머니를 잃고도 제대로 슬퍼하지 못했듯이, 우리도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간다. 하지만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서 응어리로 남는다. 그리고 그 응어리를 밖으로 표출할지, 말지는 개인의 역량과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저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선택을 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책을 덮으며, 부모님께 고맙고 사랑한다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어졌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하지 않고서는 전달되지 못하는 진심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를, 보고픈 그리움과 죄스러움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저자의 담담하고 차분한 문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어리지도, 미래의 나보다 성숙하지 못하다. 지난 시절의 나는 더 젊고 활기찼으며, 앞으로의 나는 지금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넓게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곁에는 부모님이, 가족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 수 있고, 포옹할 수 있으며, 함께 밥을 먹고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는 없던 주름과 망설임이 있고, 미래의 나만큼 지혜롭지 못하다. 그러나 지금 전할 수 있는 '사랑합니다'와 '고맙습니다'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표현을 미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성숙해지면, 더 여유로워지면, 더 적절한 순간이 오면 말하겠다고.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불완전하더라도, 서툴더라도, 지금 이 순간이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인생을 구성하는 두 단어가 ‘만남‘과 ‘관계‘라면 헤어짐 또한 피해갈 수 없습니다. 작별은 준비된 작별과 준비하지 못한 작별로 나뉘죠. - P66

한마디 말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고 삶을 바꾼다면, 그 말은 열매를 맺은 씨앗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성장합니다. 이렇듯 말은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말이 삶이 될 때 비로소 그 말은 진짜 힘을 갖게 됩니다. - P87

발효된 말이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겉절이도 맛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입니다. 생각 속에서 숙성되지 않은 채 버무리자마자 바로 뱉는 말이 아니라, 오래 발효된 깊은 맛을 내는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P135

"작은 실패가 충분히 쌓여야 성공할 수 있다면, 그 ‘성공‘의 길목에는 반드시 ‘평범‘이라는 정류장도, ‘실패‘라는 정류장도 있지 않을까요? 설령 종착역이 ‘평범‘이라고 해도 불행한 인생은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평범‘이라는 역에 머물러도 행복해하니까요." - P178

사람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봅니다. 앞에서는 감춰진 외로움과 쓸쓸함이 뒷모습에서 엿보일 때가 있거든요.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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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스터스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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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클레이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클하서포터즈1기 #협찬

이성적인 엘리트 변호사인 첫째 에이버리, 세계 챔피언급 복서였던 둘째 보니, 자유분방한 모델 넷째 러키. 세 자매는 겉보기엔 모두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직업이 사실 각자가 슬픔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도피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에이버리는 완벽한 통제로, 보니는 육체적 고통으로, 러키는 끝없는 파티와 약물로 니키의 부재를 잊으려 했다. 이들의 결함과 불완전함은 상실의 무게를 선명하게 보여주어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숨기고,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들이 보여주었다.


니키는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던 존재였다. 그래서 니키의 죽음보다 더 마음 아팠던 것은, 남겨진 세 자매가 서로를 미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보다 같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를 피했다. 니키 없이 함께 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같은 상실을 겪은 이들이 오히려 더 멀어지는 아이러니. 그들의 얼굴에서 자신의 고통이 반사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은 너무나 정확하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상처가 때로는 함께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에이버리, 보니, 러키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니키를 애도하고 기억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대신, 다른 무언가에 몰두하며 버티려 했고, 그 결과 이들은 더 깊은 혼란과 고통에 빠져들고 말았다. 세 자매의 서로 다른 반응을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애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같은 사건도 각자의 삶 안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파문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선택한 방법들일 뿐이었다. 그러던 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을 때,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서 무너졌는지 마주하게 되었다. 니키의 방에 남겨진 물건들, 함께했던 기억들이 세 자매를 다시 하나로 모았다.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 세 자매가 자신의 고통과 싸우는 모습, 서로 미워하면서도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계의 복잡함,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묵묵히 계속되는 일상의 잔혹함과 아름다움이 이야기를 가득 채웠다.


상실 이후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때로는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말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름답지만 지저분하고, 고통스럽지만 희망적인 모습 그대로를 말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느꼈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날들이 있음을 기억하게 되었다.


자매는 친구가 아니다. 원초적이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자매라는 관계를 지극히 평범하고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친구라는 관계로 줄여버리려는 욕망을 그 누가 설명할 수 있으리. 그런데도 친구란 말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수단으로 줄기차게,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 엄마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예요. 내 남편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랍니다. 아니라니까. 자매란 같은 자궁에서 손톱을 기르고, 동일한 산도를 통해서 밀려 나오는 존재라서 친구와 같을 수가 없다고. 자매는 서로를 선택하지도 않고, 서로를 알아가는 은밀한 기간 따위를 갖지도 않는다고. 아예 처음부터 서로의 일부가 된단 말이다. 탯줄을 떠올려보자. 질기고 구불구불하며 볼품없지만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 아니던가. 그걸 화사한 색실로 엮은 우정 팔찌와 비교해 보라. 그게 바로 자매와 친구의 차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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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올리브에게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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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제본서평단 #협찬


