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부동산 ㅣ 기기묘묘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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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는 본래 인간이 아니었던 존재로,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니고 삿된 것들과는 달리 악의 없이 존재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괴이들의 왕 단야는 인간세계에 살고 싶어 하는 괴이들에게 인간의 '껍데기'를 구해 준다. 그 껍데기를 중개하는 곳이 단야가 운영하는 귀구부동산이다. 집을 사고파는 평범한 부동산이 아니라, 삶을 포기하려는 인간의 '껍데기'를 인간이 되고 싶은 괴이에게 중개한다는 설정이 무척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한쪽은 자기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다른 한쪽은 인간의 삶을 간절히 원한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버거운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던 삶일 수 있다. "스스로 생을 버리려는 순간 그 인간의 이름은 희미하게 저승 명부에 나타나기 시작해. 정말로 죽음이 목전에 다다랐을 때야 명부에 제대로 오르지. 그만큼 생은 자기 의지에 달린 거야." (p.69) 처음에는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삶이 정말 자기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살다 보면 내가 선택하지 않은 환경, 타인의 말과 행동,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쩌면 죽고 싶다는 마음도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기보다, 지금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순간을 견디는 것조차 힘겨운 사람에게 쉽게 '조금만 더 살아 보라'고 말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어려움을 겪어도 누군가는 곁에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누군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또 누군가는 아주 작은 즐거움이나 내일에 대한 기대 하나로 다시 일어선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이 무엇이든,​"하지만 살다 보면 다시 살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요." (p.70)라는 말처럼 다시 살고 싶어지는 날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그러니 오늘을, 그리고 다가올 내일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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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습을 갖는다고 해서 정말 인간이 되는 것일까. 욕망을 느끼고, 스스로 선택하고, 때로는 후회하며,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또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까지가 인간다움이 아닐까.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괴이들을 따라가다 보니, 살아 있다는 것,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특별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인간과 인간으로 살고 싶은 괴이, 그리고 이들의 삶을 중개하는 서울 한복판의 기묘한 부동산 이야기 속에서 '삶'과 '인간다움'을 생각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우연의 결말은 무엇일까. 차귀는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제 분노나 원망과 무관하게 그 끝이 모두의 해피 엔딩이길 바랐다. 지친 몸만큼이나 차귀의 마음 또한 무겁게 내려앉았다. - P129

기영의 이야기에 연준이 신기하단 투로 중얼거렸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진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제 삶을 살고 있는데도, 그 삶조차 행복하길 바란다는 게. - P159

"그 인간에게 다시 살아갈 다음의 기회는 없었을까요? 모든 인연의 끈이 끊어진 상태였더라도. 그걸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신이 아닌데..."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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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잣는 물레를 부수고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황소연 옮김 / 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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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은 대부분의 동화에서 공주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시련을 겪고, 왕자는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하며,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이러한 결말은 어린 나에게 참 로맨틱한 이야기였고, 나도 그런 왕자를 꿈꾸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동화를 다시 읽으니, 공주는 왜 왕자를 기다리기만 하는지, 공주를 구하는 일은 왜 왕자만 할 수 있는지, 왜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지 답답했다. 그러나 '그(프림로즈)의 멍하고 무기력한 표정이 말해준다. 이전에도 수없이 들은 그들의 말이 족쇄가 되어 그를 옭아맸음을. 이 악순환이 너무나 익숙해 아예 무감각해졌음을.'(p.107) 이 문장처럼 정해진 역할과 말에 길들여지다 보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믿게 되고, 그렇게 되면 무기력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남성 중심의 사회상을 생각하면 공주들은 어쩔 수 없었겠다 싶어 씁쓸했다. 그리고 그동안 공주의 이야기로만 기억하던 동화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시대적 배경과 악역의 사정, 주인공과 엑스트라의 마음까지 다시 헤아려 보게 되었고, 새롭고 신선한 자극 속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은 시간이었다.


만약 모든 공주에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할 기회와 용기, 그리고 곁에서 지지하고 돕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나는 많은 시련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시련 속에서 나를 구해 준 것은 왕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지만, 결국 모든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했다. 그래서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의 모습, 결과가 정해져 있는 운명 앞에서 화가 나기도,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지니아와 프림로즈는 정해진 결말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웠다.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가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며 함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동화와는 다른 반전이 곳곳에 있어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이 퀴어한 이야기임을 잊지 말기를...


책을 덮고 나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의 마지막 문장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행복한 결말은 누군가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니아와 프림로즈에게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선택과 상관없이 정해진 결말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결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서로의 손을 잡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물레'가 있을지 모른다. 타인의 기대일 수도,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일 수도, 스스로 만들어 낸 한계일 수도 있다. 그것을 당장 완전히 부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 한 번쯤 질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주의 그늘 아래에서 성장하는 건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기에게 주어진 그 이야기가 얼마나 증오스러웠을까. 그의 증오심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공주는 물렛가락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고 이야기의 그 잔인한 굴레를 벗어나기엔 무력했으니까. - P23

내 페이지에서 그들의 페이지로 잉크처럼 스며들 수만 있다면, 펜으로 한 페이지에 같은 단어를 겹쳐 쓰고 또 쓰듯이 서로 겹쳐진 수천 개의 현실 속에서 같은 이야기를 말하고 또 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샴이 말한 서술 공명이라는 건 정확히 무엇일까. - P120

