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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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만 보면 같은 고등어도 바다에서 헤어칠 땐 '물고기', 마트에 놓이면 '생선', 교과서에는 '어류'라고 부르더라고요. 듣기엔 다 비슷한 말 같은데, 이 표현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p.69)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땐 '물고기'지만, 시장에 놓이는 순간 '생선'이 되고, 학문적 분류로는 '어류'가 된다고 한다. 이 질문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말들 속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숨어 있다는 점이었다. 같은 존재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물고기', '생선', '어류'로 다르게 부른다는 사실이,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사회적인지를 보여주는 듯 해 뭔가 씁쓸했다.


바다는 거대한 생명 실험실입니다. 수많은 생명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죠. 그 과정에서 서로 비슷해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해요. 이런 변화의 무대에서 생명은 '살아남을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왔습니다. (p.80)

수많은 생명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나는 물고기의 색깔이나 형태를 그저 '다양하다'고만 느꼈지, 그것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결과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물고기의 등은 파랗고, 배는 왜 하얗지?"라는 단순한 궁금증조차 떠올려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이유가 생존 전략 중 하나인 '카운터셰이딩(위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바다 위에서 물속을 내려다보면 어둡게 보이기 때문에 등은 짙은 색으로, 아래에서 위를 보면 햇빛에 의해 밝게 보이므로 배는 흰색으로 진화한 것이다. 빛의 방향과 환경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이 치밀한 적응은, 생명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며 자신에게 맞는 생존 방식을 찾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또한 바닥에 사는 넙치나 가자미처럼 해저 색과 닮은 갈색으로 몸을 위장한 생명체를 떠올리면, '환경에 맞게 변화한다'는 진화의 의미가 더욱 실감 났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이유와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 왔다는 사실로 보였고, 바다는 그 치열한 실험의 현장이자, 생명 그 자체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바다는 말이 없지만, 언제나 신호를 보내고 습니다. 우리가 그 신호를 귀 기울여 듣느냐, 못 들은 척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거예요.(p.206)

'귀 기울여 듣느냐, 못 들은 척하느냐'라는 표현이 특히 가슴에 와닿는다. 못 듣는 것이 아니라 '못 들은 척'하는 것. 이 미묘한 차이는 우리의 무지가 아니라 외면을 말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뉴스에서, 교과서에서, 일상에서 바다의 위기를 접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섬나라들,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바다거북의 뱃속,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초.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너무 멀리 있는 일로, 너무 거대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문제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해왔다.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해양열파 등 바다가 보내는 신호는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바다에는 우리가 아직 다 알지 못한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 특히 심해와 같은 미지의 영역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어떤 생태계가 존재하는지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다. 우리가 바다의 위기 신호를 듣지 않는다면, 아직 발견조차 하지 못한 생명들까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바다에 미래가 있으려면, 우리가 바다의 신호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신호에 응답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야만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결국 바다의 미래는 우리가 듣느냐, 외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을 덮은 나는 더 이상 '못 들은 척'하지 않기로, 그리고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지기로 다짐했다.


저는 과학이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고,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고,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이니까요. 또 중요한 건, 과학과 문학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문학은 과학의 성취에서 상상력을 얻고, 과학은 문학의 상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구상하죠. 과학을 단순히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이나 지식을 쌓는 것으로 한정 짓지 않으면 좋겠어요. 과학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랍니다. - P28

"바다를 잃는 건, 미래를 잃는 것이다"
우리는 바다를 개발할 권리가 있는 동시에, 지켜야 할 책임도 있어요. 그 균형을 지혜롭게 맞추는 것이야말로 과학의 역할이자,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 P65

겉모습은 비슷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도 다르고 진화의 출발점도 다르답니다. 하지만 비슷한 환경 속에서 생존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생물들이 비슷한 ‘답‘을 내놓는 거죠. 이것이 진화의 매력이자 자연이 보여 주는 놀라운 창이력이에요. - P74

바다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복잡하게 연결된 살아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그 균형을 지키는 책임이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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