<나나 올리브에게>는 전쟁이라는 무겁고 슬픈 주제를 다루면서도 절망에 머무르지 않았다. 대신 그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의 따뜻함, 서로를 지탱하는 연대의 힘, 그리고 끝내 전해지는 진심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코흘리개'가 나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당시 올리브나무 집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조금씩 드러냈다. 직접적인 설명 대신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감정을 전달함으로써, 그들의 관계와 마음을 더욱 진솔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중간에 삽입된 그림들은 글로만 상상하던 올리브나무 집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나나와 얼룩무늬 개, 올리브나무 집을 찾아오는 이들의 일상을 담은 일러스트들은 텍스트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전달하여 자연스럽게 몰입되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전쟁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폭격 소리가 들려도 울지 않았다. 태어나면서부터 들어 온 소리였으니까. 남자 어른들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다. 군인들이 와 총을 쥐여 주고 데려갔다고 했다. (p.23)


이 책은 전쟁의 모습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도, 그 무게를 또렷하게 전달했다. 과장하거나 극적으로 연출하지 않는 절제된 어조가 역설적으로 전쟁의 일상화가 가져온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절망 속에서, 올리브나무 집과 나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던 흑백의 세상에 색을 선물했다. 문기둥에 새겨진 키 눈금처럼, 이 공간은 누군가의 성장과 기억이 깃든 '우리 집'이 되었고, 그 안에서 나눈 시간과 온기는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었다.


책을 덮으며,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와 나눈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진심은 총성과 폭격보다도 오래 남아,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 이야기를 떠울리면, 전쟁의 두려움보다 끝내 사라지지 않았던 따뜻함과 희망의 감각이 더 오래 남았다.


주머니칼은 접었다 펼 때마다 녹이 슬어 뻑뻑했다. 한때 아꼈던 물건이 이렇게 되도록 처박아 둔 것은 나였다. 내 기억도 이렇게 녹이 슬어 있는 것만 같았다. - P18

서운해하지는 마세요. 물건들에게도 계절이 있다면, 긴 겨울이 지나 봄이 온 것뿐이에요. - P69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슬픔을 안고 있어요. 그 사실이 나를 버티게 해요. 가끔은 슬픔이 턱밑까지 차올라서 그만 잠겨 버리고 말 것 같을 때, 내 옆에 나처럼 턱밑까지 차오른 슬픔 속에서 천천히 앞으로 헤엄쳐 가는 사람을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아, 아직 괜찮구나, 하고 따라서 헤엄을 쳐요. 헤엄치는 나를 보고 또 다른 누군가 역시 헤엄을 치겠지요.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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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아는데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영란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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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우리학교'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페이지터너즈1기 #도서협찬


<나는 너를 아는데>는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자를 위로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길, '너의 길'과 '나의 길'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분노에 머무르지 않고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기억을 잃은 '그'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나'의 재회는,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있지만 기억의 무게는 전혀 달랐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가해자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피해자. 이 비대칭적인 관계 속에서 과연 화해는 가능한지, 용서와 책임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과거의 조각들이 하나둘 드러날수록, 중학생이었던 '나'가 느꼈던 두려움과 호감, 그 사이의 애매한 감정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가 건넨 친절이 순수한 호의였는지, 아니면 목적이 있는 행동이었는지 되짚으며, 나 역시 주인공처럼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의심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나'의 감정은 불편했지만 동시에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감당도 할 수 없는 상대한테 섣불리 사실을 알려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한 일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을 때 감당하게 하고 싶었다. (p.81)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과거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진정한 사과와 책임은 오직 완전한 기억 속에서만 가능하다. '자신의 잘못을 감당할 수 있을 때'라는 기준은, 책임이란 결국 기억하고, 인정하고, 회피하지 않는 태도이다. 즉, '나'가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온전히 기억하고, 그 무게를 감당하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우리 삶의 선택에 대해서도 생각하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마주하고, 그때마다 회피할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마주할 것인지 선택한다. 저자가 말한 '너의 길'과 '나의 길'은 바로 이 선택의 문제였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쉬운 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부단히 애쓰며 한 발 더 나아가는 어려운 길을 택할 것인지를 말이다. 이 소설은 '나의 길'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 길에만 진정한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은 몰라봐도 땅은 기억하는 모양이구먼. 그래. 그게 사람이지. 정신은 잊어도 몸은 잊지 않어." - P39

감당도 할 수 없는 상대한테 섣불리 사실을 알려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한 일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을 때 감당하게 하고 싶었다. - P81

사람의 정신과 행동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순하고 착한 생각을 가지고도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고, 나쁜 생각으로 꽉 차 있얻도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진짜인가. 마음에 품은 생각이 진짜인지,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진짜인지 알 수 없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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