죽어가는 여자의 철칙 같은 건 쓰레기 같은 헛소리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죽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고 애써야 되는 게 아닐까.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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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 - 여행 크리에이터의 꿈과 현실 사이, 그 진짜 이야기
강은빈(써니앤쎄이)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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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름다운 여행지와 즐거웠던 순간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행을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까지 담아낸 책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여행 크리에이터는 늘 궁금한 직업이었는데, 이 책은 그에 대한 정보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 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막연히 좋아 보이기만 했던 직업의 이면과 현실적인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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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매일 즐거울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사람들의 반응과 숫자에 신경 써야 하며, 때로는 좋아하던 여행마저 일처럼 느껴지는 창작의 어려움과 번아웃, 크리에이터로서 겪는 고충을 숨김없이 들려주었다. 자유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 뒤에 보이지 않는 고민과 노력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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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책 속 사진이 아름다워 '저곳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장소가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 바로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사진마다 촬영 장소가 짧게라도 적혀 있었다면,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다음 여행지를 떠올리며 읽는 재미가 더 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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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지 생각하게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늘 행복한 것은 아니며, 그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 책임과 현실적인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읽고 나니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싶었고, 제목처럼 꿈과 현실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실감했다. 그래서 그 간격 속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 가는 써니앤쎄이님의 이야기가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좋아하는 일을 지켜 간다는 것은 즐거운 순간뿐 아니라 힘든 순간까지 끌어안는 일임을 배운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아무리 유익한 정보라도 콘텐츠 속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 팔로워 전환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 결국 사람들은 정보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독하는 시애에 살고 있다. - P31

이제 더 이상 짐을 싸는 순간이 설레고, 그곳에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하는 ‘진짜 여행자‘로 돌아갈 순 없지만, 여행에 미쳐있던 내가 여행에 지친 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직업이 좋다 - P103

애써 밝은 척,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것들 많이 누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씩씩하게 대답했지만, 부모님의 시간은 나의 시간보다 빠르다는 걸 이젠 알고 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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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 ㅣ 특서 청소년문학 49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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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있고 싶은 정수인, 이름은 같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싸 김수인, 궁궐짬뽕집 딸이자 똑 부러지는 반장 임리안. 닮은 구석보다 다른 점이 많은 세 아이가 이상하지만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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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인은 짬뽕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이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오히려 그 이질적인 취향이 정수인을 정수인답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 하나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아이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자꾸 마음이 가는 것. 그런 작은 취향들이 하나둘 쌓여 결국 한 사람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이 책이 말하는 특별함도 그런 것이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p.185)는 문장처럼 좋아하는 것도,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는 존중할 수 있다. 서로 다르기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내가 미처 몰랐던 세상과 만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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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 보였던 모습에서 오히려 대단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에게도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누군가를 쉽게 평범하다고 단정 짓기보다, 그 사람만의 결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 특별함이란 결국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보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지나치듯 바라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도,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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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생각하는 부자는 추억이 많은 사람이에요.(p.149) 돈이나 물건이 아닌, 함께 웃고 떠들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진짜 부자가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이미 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부자가 되고 싶어졌다. 나의 열다섯 계절은 이미 지나갔지만, 앞으로 다가올 계절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함께하며, 언젠가 꺼내어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자주 깨지고 부딪쳐도 되는 걸까? 이게 등나무가 말했던 나 자신을 잘 기다려 주는 방법 중 하나일까? 등나무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사랑은 잘 기다려 주는 거라는 말. 들을 때도 느꼈지만 참 멋진 말 같다. 마치 늠름하게 서 있는 등나무처럼.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스스로를 잘 기다려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나 오래 기다려 줘야 부끄럽지 않은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 P57

발을 힘차게 디딜수록 모래에 더 깊이 빠졌다. 평지를 달리는 일보다 몇 배로 힘들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푹푹 빠질수록 더 힘차게 발돋움해 앞으로 나아갔다. 여름 햇살은 미치도록 따가웠고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은 지나치게 눈부셨으며 우리의 얼굴에는 유치원생들이 지을 법한 개구진 미소가 어렸다. - P133

"누군가 나한테 말해 줬거든. 내가 독특하고 고유하다고. 그 말이 참 좋았어. 나만의 독특함이 있고 내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는 게.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아도, 잘 나지 않아도, 거대한 성취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어. 내가 나한테."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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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배달 톡 :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
박현숙 지음, 윤세정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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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친구와의 관계가 힘들어서,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이 책의 열두 살 도진경은 학교에 가기 싫다는 소원을 빈다. 그런데 그 소원은 진경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후에 배달된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시기와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떤 소원이든 반드시 이루어준다는 우체통의 이야기는 어린 진경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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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소원이 이루어진 시기와 방식이었다. 이제는 학교에 가는 것도, 학생들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된 진경은 자신의 반 아이 지온이를 향해 자꾸만 '짜증 난다'는 말을 하게 되고, 그것이 다름 아닌 어린 시절 자신이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무리 우체통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어린 지온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점은 마음에 걸렸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자신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짜증 난다'는 말을 한다면, 그것이 선생님의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어린아이에게는 분명 상처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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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으며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까칠하게 대한다고 느꼈던 선생님이 계시다. 어느 날은 괜스레 서러워 선생님 앞에서 울었던 적도 있다. 우는 나를 달래주셨던 선생님은 그 이후부터는 다른 아이들보다 나를 조금 더 아껴주셨다. 그때는 '내가 울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달라지신 걸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어쩌면 선생님에게도 내가 알지 못했던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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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나를 향한 어른들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이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 역시 누군가의 입장과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소원'이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 좋아하는 것이 나중엔 싫어질 수도 있듯이, 미래의 내 마음은 지금의 내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단정 짓거나 말로 남기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같은 마음일지 한 번쯤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려보는 태도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앞으로 소원을 빌 때는 생각 좀 많이 해야지. 진짜 빌어야 하는 소원인지 아닌지. 오늘의 간절한 소원이 내일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오늘 힘든 일이 내일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이 소원을 들어주면 그 대신 뭘 줄게요, 다 가져가세요, 하는 짓은 절대 안 해.‘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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